이번 설도 형님네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애들이랑 보냈다.
항상 형님네에 갔다 친정에 들려서 왔는데 사업이 힘들다는
핑계로 전화만 하고 집에서 음식 좀 만들어 먹어면서 보내니까
얼마나 편한지 .
남편이 해외 출장 중이고 집 일도 있고 회사 일도 어려우니까
움직이는 경비도 만만찮게 들어가다 보니까 형님도 이해를 해 주시네요.
예전엔 안 그랬거든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무조건 가야 했어니까요.
남편과 애들 둘 데리고 운전해서 가면 조금만 늦게 가도 푸대접이였죠.
형님네는 경북 구룡포거든요.
지금은 차가 밀리지 않으니까 괜찮지만 몇 년전만 해도 명절날은 차가 밀려서
부산에서 언양까지 30분이면 될 걸 다섯시간 걸린적도 있어요.
그때는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배도 고프지만 참을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구룡포까지 가니까 8시간이 걸리더군요.
중간에 점심은 챙겨 먹고 가야해요.
밥도 제대로 못 얻어 먹어요.
그렇게 힘들게 가면 반갑게 맞이 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
늦게 왔다고 쳐다 보지도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밥을 달라고 할 수가 있어요.
그땐 정말 명절 날만 다가 오면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제사만 지내고 설겆이만 해놓고 친정이 대구라서 대구로 줄 행랑치다시피
하면서 갔어니까요.
친정집에는 언제나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어요.
동생들은 가까이 있어도 늦게 옵니다.
친정집에서는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이기였죠.
저녁엔 화투놀이로 온 집안이 시끌벅적 했어요.
난 돈 따 본 적이 없어요.
인터넷 고스톱은 잘 하는데 실전엔 왜 그렇게 약한지.
그래서 그런지 제부들이 나보고만 고스톱 치자고 해요.
싫다하면 질질 끌고 가요. 내가 봉 이거든요.
남편은 옆에서 코치 해 준답시고 나 편들어 주기는커녕 독박 쐬우는거있죠.
얼마나 얄미운지 몰라요.
그러면서 보내는 명절을 난 못가고 집에서 지냈습니다.
시집은 가기 싫고 친정 집엔 가고 싶은 마음 여자들은 대부분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부터는
나두 형님도 서로가 생각하는게 달라 졌어요.
달랑 형제 둘 밖에 없는데 우리가 안 가면 얼마나 허전할까 싶어서요.
그런데 못 가니까 마음이 힘이 드네요.
친정 부모님도 내가 못 가니까 마음이 아프실것 같고.....
하지만 꼭 좋은 모습으로 부모형제들 앞에 서고 싶어요.
힘든 일 극복하고 나면 모든게 용서가 되겠죠.
그때는 정말 잘 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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