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엄마 중에 딸 셋인 집이있다.
엄마 아빠가 돈버는 일에 무척 바쁜데다가 이 엄마 성격이 천하태평이라
아이들 아침을 아빠가 해 먹이고 나면
그제서야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일하러 간다.
그리고나면 20분거리에 사시는 친정부모님께서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셔서
친정엄마는 저녁을 해 놓으시고, 청소 빨래를 해 주시는 동안
친정아버지는 아이들을 레슨이나 과외하는 곳으로 실어 나르시다가
아이들과 저녁을 드시고 집으로 퇴근하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예 함께 살았었다고 한다.
지금은 고등학생인 큰딸이 있는 덕분에
할머니 할아버니도 일찍 가시고
아빠는 저녁에 학교를 가고
엄마는 운동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스파를 하기도 하다가
9시는 넘어야 집에 들어간다.
이 곳에서는 적어도 큰 아이가 12살이 넘어야 아이들끼리 집에 있을 수 있다.
법이 그러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단 십분이라도 저희들끼리 있으라하면
빨간 신호등에 길 건너는 부모인 양 위법 운운하며 따라 나선다.
허기는 혹시 지들끼리 두었다가 이웃이 신고라도 하면
문제는 아주 복잡해진다. 이름하여 \'차일드 어뷰즈\'
이즈음에서 다시 주제로 돌아가보자.
이 딸 셋 집 즉 모니카네 집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영어가 좀 되는 엄마보다는
영어가 아예 안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낸 관계로
한국말에 아주 익숙하다.
뭐 한국에 사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영 아니시겠지만
이곳 2세 치고는 제법인 경우이다.
한편으로는 그 제법이 지나쳐 60년대 한국말을 구사하기도 한다.
빤스라던지, 전구를 다마라고 한다던지 \'즈네들이 그러고 댕기더라\' 등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한국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하루는 모니카 엄마가 늦게 일어나 세수도 못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가려는데 둘째가 안 나왔더란다.
문에다 대고 큰소리로 \'OO아\' 부르며 빨리 안나오냐고 했더니
그 아이도 큰소리로 그러더란다.
\'똥ing\'
ing ... 무엇을 하는 중
아~ 얼마나 기가막힌 콩글리쉬인가
어른들이 2세 아이들은 어려운 한국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는 어린나이에 집에서 쓰던 한국말을
다 큰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계속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그런데 불과 몇일 후 나도 같은 일을 겪고 말았으니....
외출해야 하는데 천하태평 재방이가 또 나오질 않는다.
\' 빨리 안나오면 우리 그냥 간다>>>>>>\'
\'엄마~ I\'m 쉬ing\'
그날 저녁 디저트를 맛있게 먹으면서 열심히 가르쳤다.
쉬는 소변, 응가는 대변
한참 따라하면서 외우던 재방이가 묻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불러?\'
\"너희도 넘버원, 넘버투 뭐 그렇게도 부르쟌아.
조금 더 깨끗하게 부르는 표현이야\"
\'그러면 소변ing 그렇게 말하면 되는거야?\'
\"어휴~ 소변 본다고 하는거야\"
깔끔 떠는 딸래미가 난감한 표정으로 끼어든다.
\"으~ 그 더러운 걸 왜 \'본다\'고 하는데?
아이고 정말 이럴 때는 위대한 주입식 교육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질문 그만하고 무조건 외워\'
ps:넘버원은 소변, 넘버투는 대변
이 두 표현은 상용화 된 표현이구요
우리 큰아이 친구들끼리는 설사를 넘버 쓰리라고 한다네요.
오늘 글의 내용이 깔끔치 못해서 죄송합니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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