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아픈것을 참다가 오늘은 방사선과에 가서
x-ray도 찍고 한의원 가서 침도 맞고. 그랬다
유방암 검사와 정형외과 쪽으로 찍은 결과...
모두 어둔 하늘처럼 맘이 그랬다
몸 땡이는 혹사 시킨 몸땡이요
유방암은.. 뭔가 이상하다는 결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힘든 주방장 이참에 때려 치워야지..
그렇게 맘을 먹고도 씩씩하게 또 저녁 시간에 맞추어 들어 갔다
아무렇지도 아니한 척.. 저녁을 먹고
총각김치 200명분을 담그고.
시누이 개업 한다해서..겉절이 해 주려고 배추도 절여 놓고
온몸이 피곤했다..
늦은 손님 때문에 밤 열한시가 넘어서 퇴근 하늘 길은..
비바람이 불었다..
신호등 앞에 멈춘 차 앞으로 저 길 건너 편에 있는
노오란 은행 나뭇잎이. 비바람에 하얀 눈처럼 날린다
너무 이뻐서 얼른 가방에 있던 디카를 꺼냈다
그 순간.
아뿔싸..
남편은 한마디 던진다.
그놈에 사진은 찍어서 뭐하냐구..
\" 응\"
이 다음에 나 시골에 가서 살면 방에다 다 붙여 놓으려고
그래서 치매 안 걸릴려구..
추억 더듬으며. 아 ! 그때는 이랬었지.. 하구 생각하며 웃으려고 했더니..
사진은 찍어 놓고 정리도 안한다고 핀잔을 한다.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다.
맨날 일 속에서 그나마 잠깐의 자유를 누려 사진을 찍어 놓고
가게를 안 하구 앨범도 정리해서 놓을 넓은 집으로 가면
그때 하려구.. 맘을 먹었는데.......
대화가 단절되는 순간이다..
프라타나스 사이길로.. 차가 달렸다
둘 사이는 대화가. 사라져 버렸다..
난 아무말 없이 두 눈을 감았다
그래..
무슨 말을 하리요
맨날 본전도 못 찿구..
온 몸땡이가 아파온다
집 앞에 차를 대었다
아파트 옆 산에서 커다란 나무들이 부대끼며 바람을 이기느라
휘익 휘이익 소리를 낸다
그이는 집에 들어가고. 난 산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맑은 공기 그리움에 바람소리 들으며 서 있었다
비바림이 분다.
비가 내린다.
가을 낙엽들이 너무 아픈 소리를 내며 딩군다.
딱히 갈데도 없구.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비가 후두둑 후두둑..
그래. 여기가 콘테이너 시골 집이라 생각하자
한시간만 자야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온 몸땡이가 아파온다
하루 12시간을 서서 일을 하는 오십이 넘은 아줌마.. 나..
갑상선 유두암으로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기려고 무던히 애쓰고 살았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맘으로 살았는데
오늘 따라 다 무너진다.
바람에 내 온 몸이 날아가는 것 같다.
그놈에 말 한마디 때문에...
따스한 가슴 하나면 슬픔이 잦아 든다 던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차 안에 누워 밤 하늘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으로 먹구름이 보인다
저 구름속에 날 태워 갔으면 좋겠다
아무도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 오냐고 묻는 이도 없었으면 좋겠다..
덧없는 날개 달고. 이밤 날아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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