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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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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다는 것


BY 서툰사랑 2006-10-25

결혼할때 즈음부터 타고 다니던 소형차가 있었다.

막상 아기를 낳으면 사용할 일이 없을것같아 친정집 주차장에 고이

모셔두었는데,정작 아이가 생기자 차를 사용할 일이 더 많아졌다.

병원이라도 갈일이 생기면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는

외할머니품에 안긴채 차를 타야만 했다.

아이가 목을 가누자 카시트를 구매하고

카시트안에서 먹고 자고 가끔은 실수도 하면서 큰애는 그렇게 커갔다.

아이가 커가는 만큼 내 운전실력은 일취월장이었고,

나중엔 택시기사를 해도 되겠다는 진심어린(?)조언도 들었다.

접촉사고 한번없이 잘 나가던 그때,

아이아빠의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가까이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서서히 천덕꾸러기를 대하는 시선으로

바뀔때도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고 나에게 발이 되어주며 도움을 준것은

바로 내 차였다.

채무자를 만나러 약속장소에 갔다가 바람맞은 날,

내 차안에서 남편과 딸아인 밤을 지새웠다. 그때 이미 나는 만삭의 몸이었고

운전을 못하는 남편대신 부른 배가 핸들에 닿을정도인 거대한 몸으로 운전을

하고 다녔던 그 때. 그러다 차안에서 진통을 하고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면서도 구급대원에게 내 차를 가져다 줄것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자 내 차는 서서히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아쉬운 마음에 차를 바꾸려다가도 조금만 더...조금만 더...

.

.

.

새 차를 운전하던 첫 날

조금 더 큰 차를 운전하게 되었는데,

오랜동안 익숙해진 핸들과 시선과 눈에 익은 차폭등에서 헤어날 수가 없어

주차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예전차 같으면 속된 말로 원샷으로 끝났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자주 들곤했다. 노령화된 내 차를 보고는 주위에선 운전연습하게

초보자에게 차를 팔라는 소리들을 했지만 난 그 소릴 뒤로 한채 폐차장에

연락을 취했다.

그냥 이유없이 싫었다.차를 판다는 것이...

렉커차가 오고 그 뒤로 고령이 된 내차에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선바이저를 깨뜨리고 그 안으로 무식하게 생긴 갈고리를 집어넣고는

렉커차 위로 서서히 끌어올리는데,나는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뭔가 아쉽고 안타깝고 왠지 내 한쪽이 떨어져나가는 듯

실려가는 차를 한참이나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

.

.

버려진다는 것...버린다는 것...

참 쉽고 간단한 말이지만

그 안에 내포된 말의 의미는 아픔 그이상의 것인 듯 싶다.

버려진다는 것은 잊혀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버린다는 주체의 가슴속 깊이 묻혀진다는 것은 아닐까?

버려진것은 배신감과 아픔에 울겠지만

버린 주체는 죄책감과 그리움과 함께한 추억과 버렸다는 아픔으로 울진 않을까?

그럼,

버리는 주체보다는 버려지는 객체가 되는 것이 더 나은것일까?...

아마도 버려진다는 것은 버린다는 주체의 가슴속 저깊이 파묻혀있다가

어느날 문득...정말 문득 그리움으로 나타나곤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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