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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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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BY 마포나루 2006-12-26

전날 모처럼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온 저는 
아침부터 졸리고 짜증이 났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엔 또 왜 그리 사람들이 많은지요.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고... 한참을 흔들리다가
다행히 저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고개는 자꾸 바닥을 향했어요.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세 정거장 정도가 지났을까?
\"여러분,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어찌나 큰 목소리였는지, 저는 깜짝 놀라서 일어났습니다.

며칠 동안 세수도 하지 않은 듯한 아저씨가
통로 중앙에 서서 외치고 있는 것이었어요.
잠에서 깬 짜증 묻은 얼굴,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 등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아졌습니다.

\"제겐 네 살 짜리 딸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거기까지 말하자 승객들은
\"또 거짓말이군. 얼마나 돈이 아쉬었으면, 딸까지 팔면서 저럴까?\"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겠다 생각한 저는 다시 잠을 청했구요.
대부분의 승객들도 무관심한 표정이었지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해 주면,
어려운 일도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저는
제 딸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여러분.. 부디 제 딸이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 딸 이름은 송희입니다.\"

눈물까지 머금은 그 남자는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다음 칸으로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봤어요. 하나, 둘 조용히 눈을 감는 승객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