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라크 의회가 9살 어린이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 시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7

김장


BY 이미래 2006-11-08

배추밭에는 배추 벌레가 있었다

구멍이 송송 뚫린 배추를 뜯어 배추 나물을 해댔다

고구마를 캐대고 고구마순을 뜯어 소죽을 쑤기 위해 말리는 늦은 가을 볕에 배추는 잘도 자랐다

동백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한 12월이 되면 배추를 거둔다

작고 크고 속이 여물고 실한 배추 모두 모아서 여름에 사들였다 광에 두고

녹아 내리기 시작한 소금물을 따로 받아 간수로 쓰고 실한 소금을 뿌려 배추를 절였다

수도도 없고 우물도 없던 샘터에는 겨울을 보내는 건기에 흐르는 샘물이 졸졸 흘렀다

길을 내려 오고 밭을 건너 뛰어 동네 우물에 절인 배추를 퍼질러 부렸다

어머니는 한나절을 배추를 씻었고 동생과 나는 배추를 퍼나르고 가져날랐다

시골 우리집에서도 김장은 여자들의 일거리였다

배추밭에서 배추를 거드는 일 말고는 남자들은 김장 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솥 고은 멸치 젓갈을 풀고 고추가루를 썪어 김장을 한다

 

하얀 백 김치가 광에서 익어간다

배추속에는 장에서 사온 배 사과가 속에 묻어 있다

김장의 끝은 백 김치가 익어 광에 드나드는 일이 자주 생길때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3개월이 안되었을때 김장을 한다고 설쳤다

아이가 10월생이니 늦어도 12월에는 김장을 했으리라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

두식구 먹는 김장 해달라고 하거나 사먹지 차가운 거실에 아이를 뉘어 놓고 설쳤으니 다행이 시누들이 와서 김장을 해 줬지만 기쁜 마음이 아니었다

아이가 걸어 다닐 무렵 김장철이 돌아왔다

아이아빠는 시골 식성이고 우리 음식을 좋아해 김장 담그는 일을 큰 행사로 안다

혼자서 배추를 절이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거들었다

이상했다 그러고도 기분 좋았다

 

김장을 끝낸날이면 돼지고기 보쌈을 먹는다

어렸을적 12월의 추위에 언손 호호 불며 김장을 해대던 어머니 보쌈한번 드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