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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BY 도영 2007-02-04

 

주말 ..남편이 총무를 맡고 있는 산악회 산행을 남편만 보내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혹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모인 모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처음 가는 모임이라 긴장이 되어 신경이 이만 저만 쓰이는게 아니여서 응원군으로 

복달이를 앞세워 가려고 하니 스케줄이 시간시간 쨔여 있다고

장황하게 오바를 해가며 나열을 하는데 복달이에 대동은 포기를 해야했다.

 

김치 냉장고에 알맞게 숙성된 고창에서 보낸 복분자 술을 남편 없는 틈을타서

쓱싹해서 길을 나섰다

모임 장소인 목공예 공방을 가는길은 겨울 햇살로 가득 했고

겨울햇살을 받은 주변의 산 능선은 훤하게 드러나 있었으며

도로는 활어차가 지나갔는지 얼음줄이 길게 만들어져 있었다

 

집에서 출발하여 이십여분 달려서 도착한 목공예 공방 마당에는

굵은 통나무들이 얼기설기 쌓여 있었고

목수들이 통나무를 자르는 전기톱 소리가 아쟁소리 같기도 했고

겨울바람 소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나무 쌓인 마당을 지나서 한때는 아이들 웃음으로 가득 했을

폐교 건물 그트머리에 있는 공방 미닫이 문을 사르르 여니

화목난로에서 나오는 후끈한 열기와 낮선 이들이 담소를 나누다가

늦게 도착한 내게 누굴까..하는 표정으로 “어서오세요”하시기에

“안녕하세요.도영입니다”이름을 밝히니

동시에 “아이구·~도영님 하면서 자리에서 다들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그 카페에 나란 존재를 알리기 위해 글 몇편을 올렸던게 주효한 셈이였다.

 

목공예에서 나오는 짜투리 나무들이 난로안에서 다다닥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고 난로 뚜껑위에는 감자떡 인절미등이  올려져 있었고

공방지기가 직접 만든 긴 벤치에 앉고보니

풍성한 먹거리들이 입맛을 돋꿔 주고 있었다.

처음 출발할때 잔뜩 긴장 했던 그부분은 편안한 그들의 표정속에서 온데간데 없이

사그라들어 오래된 인연처럼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었다

 

그 자리를 같이한 분들은 귀농을 하였거나 전원 생활을 대비하여 정보를

공유하려는 분들이 모인 자리였다

각자 소개를 하는데 어떤 부부는 남편이 원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되었다며

그동안에 사연을 털어놓는데 웃음이 큭큭 나왔다

 

몇년세월에 걸쳐 자신을 야금야금  세뇌 시키는 남편으로 인해 세뇌를 당해

생활 도자기를 배우고 있다며 나중에 집을 짓고 들어가서

집을 짓게되면 한귀퉁이를 도예방으로 꾸밀거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했다

그녀의 남편은 목수가 되고 싶다 하였는데 대목의 꿈이 이루지는 날

그녀의 남편은 인생의 가장 높은 절정기에 오르지 않을까.

 

조금전 언급한 이 부부와는 반대로 부인이 전원생활을 더 원해서

남편이 부인에 뜻을 따라주는 케이스인데

그녀는 남편과 뜻이 너무나 잘 맞는듯 하였다

몇 년후 전원생활을 하게되면 맛깔 스런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아서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계획을 설명하는 그녀의

표정은 행복하기 그지 없었으며 그녀의 남편은 엷은 미소를 띄우며

그녀의 꿈에 동조를 하는 남편의 모습이 작은 체구와 달리 거대해 보였다

 

어느 부부는 남편의 뜻을 따라 이미 귀농을 하여 오지에서

시골 생활이 익숙해 져간다는 부부의 이야기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에 모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 했지만

자신은 너무나 우체부가 하고 싶어 우체부를 하다가

한옥을 짓는 전문가로 목수의 길을 걷고 있지만 후회스럼 표정은 찾을수가 없었다

그 외에 손바늘질의 대가인 김해에서 왔다는 그녀는

직접 만든 누비 한복을 입고 오셨는데 빼어난 바느질 솜씨에 그저 부러울 따름 이였다.

 

난로안에서는 토막난 나무들이 열기를 더해가고

카페지기인 나무지기님 이란 분이

우리 식구만 먹기위해  무공해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보다 남들에게도 나눠먹을수 있는 무공해 농사를 짓는데 앞장 서야한다는 그말에 잠시 내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소개시간이 끝나고 저녁으로 남자분들이 앞장 서서 미역국을 끓여 내왔는데

내 생전  버섯과 파을 송송 썰어 놓은 미역국은 처음 이였다.

미역국 간을 맞추면서 어떤이는 파를 넣트라..

어떤이는 파를 안넣트라..그랬다는데 결국 파를 넣고 끓였다는 미역국은

굉장이 맛있었음을...

 

파가 들어간 미역국을 먹으면서  아버지를 따라온 온 미소년이 직접 작곡한

매끄러운 피아노 연주에  겨울밤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이 미소년은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안하기로 했단다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은 즉흥적으로 피아노 작곡을 해서 즉석에서 연주를 하는데

순간순간 느껴지는 영감을 받아서 악보 없이 피아노를 친다고 했다

파가 들어간 미역국에 오묘한 맛이 어쩌면 미소년에 즉흥적인 피아노 솜씨가

어우러져서는 맛을 낸것은 아닌지...

아들을 믿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용기 있는 미소년의 아버지는

아들과의 갈등을 전혀 찾아볼수가 없었다

 

집으로 다들 돌아가야 할시간 ..

점심 준비 하느라 애 쓰신 대구 사시는  몇몇분이 먼저들 가시고

방향이 같은 수암이란 분은 따님을 데리고 오셨는데

스트로 베일하우스<짚으로 만든집>를 직접 짓는 중이라 했다.

미래의 내 전원주택에서 수분거리도 안되는 곳에 땅을 사놨다는

미래의 이웃이 될지도 모르는  한분과   조금전에 언급한 귀농을 하여 된장과 고추장을

담고 싶다는 그녀의 부부 그리고 나는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짓는 현장을 가기로 했다.

 

우리집과 십오분 거리밖에 안되는 현장에 도착하여 칠흙 같은 깜깜한 벌판에서

수암님의 집짓기 강의를 듣는데 추운줄도 몰랐다

백만원 미만으로 집을 짓는다는 말에 같은 포항에 사는 우리들은

서로 품앗이를 하기로 의기투합을 했다

다섯평 정도에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짓는데 백만원도 안들여서 집을

지을수만 있다면 꿈만 같은 일 아닌던가

 

하여 올봄부터 우리들은 품앗이를 해서 상부상조 하여 농막을 짓기로 하였다.

컨테이너를 하나 사서 갔다 놓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보온성이 뛰어난 스트로베일 하우스와는 비교가 안되기에

짚집을 짓기로 했다.동지들도 생겼겠다

재료 구하는 방법도 알았겠다 .보다 중요한것은 집을 짓줄 아는 분도 옆에 있으니

못할게 뭐 있겠나..역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것이 증명이 된셈인데

얼마나 커다란 수확인가.

 

공방에서 만들어온 솟대 두 개와 수암님의 밭에서 캐온 돼지감자를 양손에 쥐고오다가

그만 핸드폰을 밭에서 잃어버려서 열두시도 넘은 시각에 다시 가서

찾아온것만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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