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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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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류


BY 낸시 2007-02-09

부부싸움 끝에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을 그렇게도 모르겠느냐고 묻는 남편에게 되물었다.

\"사랑이 뭔데?\"

\"몰라.\"

\"모르는 것을 어떻게 하냐?\"

\"......\"

\"......\"

\"그런데 넌 사랑이 뭔 줄 아니?\"

\"나도 몰라.\"

서로 사랑한다고  결혼했는데 살다보니 사랑이 무엇인지  아리송해지고 말았다.

서로를 향해 뛰는 가슴이 있었고, 그리움이 있었고, 안타까움이 있었고, 눈물도 있었고, 목숨을 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어렸을 적부터 아이들이 좋았던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고 갈등을 겪으면서 내 사랑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정말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어 슬펐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없는 엄마의 사랑이 있다면 염려할 것이 없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았지만 내 안에 그 사랑이 없음을 알았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방황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어찌할 줄 몰랐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래서 아무 곳에 가든지 꽃밭을 만들고 꽃을 심는다.

꽃꽂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꽃꽂이를 위한 꽃시장에 가면 속이 울렁거리고 싫다.

거기서 나는 냄새가 향기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꽃이 썩어가는 냄새 같아 싫다.

우리 꽃밭에서 꽃을 꺽어가거나, 꽃나무를 파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꽃을 사랑해서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면  고개가 저어진다.

꽃을 사랑한다면서 꺽어들고 다니면서 금방  시들어버리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뿌리 채 뽑아가는 것도 그렇다.

여러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오는이 가는이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데, 자리잡아 잘 자라고 있는데 파가는 심사는 뭐람...

우리 꽃밭의 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꺽어가거나 뿌리 채 파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도 꽃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나는 내가 심은 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꽃 스스로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심을 자리를 정할 때 어디에 심으면 꽃이 좋아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나는 꽃의 마음을 헤아려 시중을 드는 하인이라고 생각한다.

 

꽃을 가꾸면서  사랑에도 종류가 있음을 알았다.

꽃을 꺽는 사랑과, 그저 바라보고 즐기는 사랑과, 가꾸는 사랑이 서로 다른 것이구나 하고 알았다.

남편의 사랑은, 나의 사랑은 서로를 향해 어떤 것이었을까?

내 아이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시중을 들어보려는 마음이 내게 있었을까?

언제부터 그 마음이 사라졌을까?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어떤가?

아직도 나는 그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가?

사람을 사랑하되 내가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해야지, 그리 못하겠거든, 적어도 꽃을 꺽는 사랑은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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