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밤엔 아주 쌀쌀한 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친정아버지 제사라고 시골에서 올라온 언니가 두꺼운 가죽잠바를 입고 왔다.
시골의 밤은 더 차갑게 느껴질테지.
아이들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주고 도톰한 이불로 바꿔주었다.
요즘 유행하는 극세사 이불은 참 기분이 좋다.
잠자리를 아주 포근하게 해주는것 같다.
몸무게가 90킬로 가까이 나가는 아들 아이도 이 이불을 덮고 자면 행복하단다.
오늘 아침 아들 아이를 깨우니 \"5분만, 5분만.\" 하면서 일어나길 힘들어했다.
늦게까지 학원, 과외수업에 지쳐서도 일테지만 유난히 잠이 많은 아이라 괴롭나보다.
일어나 거실 마루바닥에 큰대자(大)로 누우면서 하는 말,
\" 아, 인간은 왜 겨울 잠을 안 자게 태어났지?
나도 한번 한두달 동안이라도 겨울잠을 자 봤으면 좋겠다.\"
그러는게 아닌가.
우습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해서
\" 그럼 곰탱이처럼 말이야? 너가 곰탱이잖아? 아주 어울리는데.\" 라고 대답했다.
산에 가서도 내려와서도 오전내내 아들 아이의 이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거였다.
그래, 인간이 진화하면 할수록, 인간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건 아니었을까? 전깃불이 없던 시절, 아니 불이라는 존재가 발견되기 이전의
시대를 상상해보면 충분히 비교가 되는 것이다.
몸은 고된 노동과 계발되지 않은 영세한 도구들로 힘들었지만
잠자는 시간은 많았을것이다.
지금은 낮인지,밤인지 구분도 못하겠고, 밤낮을 거꾸로 사는 이들 또한 많아지는건 사실이
아닌가.
경쟁해야 할 대상도 많아지고 알아야 할 지식이나 정보 또한 많다보니 줄어든 잠이
체질화되어 언젠가 미래사회에선 잠잔다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진화라는 이름으로.
그러면 본성이라는 것도 바뀔테지.
지금은 잠자는것을 그리워하고 아쉬워 하겠지만
미래엔 그런 말이 있었다는것조차 모른채 살아가는건 아닐까?
무섭고 괴로운 일일테지만 피조물의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내겠지?
그래도 지금 우린
동물의 겨울잠을 동경하며 모자라는 잠을 달래며 살아내야하는
현재의 이 인간세상을 사랑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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