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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피부를 사랑해~~~


BY 올리비아송 2007-01-04

한해를 마감하는 12월31일
 
 
 
남편과 큰딸은 근교 스키장으로 보드를 타러 떠났고
몸살과 동거를 하며 몇날 며칠을 끙끙거리는 난 작은아이를 데리고
미국에서온 대학 선배언니를 만나러 커피숍으로 나가야 했다.
스키장 담에 가고 작은아이를 봐주면 모임에 가쁜하게 나갈 수 있었는데
내심 몸은 몸대로 아프고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야 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즐기러 나가고
...
 
 
 
 
 
 
까칠한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발라도 까칠함은 도드라지게 더 나타나
보인다. 평소에 화장을 짙게 안하는 스타일인지라 오늘은 그냥 메이컵 베이스만 바르고 살짝 파우더로 두둘겨주고 나가야지하는 마음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눈감고도 찾을 자리를 찾아봐도 메이컵 베이스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다른곳에 두었나?
혹시 가방에?
아니지 시댁에 갈 준비물은 아직 챙겨놓지 않았는데 어찌된거지?
아님 작은아이가?
\"지원아 엄마 화장대에 있는 치약같은 화장품 혹시 치웠니?\"
\"아니 엄마....\"
 
 
 
 
 
 
며칠전 작은아이는 내 핸드폰의 전원을 살짝 꺼서는 서랍에 살짝 감춰놓는 깜찍한 행동을 한 다섯살배기 꼬마이니 순간 작은아이를 또 의심할수 밖에..
그런데 아니란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건 이실직고 절대로 아니란다.
그럼 어찌된거야..
그거 없음 화장이 영 화장이 아닌것이 얼굴따로 분장기술이 따로따로 놀텐데
이가 없음 잇몸으로 살라고 했으니 메이컵베이스 생략하고 화운데이션만 하고 나가기로 맘을 먹었다.
 
 
 
 
 
순간 머리가 번쩍하며 백열등이 켜진다.
\"안돼~~~~~~~~~~~~~~~~~~~~~~~~~~~~~~\"
범인은 남편인것이다 분명 이건 잠시 작은아이를 의심하기전에 먼저 의심을 해봐야 할 사람을 그냥 지나쳐 버린것이다.
남편은 스키를 타러 나가기 전에 내 화장대를 봤으며 화장대 위에 있는 튜브모양의 화장품중에서 썬크림 비슷한거를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친한 동생이 유럽여행다녀오면서 선물이라고 준건데
그래서 아끼고 아끼면서 콩알 크기만 짜서 쓰세요 하면 팥알크기만하게 짜서 쓰고 아끼던 화장품인데 용량도 30g이니 아끼던 것인데
이를 어째 분명 남편은 화장품에 적혀있는 SPF40이란 숫자에 눈이 휘둥그래져서 이정도의 숫자면 스키장에서 자외선 걱정 NO 눈에 피부 검어지는거 NO를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쥐고 나갔을 것이다.
 
 
 
 
 
 
워낙 타고나길 피부가 매끄럽고 하얀 피부를 지닌 남편은 어딜가나 피부가 태양에 노출이 되어서 검게 그으를까봐 걱정걱정 또 걱정에 해수욕장이라도 갈라치면 수영복보다도 먼저 썬크림이 눈에 띄어야만 수영장에 갈 채비가 다 되었다고 곤히 잠이 들정도의 집착이 심함 물품중하나다.
요즘같이 화장품이 대중화 되어있어서 편리한 세상이니 망정이지 갓쓰고 망검쓰던 옛시절에 살았다면 아마도 며칠 못견디고 스트레스에 쓰러지고 말 스타일 아니겠는가.
 
 
 
 
 
 
전화를 했다.
안받네..이거 클났다
지금 시간으로 봐서는 설원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신나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스키를 즐긴시간...
그럼 게임은 끝난거다.
그 넓디 넓은 축구장만한 얼굴에 두리뭉실한 커다란 손으로 화장품 허리를 꾹 눌러 쭉 짜서 얼굴 여기저기며 한술더 보태서 목에 손까지 거기에 한술 더떠서 큰딸한태도 발라줬고 딸 친구며 동생... 동참한 선배 얼굴에 까지 발라줬을것이 분명하다.
혼자 바르면 챙피하니깐....
 
