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으로 우체국을 다녀왔습니다.
알싸한 아침 공기가 피부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우체국이나 빨간 우체통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기다리고
그 내용의 기억장치는 낡고 흐릿거리지만
우체통을 보면 알싸한 추억 한쪽이 가던 길을 멈춰 서게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몇년전에 읽은 책처럼 줄거리도 가물거리고 중요한 장면만 토막토막 남아있네요.
일산시장에 장이 섰더군요.
시골장입니다.
실크라멘 진한분홍색 꽃이 인도를 막고 있고,
뻥튀기가 빙글빙글 우리네 인생처럼 돌다가
마지막에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해서 귀를 막았어요.
막은 두 귀 사이로 “피쉭~~평~~”옥수수 뻥튀기 냄새가 구수하네요.
어릴 적에 엄마랑 시장에 가면 내가 갑자기 귀를 막고 골목 안으로 숨어 버린답니다.
그러면 영락없이 저 앞에 뻥튀기 장사가 있곤 했답니다.
풍선 터지는 소리도 무서워하는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보다 약한 심장을 갖고 태어났나봅니다.
싱싱한 야채며, 먹음직한 과일이며, 현란하고 요란한 옷이 길가마다 넘실넘실 넘쳐납니다.
사무실이 조용합니다.
모두들 외근을 나가서 두 분만 사무실을 지키고 컴퓨터 자판 소리만 토닥토닥 나네요.
알싸한 아침 공기를 흠뻑 마시고,
사과나무 도서관으로 들어와 커피 한 잔을 탔습니다.
저번 주에 바쁜 일을 마무리를 해서
이번 주엔 한가합니다.
어제부터 세계일주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유치원 도서관이라서 제가 볼 책은 없습니다.
자연과 관한 책이 몇 권 있어서 그건 벌써 읽었고,
만화로 엮은 책을 읽으며 웃고 있습니다.
고리타분한 역사도 세계사도 만화로 어떻게 그리고 표현하는 것에 따라
재미가 다르네요.
“반쪽이, 세계 오지를 가다” 최정현 작가님 책이 정말 재미있네요.
추천해 주고 싶은 만화책입니다.
책을 잘 안보는 우리 아들도 이 책은 재미있다고 한숨에 다 보더군요.
이원복님의 “먼 나라 이웃나라”는 워낙 유명하지요?
우리 어릴적엔 동네마다 몇 군데씩 만화가게가 있었지요?
요즘은 컴퓨터 게임을 오래하면 부모님들이 싫어하듯이
만화책 방에서 살다시피 하면 우리 부모님들이 질색을 하셔서
만화가게를 고양이처럼 살곰살곰 다녔지요.
그때는 용돈이란 것이 없어서 만화는 보고 싶고 그래서…….
엄마가 장사할 때마다 이득금의 십분의 일을 빼 놓은, 십일조였어요.
그렇지요. 교회에 납부해야할 믿음만큼의 약속의 돈이죠.ㅎㅎ
구슬 달린 지갑에 넣어 두셨는데
그 지갑에서 백 원짜리 동전 몇 개를 훔쳐서 만화가게를 간적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하나님께 벌 받을 까봐 밤에 잠을 설쳤어요.
그 다음부터는 훔치지 않았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동생들도 그랬다고 하더군요. 크크크
여자 얘들은 순정만화를 많이 봤는데
‘엄희자’ 님의 만화는 다 본 것 같아요.
만화책 보러 갈게요.
오늘도 어제보다 행복하시고요.
전 밤마다 이렇게 기도를 해요.
“주님…….더 이상 불행하지 않게 해 주세요.
지금 이만큼에서 더 이상 나쁜 일만 없도록 도와주세요……. “
십일조 몇백원 훔친건 벌써 용서를 하셨을겁니다.
퇴근할 때 옥수수 뻥튀기 사가야겠어요.
우리 딸이 살 뺀다고 뻥튀기 먹어야겠다고 했거든요.
마침 장이 섰네요.
그 자리에서 바로 나온 옥수수 뻥튀기는 아사삭 고소한데…….
바닥으로 튀어나온 뻥튀기가 더 맛있잖아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