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서둘러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종종 거리며 출근 시간에 신경 안써도 되니 느슨하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쇼파에 누워 TV 리모콘 채녈 맘대로 바꿔가며
오호~ 내 세상이다.
근무중 고객과의 통화때 오전 11시에도 아니 오후 2시가 넘어도 집에서
자다가 전화 받는 주부 고객들이 왜 그리 부럽던지...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아침 출근 버스안에서 창 밖을 보면 요즘 단풍철이라 그런지
관광버스에 삼삼오오 예쁜옷에 모자 챙겨 쓰고 차에 오르는 내 또래의 주부들 모습이
종종 눈에 들어오는데 그 또한 얼마나 부럽던지...
아~ 나도 직장이라는 구속된 틀에서 벗어나 야호~ 외치며
저 틈 사이로 들어 갈 수는 없을까?
회사에는 지각이나 조퇴, 출결 관리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규약이 있는데
지각이 두번이면 결근 한번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 시내 도로 상황이 상황인지라 도로 포장이라던가
갑작스런 접촉사고라도 발생하면 황당하게도 어쩌지 못하고 차안에서
그저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눈뜨면 그때 부터 삶의 전쟁터에서 나는 내가 아니고 일벌레가 되어
반복된 굴레를 바지런하게 도는 나아닌 나~
휴식 시간이면 대부분의 동료들은 인터넷 쇼핑몰 싸이트에 접속하여
의류며 화장품 구두 식품까지 골고루 주문을 한다.
직장은 그래서 매일 매일 택배회사 직원들이 배달하여 오는 물건들로
넘치는데 그런 모습들 또한 나에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전업 주부였을때 정말 나는 내 힘으로 단돈 백원도 못버는 줄 알았다.
결혼 전 직장 생활은 했지만 결혼 후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고
그렇게 20년 세월속에 안주하면서 집안 경제력은 그때만 해도
승승장구 잘나가던 아이 아빠가 있었으니 그냥 다들 그렇게 사나보다~
한달에 한번 꼬박 꼬박 내 앞에 놓여지는 월급, 급여가 습관처럼
들어오니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내 왔었다.
허나 세월이 흘러 다시금 내 스스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어 보니
이제 그 돈은 돈이 아니라 피와 땀이었다는 것 ...
몇일 전 전에 다니던 직장 후배를 퇴근 후 만났는데
나보고 일상 탈출을 위하여 퇴근 후 골프를 배우자는 것이었다.
단번에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정말 정신이 있는거니? 내가 이 상황에 무슨 골프야~
나와 두살 아래인 그 후배는 남편이 벌어오는 고정 수입에 자신의 수입이
더해지니 당연 여유로울 것이고 그러니 자기 자가용 굴려가면서
직장 생활을 하니 가능하겠지만 어디 나야 그런가?
3년전 자가용도 없에 버리고 마을 버스에 일반 버스로 환승을 하면서
다니는 처지에 골프라니 웃음이 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골프를 안해도 아니 못해도 가을 관광차에 몸을
싣지 못해도 출근 시간에 늦을까 막히는 도로, 버스안에서 가슴을 졸여도
몇년전 그 암담하던 시절에서 이만큼 자리를 잡기까지 걸어 온 날들이
너무도 소중하기에 나는 행복한 여자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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