 
 
 
 
 
 
피부가 내가 보기에도 민망스러울정도로 하야서 꼭 하얀 뚱돼지가
물만나서 첨벙거리는 모냥같이 보여서 제발 자제해달라고 해도 안되는 고질병인지라 혹시라도 어느 수영장에 하얀 꽃돼지같은 남정네가 나타났으면 그사람은 분명 내남편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친구들에게도 말해버렸는데
남자가 뭐그리 피부에 집착을 하는지 사실 피부좋다는 여자들보다 더 하얀 피부로 수영장을 누비는 폼이 과히 볼만하다 거기에 살이라도 없음 다행이지 더덕더덕 애교살에 나이살에 변덕살에 살이란 살은 다 붙어있는 판인데
걍 놔두자..그러다 말겠지 어느순간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던지 말던지
어제도 샤워할때 보니 찬물에 끄악끄악 차력사 소리지르듯 소리를 질러가면서 샤워를 하더니 그래야 고등어처럼 매끄러운 피부가 된다나 모라나..
끙.....그것도 걍 놔두자...그러다 말겠지
더 나이들면 찬물에 못견딜 날이 오겠지..
어찌 말린대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저녁이 되고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를 시댁에 마련하기로 했다
각자 시댁에 가서 만나기로 하고 싣댁에 도착해서 얼굴을 제일먼저 봤다
빤빤하긴...
아마도 스키를 즐기시느라 신이났던 모양이다 화색이 창연하다
아니면 내 메이컵 베이스를 쭉 짜서 발랐으니 화색이 돌일이기도 하겠지.
\"내 화장품 가지고 갔어?\"
\"응..썬크림....\"
\"그거 썬크림 아니란 말야 그걸 가지고 가면 가지고 간다고 말을 하던지 아니면 발라도 되는건지 물어보든지 그냥 가지고 가면 난 화장은 어떻게 하고 매너가 왜 그모냥새야...\"
\"그냥 자외선 차단지수가 써있길래 ....\"
\"요즘 여자 화장품의 대부분이 자외선 차단 지수가 써있거든....다 써있다고 그냥 무조건 쓰면 되냐고...이래내봐\"
\"여기....\"
 
 
 
 
 
 
세상에 허리를 동강 절단내려했는지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있고 내용물이
거의 바닥이 나버리고 말았다
30g이면 연고 크기인데 그걸 딸과 동행들과 함께 발랐으니....
순간 짜증이 물밀듯 밀려왔다.
\"똑같은거로 하나 사서 곱게 화장대에 올려놓으시죠..\"
\"근데 이거 S000이면 비싼거 아냐? \"
\"비싼거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얼굴에는 생각없이 마구잡이로 발라놓고
이제와서 남의것이니까 나몰라라 하면 어쩌자는 건데...\"
\"..............알았어..사다놓으면 되잖아...\"
\"한번이라도 와이프 화장품 사다준일도 없으면서 쓰기는 왜쓴대 그것도 아끼는걸..\"
 
 
 
 
 
 
 
열심히 종이에 이름을 적는다.
과연 사올지가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거 동네 화장품가게에 없잖아  백화점에 가야 하는거 아냐?
이거랑 비슷한거 사다주면돼?\"
\".........아니 유럽에나 가야 해..\"
심통스럽게 말했다.
내가 넘 심했나...그래도 그렇지
신나게 스키도 타고 스트레스도 날려버렸겠다.  난 십여년만에 만나는 선배언니를 작은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대화에도 집중못하고
몸도 아파서 골골골 하고 다녔는데 거기에 내 화장품까지 가지고 나가 화장도 제대로 못하게 한 남편이 너무나도 미웠다.
 
 
 
 
 
 
 
내일이면 한살 더 먹어 마흔다섯살이 되는 남편
그땐 혹시라도 내 피부를 찬찬히 읽어가면서
그 곱디 곱던 얼굴에 어느새 세월이 내려앉아 잔주름이 생기고,
머리에는 하얀 눈이 내렸으니 어여쁘다 우리 마누라여 이제부터 내 피부보다는 당신피부를 더 사랑하고 아끼며 살리다...하지는 않을까...
희망을 가진다는 건 좋은거니까..ㅋㅋ
 
 
 
 
올 한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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