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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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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여사6


BY 올리비아 2006-10-25

 

오빠와 제부, 언니와 내가

공연장 앞의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길순일 찾아 헤매는데..


문득 떠오르는 노래 한곡이 있었으니

그 음악은 바로 꽃순이를 아시나요였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꽃보다~ 더 이쁜~ 길?순이~~~


누가 아리오..

몇 십 년 후 헤어진 가족 만나는 프로에서

눈 빨갛고 새까매진 길순이를 만나


“니 알카쟈쇼 구경하고 어디로 갔기에 이제야 나타났노~ 어흑흑....

그나저나 길순아 니 나이가 이제 어케 되노?~”


“언니야~ 내 나이 벌써 70됐다. 이젠 나도 다 늙었제?”
“아이다 70이믄 새댁이다~ 난 니 나이 땐 늙은 줄도 몰랐다 아이가~”


함시롱 눈물 펑펑 흘리면서 부둥켜안고 상봉하게 될지...

(근디 왠 경상도버젼이지?ㅋㅋ)


화장실이라는 화장실은 다 찾아봤건만

그 어디에도 길순이는 보이지 않았다.


큰일이다.

핸드폰 로밍도 안했거니와

가이드 전번도 모를텐데..


다시 가이드가 있는 곳으로 모여

모두들 기다려보기로 하는데...


잠시 스쳐가는 바람 같은 예감이라고나 할까..... --^


“혹..시....버스에.. 가 있지 않을까요?”


나의 말에 가이드는 단호히 그럴 리가 없단다.


허긴 버스주차장에는 수 십대의 여행버스가

거미줄마냥 서로 엉기어 있는데

우리 차량이 그 어디에 있는 줄 알겠는가..


하.지.만!..

길순이는 가고도 남는다는 게 나의 추측이다.

갸가 달리 행동대장이 아니다.


예전에 오빠가 강원도에 여직원하고 등산 간 거 갔다는

올케언니의 의심쩍은 말 한마디에 고마 우리의 길순이

오빠 잡으러 강원도 산자락 다 훝으러 가려고 했던 아이다...


가스나.. 

나중에 엄마한테 욕 디질라게 얻어 묵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오빠 잡으러 가는 동생년이 어딨냐고... --;;


“흠..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차에 가 있을 거 같은데...”


나의 반복되는 말에 가이드가 잠시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버스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더니만..

 

잠시 후...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여자분 한명 먼저 와 있답니다..”

 

킄~거봐라...갸가 그런 얘라니깐....^^*


전화를 끊은 가이드 어이없다는 듯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는데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행들과 그 복잡한곳을 벗어나

우리가 타고 다니던 버스에 오르니


우리의 길순이 어느새 자리에 턱 잡고 앉아

해맑은 웃음으로 우릴 먼저 반기는 게 아닌가..


“야!! 너 도대체 어디 있다가 여기 있는겨??

우리가 너 찾느라고 을매나~$#%#$%”

 

6명이 따따다 총알세례를 쏟아내자


우리의 길순이 오히려 우리보고

되려 어디에 있었냐고 조용히 묻는다.

환장하긋네....ㅜㅜ;


게이들 넋 놓고 보다가 우릴 그만 놓친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고

만나기로 한 약속장도도 모르겠고 해설랑

버스번호를 찾아 왔다고...


거 봐라 내가 그럴 것이라고 했지 않은가..

그나마 버스번호를 외웠기 망정이지

어쨌든 대단하다 길순아!!~~ ^^


일행들에게 사과성명을 낸 길순이

버스에서 한동안 우리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다음 날 산호섬을 가기로 한 날.

바다로 간다하니 우리 길순이

물 만난 고기 따로 없다.


산호섬에 도착한 우리는

모래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엄마에게 새댁이라고 말하던

79세의 할머니가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로 우아하게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 바라본 우리 식구들...


“우와~~~~멋지다~~”


우리의 양여사도 함께 놀라며..


“보통 논네가 아니라니깐~~”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노인네지뭐~와 보기 좋다~”


쭉쭉빵빵 수영복 입은 아가씨보다 더 멋져 보였다.

잠시 후 가이드가 보트 탈 사람 오란다.


“바나나보트 타야지?”

“난 안 탈래”


“늙은 나도 타는디 젊은 너가 왜 못 타냐? 저기 저 노인네도 탄다는디~”
“엄마는 새댁이니까 타도 돼~ 난 어린이라서~킄~”


물도 무서워 수영도 못하는데

바들바들 떨면서까지 타고 싶진 않았다.


식구들 모두 바나나보트를 타러 가고

홀로 남은 난 가방과 옷을 지키며

벤취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데


옥수수를 파는 태국소년이

수줍게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맛있는 강원도 찰옥수수~맛있어요!^^”

“자식.....사기도 귀엽게 치네?.... 일루 와봐봐”


귀여운 사기꾼에게 사먹은

강원도 찰옥수수는 칠컹칠컹 물 옥수수 맛이었다.


잠시 후 나타난 식구들 하나같이

물에 빠진 생쥐 모습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크크 왜다들 모양새가 다 구겨졌어?”

 

누워서 느물느물 약을 올리자

멀쩡하게 앉아 있는 내가 얄미운지.. 


“아우 얄미워 죽겠넹 야 길순아~

우리 비아 쟤 물속에 집어 넣자~”

 

“크크크~ 힘들 걸~~히히”


사실 나 역시도 모처럼 바다에 들어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수많은 작은 해파리들이

발에 물컹물컹 밟히는걸 보고는

물속에 들어갈 맘이 싹 사라졌다.


보기는 아름다운데 들어가기는 내키지 않는 그곳..


적당히 물놀이를 즐기고 모두들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보트에 올라타자


79세였다는 그 할머니 스릴을 즐기려는 듯

 

위험천만하게도 운전석 옆 앞자리 위로

성큼 올라가 앉는 게 아닌가..


과연.... 양여사에게...

 

새댁이라고... 부를 만 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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