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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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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분의 마음을 남의 양동이를 채워주는 일


BY 새우초밥 2006-10-07

 

 

   사람이 좋은 말을 한마디 해주거나
   아니면 미소 하나, 격려의 손길 한 번,
   남을 칭찬하는 한마디를 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양동이에서
   한 국자 떠내 남에게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남의 양동이를 채워주는 일이다.
   희한한 것은 이렇게 퍼내주고도
   제 양동이는 조금도 줄지 않는다.

   - 윌리엄 미첼 [메뚜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중에서-

  
   90년대 초반,
   군 제대후 6개월 코스로 수강하는 제과학원에 등록을 했었다.
   그 이유라면 소박한 작은 꿈 하나가 있었기에 작은 제과점 하나 차려서
   내 손으로 직접 빵을 만들면서 맛있게 굽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작은 제과점 안에서 난 여러가지의 빵을 만들고 아내되는 사람은
   내가 구워놓은 모양이 제각각인 빵을 비닐안에 보기좋게 포장한 후에
   제과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빵을 팔고 갓난 아기는
   아내의 등을 감싸는 포대기 안에서 이쁘게 잠들어있는
   어느 유명한 화가의 그림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화가 아닌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애가 배고프면 울고 그러면 엄마되는 이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분유를 타거나 모유를 먹이는 지극히 평범한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철도의 선로가 바뀌듯이 바뀔 수 있다.
 
   제과점에서 빵을 만들때 재료를 혼합하기전 각각의 재료의 그람수를
   재는 작은 저울이 있다.
   빵을 만들때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재료들을 저울에 올리고 내린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저울에 올린다면 어떻게 될지
 
   작년으로 기억된다.
   결혼한것 같은 딸에게 의지한채 항상 병원에 투석하러 오시는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런데 그분은 이제 막 투석을 시작하시는지 투석하는 4시간동안
   엄살인지 아니면 정말 몸이 아픈것인지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알아주기를
   애타게 바라는 마음인지 쉴새없이 간호사를 찾는다.
   병원 복도나 투석실에서 가끔 그분을 만나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비관적이고 투석 자체를 자신이 못 받아들이기에 그러시는건 아닌지
   그런데 어느날 바로 내 옆에서 투석을 시작하시는데 여전히 그대로다.
 
   난 투석을 1시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을 접고 tv는 켜놓은채
   그분에게 말을 건냈다.
 
     \"아주머니..이제 30분 정도 남았거든요...\"
 
    사실은 1시간 남았지만 그분을 달래기 위하여 30분 남았다는 거짓말을
    그분에게 했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1시간을 어떤 방법으로 재미있게 사용하면서 보낸다면
    1시간이라는 시간이 짧지만 너무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고 애태우면
    버스타고 부산에서 서울가는 5시간40분동안의 시간만큼이나 길게 느껴지고
    고속도로상에서 부딪치는 정체현상과 사고라도 난다면 빨리가고 싶은
    조바심에 마음을 졸이듯이 그분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저기 아주머니 30분이면 대구갈 시간이거든요...
        아주머니 예전에 지금의 아저씨하고 결혼할때 연애결혼하셨어요?\"
 
    나의 이 질문을 그분이 알아들었을까 아프다는 말 대신에 답변이 나온다.
 
       \"연애했어요..\"
       \"그러면 아저씨 어디가 좋았는데요?\"
       \"몰라요...아파요~~\"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다보니 시간이 흘러가지만 느리다.
    그런데 1시간동안 아주머니에게 계속 말을 건내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지친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지는데 포기해버릴까 싶은 마음까지.
    왜 내가 남을 위하여 1시간동안 말을 해야 하는지 싶은 생각보다는
    이분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웃음을 드리고 싶었다.
    나하고 말하는 그 시간동안 즐겁고 아픈것을 잠시동안 잊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가끔 나 자신에게 놀랄때가 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아나는지
    말 한마디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찢어버릴 것처럼 하는 사람보다는
    비록 자신이 거지일지라도 자신이 만나는 사람에게 수고하시죠
    그리고 힘드시죠라는 말 한 마디 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품격은
    이미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다.
    나를 되돌아보면 난 마음이 어느만큼 부자일까 싶지만 나도 많이 부족한
    하나의 사람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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