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보고 있으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의견을 물어보면 한참 있다가 글쎄요…….엄마 좋을 대로 하세요…….
내가 그랬었다.
친구가 뭘 물어보면 글쎄…….몰라…….이런 말을 잘 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별명이 몰순이었다.
머리가 모자랐던 건 아니었는데, 한쪽 머리가 약간 비어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이 의견을 물어보면 뭔 말인지 뜻은 알겠는데
어떻게 말을 조리 있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랑 오해가 생기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썼었다.
연애를 할 때도 말로 표현을 못하고 편지로 표현을 분위기 있게 잘 풀어 써서
편지로는 말을 잘했었다.
대필도 많이 써 줬으니까 여하튼 연애편지는 잘 썼었다.
아들아이에게 장차 뭔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농사? 네…….전 시골이 좋아요.(중학생이 되니 이렇게 말한다)
농사가 뭔 줄이냐 알아? 전 자연시간이 좋아요(초등학교 때 이랬었다.)
아무 재주가 없는 아이다. 특별하게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활달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편도 아니다.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예능 쪽에도 잘 하는 것이 없다.
다만 훌라후프를 돌렸다하면 어디서든 일등인데
훌라후프 잘 돌리는 직업이 있는 건지...... 그건 없는 것 같다.
과연 이 아이를 어디에다 쓰실지…….
농사를 짓든, 장사를 하든, 유연성 있는 운동을 하던지 중소기업에 다니든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성실하면 된다는 말을 잔소리 대신 아이에게 자주 하는 편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오면 공부 열심히 했니? 하지 말고
학교에서 재미있게 지냈니? 하고 물어보라고 한다.
난 가끔 이렇게 물어본다. 왕따는 안 당하니?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이니?
공부 못하는 건 괜찮은데,
반 친구들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성격장애나 학교생활, 나아가서는 사회생활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나도 친구가 별로 없었다.
너무 말 수가 없고 뭘 모르는 몰순이였으니
친구가 한명이나 두 명 정도였다.
그렇다고 왕따는 아니었다.
다만 친구들이 방과 후 어디가자고 하면 너네들이나 가 난 집에 가야해
이랬으니 친구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이게 왕딴가??)
방학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강원도 외갓집에서 방학 내내 보냈기 때문에
개학후 친구들은 방학동안 어울려 돌아다닌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그들 틈에서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공부를 그리 잘 하지 않았고, 미술에 소질이 있었는데 하도 가난해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공상이나 하고 노트에 낙서만 해댔으니
과연 나는 뭐가 될까? 삼십이 되고 사십이 되면 뭘 하고 있을까?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특별히 뭐가 되어 있지를 않다.
한 남자의 아내이거나, 아이들 엄마가 되어있을 뿐.
얘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어머니고, 그 남자에겐 하나뿐인 아내의 자리,
이것이 특별난 것이겠지만서두, 인생살이가 말이야
결국은 특별날것도 잘난것도 못난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대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재주가 많았다.
공부도 잘했고, 특히 예능 쪽엔 뛰어 났었다.
미대를 가려고 예고 준비도 했었지만 가정형편상 포기를 해야만 했다.
딸아이가 예고를 준비할 때 부모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빚뿐이었다.
미술을 포기하고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 갔을 때는 가정이란 울타리는 뽑혀 있었다.
여고시절에 딸아이는 글을 잘 썼다. 상도 많이 받고 그래서 국어 쪽으로 방향을 틀었었다.
그러다가 일어문학쪽으로 결정을 짓고 대학을 알아보았다.
행운은 딸아이 손을 잡아 주었다.
수능시험을 치루지 않고 수시로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다.
사년동안 해야 할 공부를 이 년 만에 한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일본으로 이년동안 유학을 보내주는 대학,
그러니까 사 년제 대학을 이년은 한국에서 이년은 일본에서
회화와 일본문학을 배우는 것이다.
보통 일년 유학비가 삼천만원이 드는데, 딸아이는 천만 원이면 유학을 갈 수가 있다.
딸아이는 나보다 더 돈 걱정을 많이 하면서 미안해한다.
엄마 덕분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 아이를 어디에다 쓰실지…….
나는 컴퓨터를 석 달째 배우면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어렵고 힘이 드는데
자격증을 따도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일단 나이가 많고,
내가 따는 자격증은 속된말로 소나 개나 아무나 따는 기본자격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션핸드패인팅을 시작했다. 청바지나 옷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나라에서 인정하는 국가자격증은 없고
소질이나 취미에 맞아 고급과정까지 수료를 하면 강사자격증이 주어진다고 한다.
아직은 어디에서 무얼 어떻게 써 먹게 될지 모르지만
나를 어디에 쓰실지…….시간이 대답을 해 주겠지…….
아까도 아들아이한테 왕따는 안 당하니? 하고 물어보니
\"엄마두....제가요 공부는 잘하지 못해두요, 학교 다니는 건 재미있어요.\"
\"그러냐? 하하하 다행이다.\"
\"엄마두 차암~~~저도 다행이라 생각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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