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에 난 만으로 마흔이 되었다.
일부러 우리네 나이로 치자면 진즉에 벌써 작년에 마흔이 되었겠지만,
난 항상 만 나이를 내 나이로 주장하였다. 아직은 삼십대야 왜들 이러셔~ 함시롱.
세상에 태어나자 마자 1살을 먹고 시작하는 우리네 나이세는 법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라도 입은 양 거부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미모와 젊음으로 먹고 사는 연예인도 아닐진대 한두살이라도 나이를 에누리해서 남과 나를 속여야 할정도로 피곤하게 살고 싶지도 않다.
해서 이제는 아무리 에누리를 해 봐도 더는 깎을 수 없는 나이, 꽉찬 마흔이 되었다. 되버렸다. 누가 너 인제 마흔이지? 하고 다그쳐도 하나도 억울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되버렸다.
이십대 때는 삼십대에도 뭔 두근거리는 설레임이 남아 있을까 했었다.
삼십대 때는 사십대에도 누구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매혹이 남아 있을까 했다.
세상을 붉은 석양빛으로 물들일 수 있는 열정이 남아 있을까 했던
김빠진 맥주같다고 한심한 눈빛으로 상상했던 그 나이가
나는 되었다.
내가 하늘이 허락하여 팔십까지 산다고 했을때
(이후에 삶이 어떨 것인가 하는 것은 아직 상상이 채 되지 않는다. )
벌써 반환점을 돌아 유턴해서
출발지점으로 다시 가고 있는 것이다.
천년만년 살듯이 온갖 고민, 궁리, 몽상 다해가며 살고 있지만
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세상에 나오던 순간부터 갈날도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인생도 흐르는 시간 속에 빚어내야할 예술조각품이 아닐까?
각고의 노력끝에 얻어지는 하나의 그림은 오랜 시간 속에 만인에게 향기를 내뿜어내듯이
흘러가는 시간만 아깝다 하지 말고,
오늘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것들이 내 인생이라는 예술품의 한 조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한순간도 의미없는 시간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자주 자주 돌아보고 또 가끔씩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아야겠다.
어떻게 살아야 회한이 안 남는 알뜰하게 살아낸 삶이 될 것인지
가끔 길을 물어보며 가는 여행길이 되어야할 텐데.
아직은 설레이고 싶은데...
앞을 모르는 인생길에 대해서...
인생의 위험한 장치들을 알아버린 두려움과
일상에의 권태는 저만치 밀어 내고...
갓 스무살 큰애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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