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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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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그리고...골무...


BY 올리비아송 2006-09-29


친구와 오랫만에 인사동을 찾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친구가 삼청동 수제비를 먹고 싶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삼청동 수제비를 먹어본 듯 한데...그게 언제였더라..
큰 아이가 초등학교 일학년때 고궁 체험학습을 해야하는 가을날이였지
울긋불긋 노랗게 물든 고궁을 돌며 아이들은 고궁의 우아함과 웅장함과 고결함을
뒤로한 채 낙엽을 하늘위로 날려보내며 까르르 까르르 웃던 개구장이였는데
이젠 얼굴에 여드름 듬성등성나고 콧수염 시커먹게 나기 시작한
아이들이 되어있으니 그때 먹었던 수제비는 그야말로 추억속의 수제비로 떠오르기만 했다.
 
 
 
\"고정관념은 어쩔 수 없나봐 난 이곳에 오면 꼭 이곳에 차를 대거든..
 나중에 걸어올때 그리고 꼭 투덜댄다니깐..멀어서..ㅎㅎㅎ\"
친구는 자신의 고정관념이 때로는 다리를 고생시키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울타리 속으로 낙엽지는 나무들을 바라보거나 멋진 상점의 쇼윈도우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주차장이 아닐까?  다 생각하기 나름...ㅎㅎ\"
답답한 커피숍의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 차려진 테이블에 앉아았으니
좁은 2차선길로 가끔씩 군인아저씨들을 태운 군용 트럭도 지나가고
노부부의 멋진 데이트 장면도 슬쩍 견눈질로 보기도 하고
과자부스러기 찾아 날아든 비둘기들의 꾸르륵꾸르륵소리에
지난여름 작은아이가 과감히 비둘기속으로 질주하며 모든 비둘기를 하늘위로 날려보냈던 위용이 생각나 웃음이 저절로 배어난다.
 
 
 
 
시간이 조금 넉넉하여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돌로 만들어놓은 길은 언제나 밟고 지나쳐도 세월이 흘러갔음을
느끼게 하질 않는다.  언제나 그자리에 내가 서있다.
친구는 올 가을엔 책에 빠져 본다며 멋진 책갈피 두개를 사느라
온 마음을 집중한다.
책갈피 옆 조그만 바구니에 알록달록 골무가 모여있다.
골무가 이렇게 아름답고 이쁘게 보인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골무는 나의 앵글속에 곱게 자리잡은 첫번째 손님이 되었다.
 
 
 
\"저 골무를 끼고 색색깔 모시로 조각을 이어 만들어 창문에 걸면 참 곱겠지?\"
\"음...나름대로 ....\"
책갈피 두개를 산 친구는 그제서야 알록달록 이쁜 골무가 눈에 들어오나보다.
햇살가득한 대청마루에서 곱게 머리를 빚고 계셨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스쳐지나가며 보이는 참빗과 함께 떠올려진다.
 
 
 
이곳에 서면 세월이 머물고 바람이 머물고 내가 머물고....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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