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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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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여행후기


BY 정자 2006-10-08

나는  점장이가 아니다. 그래도 내일 일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하고 혼자서

상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별로 기대는 안한다. 기대는 천으로 하고, 실망은 만으로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결혼에 대해서 더욱 그렇다.

여자라면 특히 더욱 그럴 것 같다.

지금의 명절엔 더 더욱 후회 할 일이 결혼해서 며느리가 된 사람들이다.

 

시댁에 혼자 간  남편이 돌아오더니

나를 보고 빈정댄다.

그래! 혼자서 있으니께 그렇게 좋아?

이죽거리면서 그랬다.

 

작년에는 나보고 그런다. 왜 명절날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 되지 않냐고 하더니

나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그만 기가 질려 버린 남편이다.

왜? 추석명절날 일 해줄 며느리파출부는  아직도 못 구했데?

몰아 낼 며느리는 있고. 명절날 올 며느리는 없는 거여?

 

올해는 보란듯이 재 작년에 이혼한 동서랑 나란히 우리집에서 잡채도 해먹고. 과일팩 맛사지도 하고 드러 누워 있디가  음악듣고, 하루코스로 근처 작은 포구에 가서 이제 막 제철이 돌아온 전어구이 먹으면서 그랬다.

 

\" 우리 맛있는 전어 먹고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간다는데... 흐흐..미친 척하고 한 번 들어가 볼까?\" 했더니...

동서가 화들짝 놀란다.

아이구1 형님..꿈에서라도 다시 가자고 말하지 마세요... 내가 겁이 얼마나 많은디....

 

 좋은 일이라면 마음 편하고, 나쁜일이라면 뒤가 떨떠름하고 켕기는 게 있다.

나는 시집에 왕래하지 않고부턴 나에겐 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남편이 사정을 해도 나는 요지부동이 된 것은 시집에 간다고 생각만 해도

동서말 처럼 경기가 날 정도가 아니라 또 가슴이 벌벌 떨리니 감출 수도 없다.

그래서 내 마음이 이끄는 편한데로 진행되면 무리수가 없다.

 

시어머니와 나는 같은 성인 여자이다. 어머니도 자식을 여섯이나 낳고 호된 시집살이를 하신 분이다. 겪은 만큼 내림을 하실려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도 다른 며느리에게도 매몰차게 대해서 이젠 모두들 뿔뿔히 흩어진 가족이 되어 버렸다. 물론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나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이젠 그렇게 가슴 벌벌하게 느껴질 대상에서 조금 비껴가게 되었다는거다.

정신이 나고 철이 들었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측은 지심이 나의 마음에 저변에 자리잡고 있슴을 알았다.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어느 한 여인의 며느리가  난데, 그 며느리가  세상에 없는 못 된 며느리를 만났으니, 무슨 철천지 원수처럼 날마다 서로 바늘 세워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보니 서로 안 보고 , 말 나오지 않는 방법이라면 우선은 당분간 휴전협상처럼 치뤄야 제대로 관망을 할 수는 있겟고.... 이런 저런 생각에 명절이 돌아오면 여기 저기 분분히 힘든 명절나기를 치루는 우리네 여자들 심정이야 어디다가 하소연해도 그 뿐이다.

 

 한가지 제안이라면 서로 바라 보는 시선을 바꿔보자고 하고 싶다. 오죽햇으면 며느리보고 나가라고 했을거며,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새댁보고 전부 일을 맡기는 시댁의 배려가 없는 명절을 십수년 겪어내고도 잘햇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우리의 시어머니들.

 

 이게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누구의 생각이 먼저 였는지 모르지만. 이젠 명절에 대해서 당당히 주도권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자리라면 그 많은 음식준비부터 자잘구레한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울고 웃는 그런 거 모두 다 아는 애기들이다. 그럼에도 늘 당하고 마는 습관성인데.

