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구! 내 팔자야...
내가 마누라를 그것도 디게 못생긴 마누라를 데리고 사는 게 아니라
모시고 사느라 허리가 휘고 이렇게 늙어브렀으니께 니가 내 노후 책임져야 한다!
아 빨리 대답안 혀?
글쎄 그게 책임을 진다는게 도무지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
자기 자식을 놔 주고, 자기 친구들은 마누라 나가버렸네, 도망갔네 그여편네들 그러는 디
내가 집나갔어? 도망갔어? 뭘 데리고 살고 모시고 살어? 내 참 같이 살아주니까 헐하게 보는 가 본디, 그려 나도 한 때는 잘나가던 적이 있었던 거 까먹은 겨?
집구석에 마누라가 있어도 때깔도 안난단다.
하긴 쓸고 닦는 것은 애시당초 소질이 없는 가보다. 난..
그래선 가 난 청소를 하던 설것이를 하던 눈치를 보면서 하는게 버릇이 됐다.
기껏 하면 뭘하나..잘했다고 하지는 않고. 이것도 한 거냐? 주부가 되가지고 십수년인데 그동안 보고 들은 거 제대로 배운 게 뭐냐? 하면서 빈축 주기는 선수다. 남편이 그렇다는 애기다. 아뭏튼 그렇게 졸졸 쫒아다니면서 잔소리 하는 통에 나는 얼른 마당을 가로질러 차고지에 가서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조용히 차 시동을 걸고 붕 떠나는 데 그제야 남편은 소리를 팩팩 지른다.
\" 이 여편네 설겆이 안하고 또 어딜 도망가는 겨?\"
히히 그러니께 설겆이 하면 말이라도 잘했다고 할 것이지, 괜히 잔소리를 퍼 붓냐고... 혼자 궁시렁 궁시렁 거리다가 에구..이거 갈 데가 없는 천하의 백수인 디. 또 고민이다.
결국 나 오라고 한 적 없는 도서관에 쳐 박히면 누구도 모르는 아지트가 있다.
일반 자료실에 특히 사전이나 자료들만 모아 놓은 곳은 어쩌다 노인 한분이나 선생님 같은 분들이 들어오고 하는 곳인데, 세상에 없이 조용하다. 물론 나도 그 곳에서 그동안 못 본 책들 뒤적거리다 보면 하루 보내는 거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그런데 배가 고프면 또 고민이다.
아침에 남편이 직접 띄운 청국장에 뚝배기 통째로 앞에 아른 아른 거리고, 어저께 담은 총각김치가 지금 잘익어서 널줄 널줄하게 금방 한 밥에 얹어서 먹으면 진짜 맛이 있는디.
이럴 줄 알았으면 도시락을 싸올 걸 하다가도, 괜히 설겆이를 하고 그런 다음 도시락을 싸면 남편이 소리는 안 질럿을텐디. 아이구 이거 배가 너무 고파서 머리가 뱅뱅돈다.
그런데 딩동하고 문자가 왔다.
\" 야 니 도서관이지? 밥 먹었냐?\"
아이구 이거 마누라 어디에 있는 것도 알고 감동 먹어서 얼른 수화기 통화를 눌렀다.
\" 자기야..나 디게 배고프다. 아침에 청국장 조금 남은 거 아직 있어?\"
\" 그니께 왜 설겆이는 안하고 내 빼는 겨? 빨랑 집으로 튀어 오랑께?\"
그래도 집에만 오면 밥 준다는 말에 얼른 가야지.
오늘은 이렇게 살았다. 정자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