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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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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구구단


BY 정자 2006-11-01

그 당시 국민학교라고 했다.

그러니까  1970년대 중반을 넘어가고 여기저기 아침마다 새마을 노래가  깃발을 날리고

드세게 유행하던 그 때.

나는 최대의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있었다.

 

그 최대의 고난은 바로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고.

그것도 아침 조회시간에  국기게양이 시작되면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역경을 견뎌야 했다.

 

니 오늘도 다 아직 못외웠냐?

몇 줄도 안되는 국민교육헌장은 나의 열두권의 교과서 맨 책표지 다음으로 권두언처럼 떠억 버티고 있는 것을 늘 외우라고 담임은 나에게 닥달을 했다.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은 잘도 줄줄 외우는데.

나는 이땅에 태어난 게 왜 국가에 이바지해야 하는 그 이유를 선생님에게 물었다가 엉덩이 맞고.

그러다 일주일동안 화장실 청소를 벌로 하는 동안에도 못 외워서 또 손바닥 맞고 그랬다.

 

그런데 신통한 것은 구구단을 외워 할 진도가 되니 그건 또 외워진다.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하더니 결정이 났다.

바보는 아닌데 국민교육헌장만 아직 못 외운 아이라고 그렇게 다른 애들도 전부 다 알렸다.

 

문제는 세월이 흘러서 지금에 이르러 그 때 나를 그렇게 곤경에 처하게 했던 국민교육헌장은 골동품도 아니고 유행가 가사보다 못한 유물이 된 것이다. 괜히 또 속상해지는 것이다. 거기다 나를 그렇게 벌주고 힐책하던 선생님 함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뿐더러, 엉겁결에 외운 그 구구단도 엉터리로 외워진 것이다. 4곱하기 4는 26으로 외우고 있고 팔팔은 뭐였더라식으로 가물거리고,통째로 외운 구구단도 사실은 다시 확인해야 되니 이게 휴유증인지, 내가 모자른 것인지 헷갈렸다.

 

 그나마 그런 실력이 탄로가 난 것이다. 언니네 식당에서 카운터를 보라고 해서 계산을 했는데 백반 사천원짜리 네개면 2만6천원입니다아 하고 했더니 손님이 나를 쳐다본다. 네명이 먹었는데요? 예 맞습니다. 이만 육천원입니다아 또 했더니 손님이 막 웃는다. 결국 언니가 만육천원이라고 정정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난 후 나의 엉터리 구구단 실력이 그 사건으로 들통이 난 것이다.

 

\" 니 어디서 충격 먹었나? 사사 십육이지 사사 이십육이 어떻게 된 계산이냐?\"

\" 아닌디..그렇게 여태 알고 있는디?\"

 

 언니는 그제야 매출 장부를 뒤적거린다. 아이구 여기는 만원 더 받고, 여기는 왜 삼천원 덜 받았어? 야 니 보험회사 다닌 거 확실한 거여?

 

 아이그 참  별게 다 내 머릿속을 뒤집어 논다.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 된 원인인지 한 참 거슬러 결국 1970년대에 연탄 아궁이를 끼고 살 던 집에서 한 번 깨스에 취해 죽다가 살 아날 때 그 때부터 이상해진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국민교육헌장 외우지 못한다고 하도 시달려서 그런건가 원인분석도 해 보았지만 이거 아직 수정되지 않는 나의 구구단 실력은 어디서 치료 받아야 되는지.  

 

 언니는 돈을 덜받은 손님은 다시 불러서 더 받을 수는 없고, 더 받은 손님들은 그 식당 바가지 씌우는 데라고 소문나면 어쩌냐고 나를 보고 낄낄 웃는다. 니 우리 식당 접수해라? 아니면 책임지던가?

 

글쎄 그게 나도 그 때 연탄까스땜에 그런 건지. 아직 못 외운 그 우라질 국민교육헌장땜에  그런건지 도시 모르겠는디..난 누구에게 이 책임을 물어야 되는 겨? 했더니

언니 나보고 그런다.

 

\"여지껏 용케 잘 살은 거는 누구 덕인 겨?\"

그건 또 그러네.

구구단을 다시 배울려면. 딸내미 산수교과서를 다시 들여다 봐야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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