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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수상하다.


BY 정자 2007-01-25

자기는 무슨 조직이 있어?

왜 맨날 형님! 형님!하고 찾아 오는 후배들이 많어?

 

우쭐댄다.

소시적엔 그래도 동네에서 젤로 힘이 쎄고

더구나 할아버지는 읍내 씨름판에서 이겨서 황소도 끌고 오고 그러더니

아버지도 힘이 장사였단다.

 

내가 언제 힘이 많았냐고 물었어?

무슨 똘마니처럼 형님 하면서 찾아오는 조직이 있냐고 ?

 

아! 긍께 과거는 묻지 말랑께!

 

남자 과거 물어서 맨날 혼나가면서도 또 묻고 묻고 하는 이유가 있다.

명절이 가까이 올 무렵이면 뭘 바리 바리 싸가지고 우리집에 와선 나에겐 형수님 하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나보고 가만히 안방에 앉아서 기다리란다.

 

요리를 할 작정으로 시장을 봐 온 것을 척척 해대고 서 넛이 주방에 남자가 있으면

꽉 찬다. 그러니 나도 거기에 끼어 들어다간 주방이 좁아 질 것이다.

 

이렇게 몇 해를 보내니 난 남편이 혹시 조직폭력조직의 두목이 아니었을까 의구심도 생기고

찾아오는 후배들도 여간해 선 그런 개성적인 얼굴을 길거리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한 사람은 색이 짙은 선글라스같은 안경을 쓰고 왔는데

금방 나도 모르게 113에 얼른 신고 해야 할 것 같은 간첩인 줄 알았다.

방에 들어와도 안경을 벗지 않아서 남편에게 빨리 벗으라고 시키니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단다. 뭔 사정이 썬글라스도 못 벗을 정도여? 했더니 한 쪽눈이 없어서 개눈을 박았다나?

 

그런 것도 있구나 했다. 또 한사람은 덩치가 커도 너무 크다. 울 남편도 작은 키는 아닌데

어디서 씨름만 할려고 키가 컷나 우리집 안방에서 제대로 서보지도 못한다. 천장이 낮기도 하지만 키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하고 그러니 울 아들이 그런다.

 

아저씨 농구선수 했어요? 이러는데 이 남자가 직업이 한식조리사란다.

세상에 어울려도 직업이 그렇게 상상이 안 간는 얼굴에 키에 부리부리한 눈에 음식을 만드면서 서있는 모습을 상상이 안 간다.

 

서 넛이 우르르 찾아오는 날은 어쩌다가 개 돼지도 잡자고 설레벌레 하는바람에 나는 기겁을 하고 도망간 적도 있다. 혹시 인신매매조직이 아니었을까 하고 무서워서 남편 등뒤에 숨어 있는데 그런 것은 신경은 없고 형수님 형수님하고 불러 대는통에 나는 또 이게 무슨 시동생들이 이렇게 많은 겨? 했다.

 

그렇다고 사는 곳이 같은 데도 아닌데

거기서 제일로 맨끝에 산다고 묵포에서 바람 안 불고 날씨 좋은 날만 배가 온다는 섬에서 온 후배는 술만 먹으면 남편앞에 무릎꿇고 단 한마디하는 거다.

 

\' 형님 지 맘 다 알지유?\" 이러면 울 남편은

\" 뭘 알어 알긴 ..털 없는 알쥐 봤냐?\"

 

그럼 그걸로 된 줄 알았더니 이게 또 그게 아니다.

까짓거 시상 살 만큼 살아봤으니께 끝내버려~~~

 

아이구 난 진짜 무섭다. 탤런트처럼 이쁜 남자가 술 먹고 그런 애기하면 애잔하게 보이지만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남편보다 덩치가 이따만해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면 나도 덜렁덜렁 해가지고 오금이 저린다. 그런데 울 남편 거기다가 대고

 

\" 우덜도 오늘 같이 끝내는 거여~~\"

 거기서 부터 늘 애용하는 욕은 욕도 아니고 모두 서로 불러주는 애칭이다.

어디서 많이 본 영화고 대사인것 같고...

 옆에 앉아 있는 영화세트장에 구경 간 여자처럼 생뚱 맞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오면 반드시 하룻 밤을 자고 간다.

저녁엔 깍둣이 형님하면서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고 구십도 각도로 절을 하니

이게 보통 조직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지낸 선후배들 사이라고 해도 키득키득 웃으면서 옛날 형님 스캔들 애기 해줄까 하다가 얼른 말 잠수타고 내 눈치를 슬슬 본다.

너무 많은 사연은 그냥 내버려 두고라도 울 남편 틀니 챙겨 줘. 집 몰라 헤매는 데 남의집에 누워 있던 남편 주워 온 애기며, 술 먹고 장미꽃 사러간다더니 나의집 대문에 걸쳐진 울타리장미를 낫으로 벤 애기들은 들어도 들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안 보이면 궁금해지고 안부 묻다가 보면 또 그게 궁금 해지는 것이다.

당신 혹시 옛날 무슨 조직 두목이었어? 하고 물으면

또 신경질 낸다.

 

아무래도 남편이 수상하다. 그 옛날 과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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