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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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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클로져 댄 에버> 를 보고


BY 박진 2006-12-28

현대백화점 클럽 유피에 글을 올려 당첨된 두 장의 따끈따끈한 로얄석 표로 보게 된 이번 공연은 예술 그 자체였다.

제목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공연은 스케일 있고 장중한 대극장 공연보다는 잔잔한 감정의 파도를 실어주는 소극장 공연을 좋아하던 내겐 안성맞춤의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결혼 전엔 문화적 코드가 참 많이 비슷하던 남편과 종종 소극장 공연을 체험할 시간적 여건이 되었었는데.아이 키운다며 싱글 때는 쉽게 할 수 있었던 그런 일들이 일상이 뭔지 먼 일이 되버렸는데...... 실로 오랜만에 하늘마저 겨울 답지 않은 푸르름으로 우릴 반겨 주는 그 날 우린 가슴 뜨거운 그들을 만났다.

체질 적으로 나란 사람은 아둥바둥 사는 거 딱 질색인 사람이었는데 현실이란 버거운 장벽은 이런 나조차 퇴색시키는 듯 했었다.이 극의 주인공 진희,준희,숙희처럼......

인생에서 어느 때보다 무한한 자기 잠재력을 분출하고 싶은 간절함에 목마른 30대의 한 정점에 선 그들이 바로 나이고 또 나의 그 사람 남편의 조금은 외로운 자화상이기도 했다.그래서 더더욱 애착이 가는 그들이었다.

순정적인 사랑 뒤에 오는 예견치 못했던 외로움에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리는 진희,자신의 소중한 꿈을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사랑하는 여인과 나누려는 준희,능청스러운 미소로 때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진짜 사랑은 하나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믿는 신파 같은 사랑을 택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빨간머리 앤 같은 여자 숙희 이 세 사람은 다른 듯 하지만 그러기에 더 닮은 듯한 숙명의 친구들이다.

10대 시절의 무모함과 20대 시절의 그저 뛰쳐나가고 싶은 오만한 객기는 가고 없지만,그 예쁜 시절들을 추억 속에 아련히 묻을 수 있는 30대엔 뭐든 취해버리고 싶은 욕구에 숱한 불면의 밤을 지샌다.

변해버린 건 우리 자신들이 아니라 우리 앞에 마주한 가혹한 현실일 뿐인데,우리는 어쩜 착각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그들은 얘기한다.우리가 변한 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며......

공연 내내 난 위로 받고 있었다.따스한 그들의 입김에,쓸쓸한 넋두리에,곁에서 수수하게 미소 짓는 아니 눈가에 자그마하게 맺히던 액체 위로 흐르던 나의 그 사람의 그림자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하고 말하던 푸쉬킨을 떠올렸다.

너무 쉽게 변해가는 우리가 되기 보다는 이 공연의 제목처럼 \'이보다 더 가까워질수 없는\' 그런 우리들이 되보는 건 어떨까 이 해가 가기 전에 자신에게 약속해보자.세상 속에 우리가 빛으로 스러지는 그 날까지 영원히 사랑하자.

슬픔이여 안녕......

외로움이여 안녕......

꿈꾸자,사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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