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끝에 실리는 유머를 언니에게 말했다.
술꾼 셋이서 달을 보고 달이니 해니 그 마을에 살지 않아 모르겠다니 했다는...
\"그 놈 참, 꼭 우리나라 관료같은 말을 했구먼...\"
언니의 말에 형광등 소리를 자주 듣는 나는 물었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나라 관료 같다니...\"
\"생각해 봐라. 국장님이 차장님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김과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하고 물으면 김과장이 어떻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가 있겠니. 두리뭉실 그 상황을 피해야 나중에 진급할 때 지장이 없을 것 아니니...\"
\"어? 그러면 형부는 관료 생활을 한 적도 없는데 왜 툭하면 모른다고 그래?\"
\"아... 느네 형부는 마누라 무서워서 그러지. 나 한테 야단 맞을까봐...\"
언니의 말에 웃다가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하, 바로 그거였구나...\'
\"여보, 어때? 맛있어?\"
\"몰라. 미국 사람 입맛에 맞으려나...\"
\"내가 물은 것은 당신 생각이잖아. 당신하고 나도 입맛이 다른데 미국 사람 입맛을 당신이 어찌 알거라고...\"
\"글쎄...\"
\"아, 자기 입에 맛있는지 없는지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
새로운 음식을 해서 남편의 의견을 물어 확실한 대답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여보, 홈디포에 들렸다 월마트를 갈까 아니면 월마트를 먼저 갈까?\"
\"당신이 정해...\"
\"싫어. 당신이 정해. 내가 정하면 나중에 그럴 거잖아. 거봐, 내가 @@먼저 가자고 했잖아. 그런 식으로...\"
물건 사러 가는 일의 순서를 놓고도 남편은 확실한 자기 의견을 말하는 법이 별로 없다.
\"그렇다니까요. 제가 한 말도 바로 그 말이지요.\"
여러사람이 모여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 남편은 가끔 날 황당하게 하기도 한다.
분명 남편은 전혀 다른 이야길 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 의견에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고 같다 붙이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편이 바보인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어찌 이 사람이 학교 때 수재 소리를 듣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가게를 오픈 할 때도 그랬다.
\"여보, @@가 오늘 계약서에 사인을 할까 하는데 당신이 정말 반대하면 안하겠데... 당신은 정말 반대야?\"
\"내가 반대하면 나중에 내 탓을 할꺼잖아...\"
\"그럼 찬성이야?\"
\"난 모르겠어. 멋대로 해...\"
남편은 확실한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나중에 뒤에서 불평하길 좋아했다.
그런 남편과 많이도 싸웠다.
비겁쟁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하였고 답답해서 엉엉 울기도 했다.
나중에 불평하고 남의 탓하는 남편이 싫어서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의견을 물으면 두리뭉실 넘어가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싫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 하다.
\'아하, 그래서 남편이 직장에서 선두주자에 설 수 있었구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비겹해진 것이었구나. ...\'
\'어쩌면 대가 센 아내를 만나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남편에 대한 이해을 폭을 넓히고 나니 그에게 미안하다.
숙제를 하나 받은 느낌이다.
어찌하면 남편이 자기 의견을 스스럼 없이 말하고 살 수 있을까?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어도 그를 비난하고 흉보는 것은 그만 두어야겠다.
어쩌면 내 탓인 것을...
나는 내 얼굴에 침을 밷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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