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엔 국사가 있고 개인에게도 나름 역사가있다.
개인의 역사는 이력서를 통해 들여다 볼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별 이력이랄것도 없는 사람은 어린 날 부터 찍어
놓은 몇 장의 사진을 늘어놓고 내 역사를 들여다본다.
나의 가장어린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은 그때가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살려 보면 추석무렵이 아니였나싶다.
어느 날 할머니와 엄마 두 분은 마루에 앉아 이불 홑청을
띁어 내셨다.
그리고 해가 어스름 한 저녁 놀랍게도 그 이불 홑청은
언니것의 한복 한 벌 내 것의 한복 한 벌 그렇게 두 벌의
한복으로 변해 있었다.
깊은산골 어린나이에 다리가 아픈것도 할머니께 숨겨 가며
산을넘어 따라나선곳.
고향의 유명한 절앞에 귀여운 한복을입고 찍은사진.
아마도 5살 무렵인듯하다.
그리고 역사없이 뛰어넘은 세월은 꽤나 길어 초등학교 6학년때
엄마는 그 힘들었던 시절에 무슨마음을 먹은건지 오빠,언니,그리고 나
그렇게 세 자식들을 앞세워 사진 한 장을 찍어 놓으셨다.
그리고 역사없이 세월이 흐르고 스무 살 무렵 직장생활을 하며
자의던 타의던 남겨진 몇 장의 사진.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할때 남편은 결혼전에 이미 비디오 카메라.
사진기 그런것들을 모두 구입해둔 상태로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성을 쏟았지만 지금와 생각해 보면 내 모습이란것은
아이를 따라 종종거리는 잘린발 아니면 넘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잘린손 정도 그리고 남겨진 몇 장의 사진들은 나의 역사가 아니면
누가 볼세라 얼른 찢어 없애고픈 초라한 모습들 뿐이다.
어린 날 사진부터 현재의 사진들을 방 바닥에 늘어놓고 들여다 본다.
가슴이 쩌르르 아파오는 통증이 느껴진다.
순간순간 남겨진 사진들은 내가 그 시대를 살았던 과거와 오버랩 되고
아물었던 상처들이 잊혀졌던 기억들이 되 살아난다.
내가 자유로워 지고 움직임이 많아진 만큼 많아진 사진들.
배경도 이쁘고 사진속의 내 모습도 이쁘다.
눈을 찢어 쌍꺼풀을 만든것도 아니요.
실리콘을 넣어 낮은 코를 높인것도 아니요.
키가크고 몸매가 쭉쭉빵빵 인것도 아니다.
하지만 \'큰애기\'소리를 들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사하는 스무 살.
그때보다도 내 모습은 지금이 훨 이쁘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라는 말이 있다.사람의 마음 가짐이나 행동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얼굴에 보여지기 마련이다.
하루를 살고가는 곱디고운 노을이나 마지막 잎새를 떨구기 전 그 화려한 단풍이나
자연의 마지막 순간은 가슴이 아리도록 곱지만 사람의 마지막은 꼭,그렇지 만은
아닌듯하다.
물론 저녁노을 못지않게 곱디고운 아름다운 노인분들을 많이 보긴했지만....
나이 들어가며 인색한 얼굴 표정이되고 어제 보다도 점점 못한 얼굴이
되어간다면 나를 보는 다른사람에게도 죄를 짓는일이 아닐까.
아름답다는 것은 여러사람에게 복을 짓는 일인거 같다.
타고난 아름다움이 없다면 최소한 내 얼굴에서 인상좋다는 말이나마
들으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거 아닌지...
인사 치레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그런소릴 듣는 횟수가 많아지는 요즘
나는 내가봐도 참 이쁘다.
점점 흰 머리가 많아질 것이고 주름도 늘어갈 것이다.
아직 염색없이 흰 머리를 기를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다.
흰 머리를 그대로 길러 올리고 작은 키에 어울리는 편리한 개량한복을
입을 참이다.세상의 온갖 유혹에서 나를 지키고 남편과 약속한 결혼서약을
잘 지키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꼿꼿함을 지니되 나를 아는이에게는
인색하지 않고 나를 아는 이에게는 작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눈,코,입 오똑오똑 진짜 미인은 아니여도 인상좋은 사람으로 늙어 가는 것.
그것이 내 꿈이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늘 낫다 느끼며 사는 나는 십년 이십년이 지난후
늙은 모습이라도 서글프지 않고 설레이며 맞을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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