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약혼식 하고 며칠 지난 공휴일이었다보다.
오빠와 막 둘이서 점심을 먹으려는 중인데 그가 자두 한봉다릴 사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동생의 약혼자가 된 사람이 오자 오빠는 어서오시라며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내게 얼른 소주잔을 가져 오라하여 우리는 셋이서
모처럼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가 오빠에게 동생을 데리고 나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어디를 나갈거냐고 오빠가 물으니
요 앞에서 잠깐 바람이나 쏘이고 오겠노라고 그도 말하고
나역시도 그를 따라 가나고 싶은 마음에
공원에서 있다가 바로 헤어지겠다고 했다.
집 바로 위로 오분정도 올라가면 산책하기에 좋은 수봉공원이 있었다.
오빠는 생각을 하더니 너무 오래 있지는 말고
어둡기 전에 돌려 보내라며 웃는 얼굴로 당부하듯 말했지만,
바로 어끄제도 만났었고 이렇게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은 되도록 바깥 외출은 삼가하고
시간되면 그가 돌아 가기를 원했던 듯한 오빠의 썩 석연치 않던 표정을
뒤로 하며 우리는 길거리로 나왔다.
무엇이든 과 함 보단 적당한 걸 추구하는 오빤
평소에도 내가 그를 만나는 날엔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걸 탐탁찮게 생각해 왔던 터였다.
밖으로 나오더니 그가 갑자기 택시를 잡으려는 거였다.
그래 공원은 바로 요 윈데 그냥 걸어가도 된다 하니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던지 월미도로 구경을 가고 싶다는거였다.
월미도는 해안선을 따라 횟 집이 줄비하게 들어서 있는
인천 바닷가의 유원지인데
그시간에 월미도까지 갔다가 오려면 버스타고 어쩌고
꽤 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
방금 전 오빠에게는 요 앞 공원에서 잠깐이라고 말했으면서
월미도를 가자는게 그때의 내 나이로서는
약간 생소했고 오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게 이상했지만
한편으론 그의 의견에 따라야 된다는 생각도 들어서
공원으로 올라가나 택시타고 월미도를 가나 하는 약간의 실랑이 끝에
택시를 타고 월미도로 향했다.
우리는 월미도 부둣가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는 소주를 마시고 나는 안주를 먹으며
아무 걱정 없는 단란한 한쌍의 모습으로 바다를 바라 보았다.
그런데 그가 술을 마시더니 갑자기 얼굴이 뻘개지면서
평소와는 영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거였다.
그전까진 데이틀 해도 영등포 해바라기에서 만났기 때문에
은은한 크래식 피아노 소리를 들어가며
기껏해야 칵테일이나 맥주 한병 정도나 마시며
스프와 비후까스를 맛 잇게 먹는 나를 조용히 바라 볼 뿐이었지
밖에서 술을 그리 마시는건 처음으로 본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원래부터 술에 뭐가 섞인것이나 맥주는
단 한잔도 싫어하고 오로지 소주 체질이었는데
나 만나는 동안은 어쩔수 없이 맥주를 마신거라고 고백했다.
그가 술을 연거퍼서 자꾸 시키고 얼굴이 뻘개 지고
말 소리 마져도 이상해 지니
갑자기 이제껏 못 보던 사람을 본 것 같고..
그때까지 나를 상대로해서 뻘건 얼굴을 하고
술 병 들고 나발 부는 사람은 경험해 보지 못한탓에
그자리가 너무 어색하고 기분이 싫어졌다.
술에 취한 그사람을 보니 고연히 내 자신까지 이상해지는것 같아서
주위사람은 몰론이고 허다못해 술 갔다주는 종업원앞에서도
부끄럽고 초라해지는 느낌에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오빠의 얼굴만 떠 오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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