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 선생님?
나를 이렇게 불러준답니다.
처음엔 아니 지금도 이리 부르면 어색해서 속으론 어쩔 줄 모른답니다.
겉으로야 대답을 하지만 말입니다.
이곳에선 서로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네요.
미스 리, 미스 김, 이런 식이 아니고 이 선생님 김 선생님 이렇게 되는 거지요.
학교도 아니고…….
처음엔 아니 지금도 어색하고 말이 안 된다고 속으론 생각하지만
겉으론 모기소리보다는 좀 더 크게 이 선생님 김 선생님하고 부른답니다.
그리고 웬만해선 선생님이라 안하려고 옆에 바짝 다가가서 물어 볼 거 있음
물어보곤 합니다.
도서관에 출근을 한지 일주일동안은 한가해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곤 했는데
저번 주부터는 자투리 시간이 주어지지 않네요.
잔일이 많아요.
컴퓨터에 입력하고 붙이고 저장하고 매일매일 할 일을 부탁하네요.
어제는 새로 들어온 책에 바코드를 붙이고
오늘은 유아달력을 봉투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 이 글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쓰고 있는 거랍니다.
이곳의 사무실의 제일 대장님은 역시 여자 분이신데
임신 중이랍니다. 쌍둥이래요. 나이는 삼십대 후반인데
힘들어서 그런지 얼굴이 까칠하고 죽은깨가 많이 생기셨나봅니다.
음식을 많이 가리던데…….아이가 건강하려면 골고루 드셔야하는데…….
다음달이 출산이랍니다. 그래서 배가 남산만 하답니다.
무사히 출산하셔서 예쁜 아기 낳기를 직원들은 서로서로 바라고 있답니다.
나머지 여섯 분도 여자인데
사십대 노처녀도 있고 신혼부부도 있고 애기가 두 살인 엄마도 있고
처녀가 두 분입니다.
여자들이라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먹으며 얘기를 하는데
연예인 누가 성형수술을 했는데 어색하다는 말도 하고
어떤 영화가 보고싶고 시집식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곤 합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하고, 여유 있어 보이고
일에 대한 얘기만 자분자분하지만
연예인 이야기도 합니다.
하긴 나도 처녀 적에 직장 다닐 땐 남들 보기엔 부러움의 대상이고
보통여자들하고 다른 줄 알았겠지요.(아닌가? 내 착각인가?ㅎㅎ)
그러나 오랜 세월 속에 뜯기고 할퀴고 던져버리고 구둣발에 차이다 보니
남의 흉도 봐야하고
미운사람 밉다고 떠들기도 해야 하고
살기 힘들다고 한탄도 하게 되고
웃다가도 눈물이 나올 때가 많다보니
세상이 차갑고 사람들이 무섭고 남자를 믿을 수가 없었답니다.
도서관에 출근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옛날 직장 시절처럼
마음도 몸도 순진해지는 것 같답니다.
물론 이 곳을 나가면 다시 나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지만요.
점심 시간이 지났네요.
몰래 올리는 거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