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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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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넷...


BY 후시기유기 2006-11-03

* 열 일곱살...생에 처음으로 만화가게에 가다...

 서울의 고등학교..방학임에도 머리싸매고 공부하던 그때, 고 2 올라가는 겨울방학 학교 독서실에서 친구와 스트레스를 풀자고 모험을 한곳이 만화가게...입구에서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강경옥이란 작가의 별빛속에 란 만화를 읽고 꺼이꺼이 울면서 학교로 돌아가던 그 길이 너무나도 그립다...그길 내내 울면서 걸어가는 나를 달래며 함께 걷던 그 친구는 지금 뭘하고 있을런지...

 

* 열 아홉살...생에 처음 경찰서를 가다...

  늦은 밤 사설 독서실에서 마지막 박차를 가하던 고 3때..늦게 귀가하던 내게 덥쳤던 성폭력미수범...술 기운에 그랬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그 뒤로 서너달을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던 그때...가정까지 있던 30대 중반의 그 넘은 지금은 멀쩡히 살고 있는지...처음으로 맞이했던 나의 아홉수...

 

* 스무살...꽃다운 나이...재수하다..

  가장 꽃다운 나이라지만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의 스무살...원하는 학교를 가기 위한 재수를 했고, 공부보단 노는게 더 신난다는 진리를 배운 나이....그리고...가슴아픈 첫사랑을 앓은 그때...생각보다 참...많이 아팠던 그때...

 

* 스물 두살...사랑이 무너지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였던 사람이 결혼을 했다...6살이나 많던 선배를 좋아했고, 사랑했고, 그에 맞는 상대가 되기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스튜어디스에게 빼았겼다...그뒤로 제복입은 여자를 싫어하게 되었다지...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잔인한 현실에..노래방에서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를 울면서 불러제낀 슬픈 내 스물두살의 일기...

 

* 스물 네살...남자를 만나다...

  그간 좋다고 했던 여럿의 남자들을 온갖 이유로 다 멀리하고..결국 만난 남자가 두살이나 어린 연하의 남자...내 인생을 동전던지기에 맡긴 벌을 받은게지...동전의 양면으로 결정된 그와 나와의 사귐이 시작된 그때...그래도 처음으로 해보는 연애가 마냥 신기하던 그때...

 

* 스물 일곱살..일본 유학을 꿈꾸다...

 보수적이다 못해 너무나도 딸을 아끼셨던..그래서 일본으로의 유학을 극구 반대하시던 아버지를 이기고 드디어 허락을 구한 행복한 그때...막상 절차를 밟게 되니 약혼만이라도 하고 떠나라는 연하의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어쩌지 못하고...인생의 기로에서 갈등하던 그때...

 

* 스물 여덟살...결혼하다...

 약혼만으로 시작된 양가 부모님의 만남이 초 스피드로 결혼까지 이어짐...동전의 인연이 부부의 연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는...결국, 무산된 나의 유학으로의 길과...마음의 준비없이 시작된 결혼생활...그리고 시집살이...긴장의 연속으로 위장병을 동반한 나의 스물 여덟...

 

 * 스물 아홉살...엄마가 되다...

 결혼하면 다들 된다는 부모...나이 서른이 되기전에 엄마가 되야 한다는 나이어린 남편의 바람을 저버리지 못하고 준비없이 엄마가 되다...거꾸로 세상을 맞이한 녀석 때문에 수술하고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그렇게 몸에 상처를 만들어가며 얻게된 내 인생의 아들이란 이름의 남자...결국, 피해가지 못한 나의 두번째 아홉수...

 

* 서른 두살...반란을 도모하다...

 결혼하고 2년만 함께 살자 하시던 시부모님께 대항하지도 못하고 시집살이를 했건만...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보내주시지 아니하고...남편이란 마마보이는 떠날생각도 안하고...아이가 웬만큼 자라니 산후 우울증에 육아 스트레스에 그 첫번째 권태기란게 온게지...분가해보겠다고 어머님과 심리적인 한판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다짐하던 그때...친할머님의 부음...결국, 사람의 죽음과 맞물려 약해진 마음으로 다시금 미루고 마음 접게된 내 첫번째 반란기...

 

* 서른 네살...그리고...지금...

 또 한명의 남자가 내 인생에 포함되어 이젠 두 사내아이의 엄마가 된 꿈많던 여자...여전히 시집살이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지금...두 녀석들과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게 힘들어서 저녁이면 그저 쓰러지는 여자...권태기며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곤 하지만...그걸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지나는 시간속에서 아줌마란 이름으로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여자...

오늘도 술마시고 들어오는 남편때문에 솟아오르는 울화를 감추고 남몰래 울음 삼키는...그러다가 어느샌가 잊고 있던 나이를 깨닫고는 갑자기 서러워지는 여자...

지금의 내모습이...너무나도 안쓰럽지만 방문을 열면 나란히 누워 잠들어있는 분신들을 바라보며 그저 빙그레 웃음으로 모든걸 다 잊는 여자...그래...이런것도 행복일게야...이렇게 스스로 오늘도 최면을 거는 여자...그래도 인생에서 가질수 있는 만큼의 행복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는 여자...지금 내 나이 서른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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