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려고 빌려가는거니?”
“아니요. 동생이 보는 거예요.”
이삼일에 한번씩 책가방을 메고 책을 빌리러 오는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이랍니다.
얼굴도 귀엽고 또랑또랑하게 생겼고
빠르게 걸어와서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책을 반납하고
한참씩 고심 끝에 책을 골라서는 같은 미소를 머금고 책을 대여해 가는 아이.
예쁘고 귀여워서 말을 시켜보았습니다.
“네가 빌려가는 책 동생이 좋아하니?”
“그냥 잘 봐요.”
“네가 읽어주기도 하니?”
“아니요, 읽어주지는 않아요.”
“동생도 너도 책을 좋아하는구나? “
대답을 줄이고 조용히 미소만 머금는 아이.
말을 주고받고 부터는 인사도 더 잘하고
미소를 입가에 가득 물고 나와 눈을 마주친답니다.
이곳에서 일을 한지도 이십일이 넘었습니다.
회원제라서 대부분 단골손님이고 자주 보는 얼굴들이라
서로 인사를 하고 살짝 웃어주고
어떤 분은 과자도 살며시 내 놓기도 하지요.
책을 못 찾으면 검색해서 친절하게 찾아 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네요.
매일 오시는 분도 계세요.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리듬감 있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제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해요.
내 책상 뒤로 책장이 벽 쪽으로 쭉 붙어있고
책상 뒤가 바로 책 읽어 볼 수 있는 낮은 책상과 엉덩이 빨간 의자가 놓여 있어서
책을 읽는 소리며 엄마들끼리 나누는 대화며
아이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잘 들린답니다.
물론 내 할 일이 바빠서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는 또렷하게 들리네요.
아이를 키울 때 책 읽어주는 모습이 저는 제일 예쁘고 부럽고 행복해 보인답니다.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누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고
추억할 수 있는 장면들이겠지요.
이제는 도서관 일이 익숙해져서
회원증 발급도 한번에 해 줄 수 있고
처음엔 못해서 세 번 시도 끝에 완전하게 혼자 회원증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어요.
회원증은 가을 은행잎 닮은 노란색이랍니다.
출근하자마자 청소하고
일주일에 두 번 화분에 물을 주고
한바퀴 책장 점검을 합니다.
나이별로 영역별로 구분이 되어 꽂혀 있어야하는데,
아무데나 서성이고 있는 책이나
제 집을 못 찾아 남의 집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책들을
제 자리에 편하게 앉혀주고 제 집을 찾아 방안에 들여 보내주면 열시쯤 됩니다.
그러면 현미녹차나 둥굴레 차를 종이컵에 타가지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시간이 되면 이렇게 글을 쓰고 아줌마닷컴을 열어보고
내가 운영하는 청바지 그림 카페를 한바퀴 둘러보고 일을 시작합니다.
잔일이 많지만
시간이 잘 가고 뭐든 배울 수 있어서 좋답니다.
직원 분들이 예의 바르고 친절해서 편하기도하고 무엇보다 배울게 많답니다.
지금 우유 아줌마가 언제나처럼 크림색 옷과 모자를 쓰고 인사를 하네요.
직원들이 우유나 요구르트를 배달해 먹거든요.
저도 가끔 우유 하나씩 사서 커피를 타서 커피 우유를 만들어 먹곤 하지요.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저도 이만 ‘사과나무 도서관’(제가 지어본 이름입니다.) 이야기를 줄여야 겠네요.
속상한 일은 잠시 미뤄두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꿈을 잃지 마시고요…….
오늘쯤 동생 책 빌리러 오는 미소 머금은 아이가 올 것 같네요.
금요일이고, 어제 안 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