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라고는 한숟가락도 안된다며
스튜어디스가 건네준 기내식을 보고는
혀를 차던 우리의 위~대한 양여사.
깊은 단잠을 자더니만
부스스 일어나 비행기 창밖을 보곤
뜬금없이 내게 비가 오냐고 조용히 묻는다.
나도 속삭이듯 엄마에게 대답해 주었다.
“왜.. 장독대 덮으러 갈라구?ㅋㅋ”
태국에 도착한 우리.
가이드를 찾아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한국과 달리 더운 날씨로 모두들
입고 간 겉옷들을 하나둘 벗기 시작했다.
엄마 역시도 덥다며 입고 간 겉옷을 벗어
여행 가방에 넣겠다며 애써 힘들게
서 있는 가방을 힘껏 눞히고
가방 뚜껑을 확 열어 재끼는 순간!!
크헉! *.*
우린 그만 엄마의 가방을 보고는
모두들 놀라 입을 떡 벌리고 서 있었다.
“어.엄마... 가방 속에.. 그건.. 뭐여??”
“웅~있다가 밤에 고스톱 쳐야하지 않겄냐~”
“그..그래서?”
“화투치려면 담요가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집에 있는 담요 가지고 왔다!^^”
칭찬 받으려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대답하는 우리의 해맑은 양여사.
화투판에 명품!!!
구하기도 쉽지 않은!!
민간담요도 아닌
그 귀한 국방색 군담요를!!!!
마치 태극기인양 가방에 고히 접어
애국자처럼 애지중지 타국멀리 이곳까지
끙끙거리며 가지고 왔다는 거 아닌가...
어흑...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아고~~엄마~~세상에나 여행가는데
그런 걸 가지고 오는 사람이 어딨어~
화투는 명절날이나 모여서 치는 거지~
누가 해외로 여행까지 와서 고스톱을 치냐구~
아구 몬살어~누가 보면 도박가족 해외원정 온줄 알겠네~~“
“밤에 심심할텐데..고스톱 쳐야지야~”
“여행 다니면 피곤해서 밤에 자기도 바쁜데 무슨 화투냐구!!!”
설령 화투를 친다해도 그렇지~ 군담요까지 가지고 올건 또 뭐여~
가방도 무거운데~아고~~ 울엄니 힘도 좋아~~~”
“ 야들좀 봐~ 화투판에 담요처럼 좋은 게 없는겨!!”
“어흑 엄마..제발....”
한순간 군담요로 식구들에게 야유만 잔뜩 받은 양여사..
가방을 덮으면서 혼자 아쉬운 듯 중얼거린다..
“.....7명이라 화투도 두 개나 가지고 왔구먼....”
미쵸...ㅜ.ㅜ;
심사관을 뚫고 온 양여사의 가방은
핵폭탄급에 가까운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잠시 후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식구들속에서 난 말없이
엄마를 바라보며 고뇌해야만 했다..
음..아무래도 우리의 양여사.... 잘 지켜봐야 겠다.ㅡ,-^.
잠시 후 모두 모인 일행들과
버스 안에 올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저물어가는 어둠속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로 향했다.
태국의 화려한 첫날밤.
나와 행동대장 길순이와 함께 자는데
밤새 수다를 떠느라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모닝콜에 일어난 길순이와 나.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우리의 길순이 꺼내 입는 옷이라고는
성격 그대로 화려함과 쇼킹 그 자체다.
빤짝이가 알록달록 색깔도 화려한
끈 달린 얇은 옷을 꺼내들며
이 옷 어때하며 내게 묻는데...
“야 너가 무슨 댄서의 순정이냐?”
옆에서 지켜보던 올케언니가
댄서의 순정이라는 나의 말에 소리내 웃는다.
다시 길순이가 다른 옷을 꺼내들고는
이번엔 자기 몸에 걸쳐 보이며 요염한 포즈를 잡고는
베시시 웃으며 이건 어때 하고 묻는데...
이번 옷은 단추가 수 십개 달린
길이가 발목까지 닿는 긴 원피스로
보기도 부담스러운 새까만 원피스가 아닌가..
“이번엔 매트릭스 찍냐!!
너 그거 입고 뒤로 90도 확 재끼면서
총알 피하는 거.. 그거나 함 해봐라~볼만하겠다~!”
‘하하하“
올케언니는 댄서의 순정에 이어
매트릭스 찍냐는 나의 말에 배꼽 빠지듯 웃는다.
“길순아~ 오늘은 왕궁도 가고 배도 타야하니깐
좀 참아주고 그 옷은 바닷가 가는 날 그날 입든가 해라“
“헤헤 그럴까? 히히~ 알았어~”
에휴........
우리의 양여사와 행동대장 길순이땀시
이 멀리 와서도 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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