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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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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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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수


BY 들풀향기 2006-11-14

 

 

4월부터인가 8개월동안 쉬임없이 일을하며 바쁜 일과를 보냈다

그로 인해 아컴에 조차 놀러올수 없었다

일을 안하고는 배겨낼수 없는 성격으로 태어나 항상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내 팔자

팔자의 없는 팔자 타령을 하며 끝임없이 한발은 가정에

또 한발은 일터에 놓고 심신이 지쳐야 즐거워지는 까닭은 나 자신도 이해할수 없음이다


휴식을 하기도전에 휴식이 지나가고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가을의 끝자락을 붙들고 아쉬워한다

일을 그만둔지 한달이 되어간다

한달동안 동내언니 두분과 셋이서 날마다  뒷산으로  등산을 했다

남편출근시키고 아이들 서둘러 학교에 보내고 8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아파트 정문에서 출발하여 걷기시작하면 뒷산 정상인 약수터에 다달으면

1시간가량 소비된다 한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매일 오르는 산이지만 매일 숨이 턱턱막혀온다

매일와도 왜 매일 힘든거야 혼자서 자신에게 투정을 부리며 올라가곤한다

산길에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가 군락을 이루어서 상수리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릴 듣기도 하고 낙옆이 하염없이 낙화되는 모습도 지켜볼수 있다

다람쥐도 많고 청솔모도 많다 고요한 산속은 기대할수 없다 산속이 고요하다는건

 큰 오산이다 절대 고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바람이 불면 어느세 수북하게 쌓인 낙옆을 밟으면 매일 오던 길도 다른길처럼 느껴진다

가을과 바람과 낙옆 이 모든 것들을 느끼면 시라도 한편 쓰고 싶은데

내가 쓰고싶은 시들은 시인들이 벌써 모두다 써버려서 내가 쓸 시가 없다며

투덜거려본다

약수터에 다다르면 은행나무밭이 나온다

은행잎이 모두 떨어져 황금융단을 깔아놓은듯 아름답고 포근해 보인다

턱까지 차오르던 숨을 고르고 약수터 바가지에 정한수 떠서 먼저 올린다음

다른 한바가지 가득담아 벌컥벌컥마시면 아~~~천국의 감로수가 따로있을까?

정한수는 매일매일 올린다

산에 올라와 약수터에 도착하면 마음을 가다듬고 꼭 작은 소망 한가지만 담아

정성스레 올려본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새벽녘에 일어나 부뚜막에 올린 정한수를 생각하며

그냥 그럴것이라는 가정아래 나 또한 엄마의 모습을 그리며 올려본다

 

마지막 은행잎들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이른봄에 노랑나비가 팔랑거리며 봄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처럼

하늘하늘 날리는 은행잎이 나비와도 같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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