 

 조금은 못 된 며느리가  되보고, 조금은 약삭빠른  배려도 사용할 단계가 왔다는 거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반듯이 제사에 남자만 절하라는 법 없고, 명절날 반듯이 시댁부터 들러서 가는 코스 명절나기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요즘엔 며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힘들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인데, 그중에 가장 첬째 이유가  시댁이 우선인 명절에 제사에 갖가지 집안행사를 요즘 젊은 여자들, 아니 며느리 될 젊은 사람들은 아주 귀찮아 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결혼은 노우고 섹스만 오케이라고 했을까.

 

 분단을 끼고, 전쟁통에 살아남아 지금도 여전히 당당히 살아 계시는 윗어른 세대에게는 아주 민망한 말씀이지만, 시국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슴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오죽 했으면 자식도 안 낳아서 제발 애 낳기만 하면 고맙겠다고 국가가 사정을 할까.

 

 이런 상황인데, 내 자식은 나중에 결혼을 시켜서 손자보고 그런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기대인데, 도무지 이 좋은 기대가 농촌이라면 얘들 울음소리도 귀하게 들리는 데가 됐고, 도시는 화려한 싱글만  너도나도 구가 하고 있는데.      

 

 윗어른도 공경해야하고, 부모에게 효도 아낌없이 해야 하는 자식의 세대엔 이 결혼제도가, 특히 시집이라는 의미가 별 탐탁치않게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휼륭한 세대는 많이 있지만, 젊은 세대의 사유는 밀려오는 밀물처럼 자꾸 꽉 차오르는 형세다.

 

 그러니 우리가 늘 말하는 교훈도 바뀐다.

있을때 잘해라는 노랫말도 속담보다 더욱 정답이 되었다.

괜히 집 나가게 만들지 말고, 상처 주기전에 아니 말하기전에 내 발가락 열개 셀 수있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서 말하는 방법도 생겼고, 남의 불륜을 시비걸고 맞네 틀리네 할 수순도 법에 맡겨 놓자고 하는 세상이다. 이런 생각들이 자꾸 신조어처럼 태어나는데, 유독히 결혼과 더불어 예단이며, 직업이며, 조건이며. 가난하네. 부하네등으로 특히 여자들을 힘들게 하니 누가 얼싸좋다고 며느리로 나 시집가겠습니다  하는 젊은 여자가 없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열개 도시락을 싸면서 말릴 일이 바로 이런 결혼제도이다.

 

 베트남에서 외국에서 모셔온 신부들이 거진 결혼생활 몇 년만에 종적없이 사라져 버렸다. 내가 봐도 몇 천만원을 들이고 모셔온 그 착한 신부들을 어떻게 대해 줬기에  남편들만 애들만 남아서 반쪽 명절을 지내는 가정이 무지 많다. 말  못하는 서러움이야 그들이 더욱 깊을테고 듣지못하는 기막힘이야 안 당해 본 일이라면 더욱 짐작하기 힘들다. 더구나  같은 현지인에게도 이런 호 된 시집살이를 못 이겨내서 이혼율이 높은데. 이혼이고 뭐고 자식도 내 팽겨진 채 사라지는 착한 신부들 마음이야 오죽하랴?

 

도망간 여자보고 뭐라고 할 게 아니다. 집 나간 에미들보고 타박할 게 아니다. 이젠 집에서 우선 사람과 덩더쿵 어울렁 더울렁 사는 법을 가르치고 배워놓고. 누굴 초대하던, 모셔오는 순서다.

 

 .이젠 착한신부가 선책할 순서가 온 것이다. 남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더욱 깊게 배려를 공부하고, 여자는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로서 결혼에 임해야 할 차례가 된 것이다.

 

 결코 신분상승이니, 조건으로 자리매김 할 게 아니다.

 

 

 

작업공책) 괜히 싱숭생숭하게 심란하게 했나보다. 어제 돌아오는 길목에서 동서와 히히덕거리며 나누었던 애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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