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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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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친구


BY 김효숙 2006-10-16

주일날은  일하는 것 보다 더 바쁜 날이다.

온종일 뛰어 다녀도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에서 주는 기쁨 보다 영원한 소망을 바라는

기쁨이 커서일까

하루종일  보내는 나의 시간은 돈 버는 것 보다

바빠도 기쁨은 두배이다..

늦은 저녁 시간 부부동반 초대를 받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데. 소꿉친구가 전화를 했다

평택에 있는 동생네 과수원에 가서 배를 따 가지고 왔댄다

해마다 추석이면 배를 가지고 머언 거리를 달려오던 친구

 

어버이 날이면  엄마 생각에

슬퍼할 까 외로워 할까 걱정 되어

꽃 한다발 들고 와서 날 위로해 주던 친구이다.

 

친정 엄마가 돌아 가신지 벌써 다섯 해가 흘렀다

삼년 동안 해 마다 어버이 날이 되면 나에게

엄마 처럼 찾아 와 내 맘을 따스하게 녹여 주던 소꿉친구

 

몇 년 전인가 남편의 실직으로 많이 힘들어 할 때

친구는 은행에 다니면서 한달 받은 월급을 반 똑 같이 나누어

살며시 우리집 식탁 위에 얹어 놓고 갔다

형제보다 더 고마웠던 그 마음을 무엇으로 갚을까

 

그 친구는 내가 친정 엄마 처럼  느껴 진댄다.

 

그 사랑 갚을 길 없어 주말 농장에 열무와 상추를 심어

열무김치 담가 전해 주는 것이 내 작은 나눔이다

비가 철철 내리던 날 남편이 외국에서 오는 날 이라기에

내가 상추를 뜯어 줄께 했더니

쏟아 지는 빗속에 한시간을 운전해서 온다기에

난 남편과 철철 내리는 빗속을 뚫고 주말 농장에 가서

우산을 바쳐 들고  상추를 뜯어 전해 주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나눔 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하찮게 생각하는 작은 사랑이다.

 

그 친구는 내가 어릴 때 내 맘에 가장 아픈 상처를  주었다

난 지금도 그 기억 속에 홀로 외로워 할 때도 있다

철없던 시절  학교 가는 길.  하급생들에겐 찐고구마를 다 주었는데

난. 대장님 소리를 안한다고 주지 않았었다.

난  이 다음에 크면 고구마를 많이 심는 집으로 시집 가리란 꿈을

가졌었다. 하하.

그 친구는 나에게 꿈을 하나 둘씩 변하게 해 주었다.

얌전하던 나에게 도전을 받게 하던 친구였다.

난 더 잘 되어야 한다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그 친구와 난 똑같이  서울에 와서 공부를 했고

똑같이 어엿한 숙녀가 되어 멋진 직장생활도 하였다.

 

지금은 서로 환경이 달라도  어릴적 동무로

가슴에 따스하게 남아도는 친구이다.

언제 만나도  해맑은 마음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이다.

 

가슴에 맺힌 슬픈 기억을 말했을  때

난  친구에 눈에서 눈물을 보았다

 \" 난 가해자이네..  \"

전혀 그런 생각이 나지 않네 하면서

\" 미안해 \" 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어 눈물 짓던 순간.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는 친구가 되었다

잘 살아야 해 ! 하며 늘 염려해 주는 친구가 되었다.

 

나누어 먹을 것이 생기면 아낌없이 들고 달려 와 전해주는 친구가 되었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홍제동에서 성내동 까지

병어를  냄비에 졸여 따근한 채로 가지고 와서 어서 저녁을

먹으라며 내 밀던 내 친구이다.

 

미움과 사랑이 늘 교차하던 어린 시절과 중년이 된 지금

난 행복한 사람이 되는 자리에 오늘도 초대 받고 왔다

 

차 뒷좌석에 배 두 상자가 내 고운 우정 안고 누워 있다

어서 가자구요..

효숙씨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구요..  배 들이 말한다

부우웅.. 차창 밖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맨날 받기만 하구 난 언제 주며 살지.. 하고 한마디 던진다.

 

백미러로 보이는 친구 얼굴엔 엄마 같은 사랑이 남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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