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라는 선고를 받고도 무디게 밥을 먹었다.
먹고 있던 밥에 꾸역꾸역 원망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걸 쉽게 받아들였다.
“잘 될 거야~~ ”라는 주변의 말에
“그래 그래” 답변도 잘 했다.
수술을 끝내고 병원 생활을 하면서도
유방암이 뭔지 내 가슴에 무슨 변화가 왔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단지, 격리된 병원의 생활이 미치도록 답답했다.
아프면 지나가는 똥개만 봐도 부럽다는 어른들의 말을 실감하며
아침마다 창 밖으로 움직이는 사물들과 사람들을 바라봤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과 다른 가슴을 바라봤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나 미련을 갖지 말자고 맘속으로 다짐했다.
삶이라는 긴 여정, 지금은 순간일 뿐이라고 되뇌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쓴 수첩속의 글을 읽다가 눈물이 났다. 소리 내서 우는 게 죄인 것마냥 참 잘도 버텨왔는데...
‘가슴을 보았다. 내 불쌍한 가슴
얼마나 가슴앓이를 많이 하고 속으로 품었기에
죽음을 생각했을까
네 마음대로 다 논다고 해도
너로 인해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구나
도려내는 아픔으로 새 삶을 살아야 겠구나
찌그러진 내 가슴 불쌍한 가슴
그 가슴에 맑은 공기 기쁜 것들
행복한 웃음을 채워줄 테니 아쉬워 마라
슬퍼 마라 울지 마라 사랑한다 내 가슴‘
내 몸에 미안하단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 몸은 당연히 거기 있고 내가 그 몸의 주인이니 그걸로 된 건줄 알았다. 하지만 내 몸과도 마주보기를 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내 마음과 내 생각과 나의 모든 것들과 마주보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잃어버린 가슴이 아닌
맘으로, 진짜 가슴으로 세상을 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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