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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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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에게


BY 그리운섬 2006-10-26

단풍에게........


가뭄으로 목이 타는 대지를 보면 아프다.
아프다 못해 스산하다
스산하다 못해 허전하다
9월부터 내린 비가 작년엔 120미리리터
올핸 고작 12미리리터가 전부란다.

그 때문에 곱게곱게 물들어야 할 네가 저리도 어지럽게 아프구나
축축한 물을 갈구하는 네 목마름에 보답못하는 저 하늘이 그래서 서글프구나.

그래도 나는 너를 보러 갈텐데
아프지 마라.
너 아프면 널 보는 내 마음은 갈갈이 찢어질지도 몰라

흥건히 고인 붉은 물 뚝뚝 흘러내리면
물감보다 더 진한 선홍빛으로 젖어갈 이 황량한 가을이여!
아프지 마라


그리는 그 많은 인연들에게 고운 모습 보여주었으면......


********

이튿날.

널 보고 오는 내 마음이 더욱 아프다.
휑하니 타들어가는 네 모습에서 지친 가을만 보일 뿐
흥건하게 젖어들 그 고혹스런 자태는 어디가고
그렇게 핏기 잃은 모습으로 말라가고만 있는거니?
널 위로해주고
널 어루만지고
널 보듬어주려해도
내가 그런다고 저 아픈 이파리가 나아질까만은
내가 그런다고 저 상처투성이인 이파리가 아물까만은

나는 꾹꾹 눌러 너를 밟고 너를 보고 너를 손짓하며 산을 오른다
어느덧 지친 마음 살포시 기대는 너
이제 나를 만났으니 아프지 마!

나는
너만 보면 몸살이 난다
내 가슴에도
추적추적 단풍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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