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제부, 언니와 내가
공연장 앞의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길순일 찾아 헤매는데..
문득 떠오르는 노래 한곡이 있었으니
그 음악은 바로 꽃순이를 아시나요였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
꽃보다~ 더 이쁜~ 길?순이~~~
누가 아리오..
몇 십 년 후 헤어진 가족 만나는 프로에서
눈 빨갛고 새까매진 길순이를 만나
“니 알카쟈쇼 구경하고 어디로 갔기에 이제야 나타났노~ 어흑흑....
그나저나 길순아 니 나이가 이제 어케 되노?~”
“언니야~ 내 나이 벌써 70됐다. 이젠 나도 다 늙었제?”
“아이다 70이믄 새댁이다~ 난 니 나이 땐 늙은 줄도 몰랐다 아이가~”
함시롱 눈물 펑펑 흘리면서 부둥켜안고 상봉하게 될지...
(근디 왠 경상도버젼이지?ㅋㅋ)
화장실이라는 화장실은 다 찾아봤건만
그 어디에도 길순이는 보이지 않았다.
큰일이다.
핸드폰 로밍도 안했거니와
가이드 전번도 모를텐데..
다시 가이드가 있는 곳으로 모여
모두들 기다려보기로 하는데...
잠시 스쳐가는 바람 같은 예감이라고나 할까..... --^
“혹..시....버스에.. 가 있지 않을까요?”
나의 말에 가이드는 단호히 그럴 리가 없단다.
허긴 버스주차장에는 수 십대의 여행버스가
거미줄마냥 서로 엉기어 있는데
우리 차량이 그 어디에 있는 줄 알겠는가..
하.지.만!..
길순이는 가고도 남는다는 게 나의 추측이다.
갸가 달리 행동대장이 아니다.
예전에 오빠가 강원도에 여직원하고 등산 간 거 갔다는
올케언니의 의심쩍은 말 한마디에 고마 우리의 길순이
오빠 잡으러 강원도 산자락 다 훝으러 가려고 했던 아이다...
가스나..
나중에 엄마한테 욕 디질라게 얻어 묵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오빠 잡으러 가는 동생년이 어딨냐고... --;;
“흠..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차에 가 있을 거 같은데...”
나의 반복되는 말에 가이드가 잠시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버스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더니만..
잠시 후...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여자분 한명 먼저 와 있답니다..”
킄~거봐라...갸가 그런 얘라니깐....^^*
전화를 끊은 가이드 어이없다는 듯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는데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행들과 그 복잡한곳을 벗어나
우리가 타고 다니던 버스에 오르니
우리의 길순이 어느새 자리에 턱 잡고 앉아
해맑은 웃음으로 우릴 먼저 반기는 게 아닌가..
“야!! 너 도대체 어디 있다가 여기 있는겨??
우리가 너 찾느라고 을매나~$#%#$%”
6명이 따따다 총알세례를 쏟아내자
우리의 길순이 오히려 우리보고
되려 어디에 있었냐고 조용히 묻는다.
환장하긋네....ㅜㅜ;
게이들 넋 놓고 보다가 우릴 그만 놓친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고
만나기로 한 약속장도도 모르겠고 해설랑
버스번호를 찾아 왔다고...
거 봐라 내가 그럴 것이라고 했지 않은가..
그나마 버스번호를 외웠기 망정이지
어쨌든 대단하다 길순아!!~~ ^^
일행들에게 사과성명을 낸 길순이
버스에서 한동안 우리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다음 날 산호섬을 가기로 한 날.
바다로 간다하니 우리 길순이
물 만난 고기 따로 없다.
산호섬에 도착한 우리는
모래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엄마에게 새댁이라고 말하던
79세의 할머니가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로 우아하게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 바라본 우리 식구들...
“우와~~~~멋지다~~”
우리의 양여사도 함께 놀라며..
“보통 논네가 아니라니깐~~”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노인네지뭐~와 보기 좋다~”
쭉쭉빵빵 수영복 입은 아가씨보다 더 멋져 보였다.
잠시 후 가이드가 보트 탈 사람 오란다.
“바나나보트 타야지?”
“난 안 탈래”
“늙은 나도 타는디 젊은 너가 왜 못 타냐? 저기 저 노인네도 탄다는디~”
“엄마는 새댁이니까 타도 돼~ 난 어린이라서~킄~”
물도 무서워 수영도 못하는데
바들바들 떨면서까지 타고 싶진 않았다.
식구들 모두 바나나보트를 타러 가고
홀로 남은 난 가방과 옷을 지키며
벤취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데
옥수수를 파는 태국소년이
수줍게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맛있는 강원도 찰옥수수~맛있어요!^^”
“자식.....사기도 귀엽게 치네?.... 일루 와봐봐”
귀여운 사기꾼에게 사먹은
강원도 찰옥수수는 칠컹칠컹 물 옥수수 맛이었다.
잠시 후 나타난 식구들 하나같이
물에 빠진 생쥐 모습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크크 왜다들 모양새가 다 구겨졌어?”
누워서 느물느물 약을 올리자
멀쩡하게 앉아 있는 내가 얄미운지..
“아우 얄미워 죽겠넹 야 길순아~
우리 비아 쟤 물속에 집어 넣자~”
“크크크~ 힘들 걸~~히히”
사실 나 역시도 모처럼 바다에 들어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수많은 작은 해파리들이
발에 물컹물컹 밟히는걸 보고는
물속에 들어갈 맘이 싹 사라졌다.
보기는 아름다운데 들어가기는 내키지 않는 그곳..
적당히 물놀이를 즐기고 모두들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보트에 올라타자
79세였다는 그 할머니 스릴을 즐기려는 듯
위험천만하게도 운전석 옆 앞자리 위로
성큼 올라가 앉는 게 아닌가..
과연.... 양여사에게...
새댁이라고... 부를 만 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