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퍽 쿨럭쿨럭 픽픽픽 쿨렁쿨렁”
이게 무슨 소린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니? “
“변기가 막혔어요. 꽃순이 오줌 딱은 휴지를 넣었더니 꽉 막혔나봐요”
“조금 있으면 뚫리겠지…….”
금요일 아침부터 막힌 변기가 한낮이 지나고 저녁이 되어도 그 모습 그 자리였다.
아들아이가 변기 뚫는 전문인데, 꽃순이가 우리 집 식구가 되면서 자주 변기가 막히곤 했다.
꽃순이는 깔끔하다 못해 결백증이 있어서 자기가 싼 자리에선 안 싸고
깨끗한 곳만 골라 싸다보니 휴지도 많이 들뿐더라
그 휴지를 넣다보니 변기가 툭하면 막혔다.
그럼 아들아이가 뒷일을 처리하다보니 변기 뚫는 건 내가 전문이지,
하면서 스스로 인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도 한참 달랐다.
하루해가 다 가도록 변기 뚫기 막대기로 휘휘젓기도하고
두들겨 패기도 하고 살살 달래기도 했지만 변비 걸린 변기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
다행이 옆 동에 살고 있는 엄마네로 가서는
싸고 싶은 거 다 싸고 밤늦게 집에 오기로 했다.
엄마는 변기 뚫는 아저씨를 부르면 된다고 했지만
신정이라서 삼일동안은 참아야한다.
며칠 굶는 것도 못할 짓이지만 생리현상을 해결 못하는 것도 진짜 안 되는 일인데…….
밤 12시가 넘어 집으로와 변기통과 한바탕 두바탕 세바탕 싸웠지만
변기는 여전히 변비 중이었다.
“작은 것은 바닥에 싸고 물을 충분히 뿌릴 것,
큰 것은 할머니네로 뛰어가 해결할 것, 알았냐? 얘들아? “
2006년이 이틀 남았다.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을 잠자리에 누워 떠올려 본다.
초봄부터 여름동안 카페에서 가지각색 꽃을 심으면서
시골 가서 꽃을 심으며 살겠다는 내 꿈을 접지 않기로 했다.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거지만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 믿기로 했다.
카페를 그만 두면서 컴퓨터를 배웠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배우고 싶은 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컴퓨터 자격증을 따면서 바로 페션핸드페인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옷에 그림을 그리는 이 일이 적성에 맞고 나이가 있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일을 하지 않아서 돈은 벌지 못했지만
나는 항상 바빴고 뭔가를 배우고 있어서 한 해가 빨랐고 보람 있었다.
몸은 애벌레처럼 편했다. 잎 무성한 나무, 그 잎에 앉아 한가롭게 풀을 갉아먹었다.
마음은 계절처럼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그래…….그럭저럭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래…….갈등은 귤박스처럼 썩은 귤이 여러 개 나왔지만 배부르게 실컷 먹었다.
후회는 하지 않을게다.
그런데 말이야…….변기통이 막혀서 찌뿌둥하다…….
그 놈의 변기통 때려 부실수도 없고, 으이그그 잠이 안 오네.
휴일 첫째 날, 여전히 변기는 변비중.
휴일 이틀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변기통을 들여다봤다.
물이 출러덩출러덩 넘칠 것 같더니 한양재기 정도만 남아 있다.
전문가인 아들아이에게 다시 힘 좀 써보라고 했다.
“꿀럭꿀럭 푸식푸식 퍼억퍼억 꾹꾹꾹 쉭쉭 쉬이익~~”
삼십분을 변기와 씨름을 했지만 아들아이가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아니야, 이건 휴지가 막힌 것이 아니고 덜렁이 딸아이가 변기 속에 뭔가를 떨어뜨렸을 거야
“기집애야~~너 뭐 떨어뜨린 거 아녀? 니 화장품이나 머리핀 중에 없어진 거 없냐?”
무생물체인 변기에게 진 게 분해 예쁘게 말이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왜 날 갖고 그래~~ 내가 아무리 덜렁이라도 변기통에 그런 거 먹이지 않아~~”
딸아이가 화장실로 달려와 자기가 뚫어본다고 난리다.
몇 번 푹푹 쑤시더니 안 되네, 하면서 화장실을 나간다.
앞뒤가 꽉 막혀 한마디 말도 통하지 않는 변기와 답답한 하루가 저물었다.
할 수 없이 꽃순이를 끌어안고 네 식구가 엄마네로 몰려갔다.
저녁 배부르게 먹고 볼 일 볼 거 보고
밤늦게 집으로 오는 길에 슈퍼에서 ‘뚜러펑’을 사왔다.
변기 속에 콸콸콸 들어붓고 변기통 뚜껑을 닫아 놓고 하룻밤을 잘 생각이었다.
2006년도 한 시간 남았다.
큰 탈 없이 보낸 한 해, 감사했고
2007년엔
웃는 일 더 많기, 더 건강하기, 더 사랑하기, 더 행복하기…….
그런데 변기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
화장실에선 변기와 변기 뚫는 전문가와 싸우는 소리가 난다.
“뿌악뿌악 뿌식뿌식 뻐억뻐억 꽉꽉꽉 쒹쒹쒸이이익~~”
아들아이가 비틀거리며 거실에 대자로 뻗으며 아구구 힘들어, 한다.
“아들아 관둬라, ‘뚜러펑’ 붓고 내일 아침에 다시 해봐서 안 되면 아저씨 부르자”
“아니에요. 기필코 올 해 안으로 뚫고 말거에요.”
변기야! 다시 붙어보자, 하면서 아들아이는 입던 바지도 벗고
내복을 걷어 붙이고 화장실로 갔다.
“뿌아악 뿌씨식 뻐어억 꽈아악 쒸이익~~”
변기 뼈가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난리가 나는가 싶더니
“엄마??? 이겼다아~~~”
컴퓨터에 붙어있던 딸아이도 뛰어가고
텔레비전과 놀던 나도 리모컨을 던지며 달려가고
소파에서 자던 꽃순이도 두 눈을 반짝 뜨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드디어 변기통은 찬물을 휘휘 돌리더니 밑으로 쫘아악 빨아 들였다.
새해를 30분 남겨 놓고 변기는 시원하게 뚫렸다.
네 식구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잘 먹고, 잘 싸자 건강한 게 최고다, 뚫어진 변기가 시원해서 내가 한 말.
맞아요 엄마, 변기 뚫기 전문가인 아들의 대답.
맞아 엄마, 올 해 일본으로 유학 가는 딸아이 대답.
“꽃순이도 건강해라.”
변기통을 막히게 한 꽃순이가 뭔뜻인지 모르고 혀를 날름거리며 애교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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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컴님들...
새해에는 막혔던 일들 뻥~~뚫어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