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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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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손으로 담근 김치


BY 커플링 2006-12-12

김장김치를 담근 다고 절인배추를 들고 간 날 ...

하루 종일 기대로 가득찼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떻게 담그고 어떤 맛이 날까하고...

빨리 저녁이 돼서 김치가 든 가방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벽에 걸린 시계만 보고 또 보고 오늘 따라 시간이 왜이리도 더디 가는지 김치 담그는 아이들 모습만 그려보며 웃는다.

6시30분 아이들이 온다는 알람이 울리고 신발을 신고 달려 나갔다.

아이들도 엄마를 보는 순간 너무 좋아  큰소리로 \"엄마\" 하고 달려온다.

양 손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기 바쁘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김치 잘 담궜어.\"

물어보니 대답도 시원하게 \"네\" 라고 말하고는 \"먹어보세요.\"

밝은 얼굴을 보니 잘 담궜나보다.  딸아이의 가방을 들어보니 김치가 들어있어 그런지 묵직하다.

가방 속 김치를 꺼내 반가움에 손으로 찢고는 김치를 먹어 본다.

생각보다 넘 맛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김치만 몇 조각째 개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계속 먹다 아들의 김치도 있었지.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아들의 가방을 들어보니 이상하다 왜 이렇게 가볍지 했더니 김치가 없는 텅빈 가방 뿐이였다.

풀이 죽어 아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말 뿐이였다.

너무 궁금해 문자를 찍어 선생님께 물어보니 들고 간다기에 손에 쥐어줬는데 신발을 신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갔다는 선생님 말씀...

아들 보고 \"이 녀석아 너가 잊어버리고 안가져 와놓고 모른다고 하면 어떡해해. 선생님께서 챙겨줬는데 너가 잊어버렸지.\"했더니 그래도 모른다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이 과간이 아니였다... 엄마처럼 건망증이 벌써 온건지...

내일 준다고 하니 꼭 가져와 했더니 그제서야 웃으며 \"네\" 대답한다.

딸아이의 예쁜 심성만큼 김치 맛도 끝내줘서 저녁엔 김치로 밥 한공기를 다 먹었다.

딸아이와 아들도 직접 담근 김치가 맛있었는지 맵다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물도 먹고 \"하하\" 소리까지 내면서도 \"맛있어요.\" 라고 말하며 열심히 먹는다.

자기들이 만들고 먹는다는 것이 색다르고 재밌고 즐거웠나보다. 그래서 먹는 것까지도 엄마가 만든것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나보다.

시골에서 배추를 붙여준다고해서 아직 김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 번에는 아이들과 같이 김장을 해 봐야겠다..

아이들의 웃음 꽃이 담긴 양념이 더 들어가면 더 맛있는 김치가 되지 않을까...

웃음도 나고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 번 겨울엔 매운 김치도 웃으며 먹을 수 있을 것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내일 아들이 가져다 줄 김치는 또 어떤 맛이 날까 기대에 부풀어 본다.

토요일이라 더 일찍 올 텐데... 빨리 느껴보고 싶다.

토요일 아침에 차량운행을 하지 않아 추운 길을 걸으면서도 춥다기 보다 발걸음이 가볍다.

아이들의 웃음과 장난기 있는 행동들로 추위도 이겼나보다.

아이들을 보내고 2시 30분이 되기를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영화를 보는 걸로 시간을 채워갔다.

드디어 아이들을 보는 시간 언제나처럼 문이 열리는 순간 엄마를 반기는 아이들...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가방을 들어보니 \"아하! 이번엔 있구나.\"

무섭게 지퍼를 열고 김치를 담은 비닐도 손으로 찢고 길어보이는 김치를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고 손을 젓가락 삼아 집어 먹어보니 누나가 담근 김치의 맛과 좀 다른 맛이 난다.

멋지고 귀엽운 아들 만큼 김치도 거기에 걸맞는 맛이 났다.

이 김치로 어제처럼 밥 한공기는 문제 없었다.

아이들이 담근 김치로 웃으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밥 먹으며 \"음...  음..\" 하는 맛있는 소리가 끈이지 않았고 웃음소리도 끈이지 않고 김치가 주는 고마움도 끈이지 않았다.

김치의 좋은 점을 얘기하며 먹어서 그런지 아이들도 더 잘먹는다.

\"김치를 잘 먹어야죠. 건강하죠, 키도 크죠.\" 큰 소리로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행복하다.

골고루 잘먹는 아이들을 보며 반찬 투정 하지않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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