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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9

가을 입니다.....


BY 까미유 2006-10-24

며칠전 백화점 에서 였습니다.친한 친구가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침구셋트를 선물 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면 함께 나가보자고 해서 들른 시내의 백화점.......이제막 초등 학교에 입학한 큰아이와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의 뒷바라지[?]에 한창 바빠 오랫동안 들러 보지 못한 곳입니다.

 

침구셋트와 문양이 예쁜 그릇셋트 몇점을 보고 같이 와줘서 고맙다는 친구의 점심턱을 먹고 모처럼 분위기 좋은데서 차를 마시자고 해서 나서던 길이였습니다.

옆에서 걷던 친구가 제 팔을 살짝 잡아 당김니다.

 

\"저기.......진서 ....아빠 아니니.......?\"

 

한낮의 백화점에서 진서 아빠라니.......?여긴 남편의 회사와는 거리가 제법 되는 백화점 인데.......진서는 우리 큰애 이름이고......진서 아빠는 내 남편입니다.

 

친구가 당김과 동시에 나도 봤습니다. 아침에 내가 골라준 와이셔츠와 짙은 회색의 양복.......은회색의바탕에 금줄과 은줄 보라색 펄이 들어가 있는 넥타이........앞머리칼이 조금 내려와 있는 내 남편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거의 막달이 다되어 보이는 굵게 웨이브진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앳되어 보이는 얼굴의 여자........체 스무살도 되어 보이지 않은 ......임산부 옆에서 아기 용품 상표가 새겨진 쇼핑백을 들고 있는 남자......무엇이 좋은지 요즘의 내겐 통 보여주지 않은 미소을 얼굴 가득 담고......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  담소하는 모습이라니........기가 막힙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쏜다는 친구의 말에 기분좋게 웃으며 맛나게 먹었던 점심의 스파게티가 면발이 다 살아서 금방이라도 입술을 뚫고 나올것만 같습니다.

 

누굴까........?

내 남자 옆에서 저렇게 수줍고 부끄러워 하며 얼굴을 발갛게 붉히는 저 여잔 .......대제 누굴까.....?누구인건지.......

 

가슴 한켠이 바람에 세월에 조금씩 깍여져 내리는 바위돌 처럼 그렇게 자꾸 생채기를 만들며 떨어져 내립니다.

 

쇼윈도우에 비치는 내 모습은........지금 내 남편 옆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저 여자처럼 ......막 첫애를 가졌을때의  내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세월의 힘들고 모진 풍파도 겪지 않았으면서........마치 모진 세월을 겪으며 사는 아낙처럼.....푹퍼진 몸에 대충 끼워 입은 옷.......화장이라는 건 언제 해보고 안해봤는지 모를 부석부석한 얼굴......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화장품 코너에서 친구가 권하는 립글로스라도 하나 사서 바를걸.......너무 안꾸민다는 친구의 질책에 난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을래..........정말 이대로 살다가 죽을까.........?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가 어느날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날 보더니 말했다.

 

\"엄마....나 학교 들어가면 예쁘게 하고 와야해......예쁜옷 입고 ......날씬하게 살도 좀 빼고......난 우리엄마가 우리 선생님 보다 더 예뻤으면 좋겠단 말야......알았지요? 이젠 운동좀 하세요.......엄마~~~~\"

 

그냥 가볍게 넘겨 버렸던 말인데.......지금은 그 말이 왜 이리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날 답답하게 하는건지......금방 이라도 발밑이 꺼질것 같은 기분이다.

 

 

친구와 헤어져 오면서 내내.....3일 지난 오늘 까지 내내......난 내가 될 수가 없었다.원래 낙천적인 성격이라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쌓아두고 살지 않은 내가......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하다......대체 내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마흔을 며칠 앞두고 있는 가을이 다 끝나가는 지금........내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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