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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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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바람부는 퇴근 길에..


BY 김효숙 2006-11-09

며칠 째 아픈것을 참다가 오늘은  방사선과에 가서

x-ray도 찍고 한의원 가서 침도 맞고. 그랬다

유방암 검사와 정형외과 쪽으로 찍은 결과...

모두 어둔 하늘처럼 맘이 그랬다

몸 땡이는 혹사 시킨 몸땡이요

유방암은.. 뭔가 이상하다는 결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힘든 주방장 이참에 때려 치워야지..

그렇게 맘을 먹고도 씩씩하게 또 저녁 시간에 맞추어 들어 갔다

아무렇지도 아니한 척.. 저녁을 먹고

총각김치 200명분을 담그고.

시누이 개업 한다해서..겉절이 해 주려고 배추도 절여 놓고

온몸이 피곤했다..

늦은 손님 때문에 밤 열한시가 넘어서 퇴근 하늘 길은..

비바람이 불었다..

 

신호등 앞에 멈춘  차 앞으로 저 길 건너 편에 있는

노오란 은행 나뭇잎이. 비바람에 하얀 눈처럼 날린다

너무 이뻐서 얼른 가방에 있던 디카를 꺼냈다

그 순간.

아뿔싸..

남편은 한마디 던진다.

그놈에 사진은 찍어서  뭐하냐구..

 \" 응\"

이 다음에 나 시골에 가서 살면 방에다 다 붙여 놓으려고

그래서 치매 안 걸릴려구..

추억 더듬으며. 아 ! 그때는 이랬었지.. 하구 생각하며 웃으려고 했더니..

 

사진은 찍어 놓고 정리도 안한다고 핀잔을 한다.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다.

맨날 일 속에서 그나마 잠깐의 자유를 누려 사진을 찍어 놓고

가게를 안 하구 앨범도 정리해서 놓을 넓은 집으로 가면

그때 하려구.. 맘을 먹었는데.......

 

대화가 단절되는 순간이다..

 

프라타나스 사이길로.. 차가 달렸다

둘 사이는 대화가. 사라져 버렸다..

난 아무말 없이 두 눈을 감았다

그래..

무슨 말을 하리요

맨날 본전도 못 찿구..

 

온 몸땡이가 아파온다

집 앞에 차를 대었다

아파트 옆  산에서 커다란 나무들이 부대끼며 바람을 이기느라

휘익 휘이익 소리를 낸다

그이는 집에 들어가고. 난 산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맑은 공기 그리움에 바람소리 들으며 서 있었다

비바림이 분다.

비가 내린다.

가을 낙엽들이 너무 아픈 소리를 내며 딩군다.

 

딱히 갈데도 없구.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비가 후두둑 후두둑..

그래. 여기가 콘테이너 시골 집이라 생각하자

한시간만 자야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온 몸땡이가 아파온다

하루 12시간을 서서 일을 하는 오십이 넘은 아줌마.. 나..

갑상선 유두암으로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기려고 무던히 애쓰고 살았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맘으로 살았는데

오늘 따라 다 무너진다.

바람에  내 온 몸이 날아가는 것 같다.

 

그놈에 말 한마디 때문에...

따스한 가슴 하나면 슬픔이 잦아 든다 던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차 안에 누워 밤 하늘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으로 먹구름이 보인다

저 구름속에 날 태워 갔으면 좋겠다

 

아무도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 오냐고 묻는 이도 없었으면 좋겠다..

 

덧없는 날개 달고. 이밤 날아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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