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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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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내리는 눈물


BY 김효숙 2006-09-27

아침에 일어나니 저 먼 기억 속으로 달려가 보고 싶다

아침이면 풀벌레 소리가 뚜르르. 날 부르는 아침

밤새 윙윙 바람소리 창호지 문가로 찾아 와 알려 주는 밤이면

아득한 저 새작갓이란 산에 밤나무 들이 모여 있는 비탈도 아닌

파란 들판처럼 잔잔한 곳이 있다

어린 우리들이 넘어져도 푹석 엄마 품처럼 안겨주는

아기처럼 여린 풀들이 우릴 안아주는 그런 밤나무 밑이다.

아 !

왜 이밤이 빨리 안 갈까

따가운 가시 속 자기 집이 좋다고 꼭꼭 숨어 있다가

아니야

시골 꼬마들  좋아하는 모습 보아야지 하고

날마다 크게 입을 벌려 가을 햇볕 사랑 받고서는

와아 ! 하늘 향해 드디어 밤송이 입이 딱 벌어졌네..

 

근데 왜 안 떨어지는거야

알밤은 활짝 웃는 얼굴로 땅아래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바라 본 답니다.

그렇게 몇 날을 기다리던 알밤

파란 하늘이 데려 갈까

따스한 햇님이 데려 갈까

하늘 나라 데려 다 잔뜩 모았다가 착한 일 하는 어린이에게 던져 줄까

그리 생각하다 보니 알밤이 너무 추워  너무 뜨겁다고 울면 어떡하지?

 

파란 하늘도  따가운 햇님도 모두 포기를 했는지

밤새.. 바람을 불게하더니 드디어

콩 콩 !  떨어졌을텐데

밤새도록  알밤 줍는 생각이  잠을 설치게 하지만

꿈속에서도 알밤은 친구가 되어  신나게 했습니다.

얼만큼 잠을 잤을까

 

꼬꼬댁  닭이 새벽을 알리는 소리

꼬끼오 !

아  ! 드디어 아침이다.

창호지 문으로 동쪽에서는  아침 햇살이  떠올라 뿌연  안개 속으로

달려 와 우리들을 깨웁니다.

순덕아 ! 빨리 일어나 빨리..

저 새작갓에 밤 주우러 가야지

추자네 애들이 다 줍겠다 하면 동생은 응 ? 하고 얼른 일어 납니다.

빨리빨리 옷입어.. 우린 추석 밑에 엄마가 사 주신 고리땡 바지를 입고

오빠가 입던 주머니가 많은 헌 교복을 입고 산속으로 달려 갑니다.

 

산 입구에 이르면 꿈에 궁전처럼  고요합니다.

밤새 소리없이 내린 이슬이 알밤을 줍겠다는 아이들의 무차별 공격에

뚝뚝 눈물을 흘립니다.

달려 온 신나는 기분과는 달리 선뜻 산속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마음은

그 산에는  호랑이도 있다고 했구 살쾡이도 있다고 했구 토끼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려서는 그런 동물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빨리 가자 언니 ! 응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한 발자욱 씩 산속으로 들어 가면 차가운 이슬도 고요한 적막도 차츰

우리 맘 속에서 따뜻 해 지고 저만치  하나 둘 씩 보이는 누런 알밤이

빨리 달려오라며 우리들 가슴을 씩씩하게 만들어 버린답니다.

 

와아 !  밤이다 풀속에 숨어숨어  술레잡기하는 우리들을 바라 보는

알밤들의 웃음소리는 온 산에 메아리칩니다.

 

언니 여기 여기. 많다

응 여기도 많네...

밤새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람과 싸운 알밤은

아 ! 내가 잘 떨어졌다 하고 딩구르 딩구르 웃고 있었습니다.

욕 잘하고 맘 나쁜 아이에게는 내가 안 보여야지 하고 꼭꼭 숨은것 같이 말입니다.

착한 엄마를 닮은 우리들은 동네 사람들도 약국집 딸이라면 모두 이뻐하셨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한의사이셨는데 그 고을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많이 고쳐 주셨다고 했습니다.

얌전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다며 예뻐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자칭 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알밤도 많이 많이 보여질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나 둘 주머니 가득 줍고나니 넣을 때가 없습니다.

윗도리를 허리 춤에 꼭 잡아 매고 가슴 안으로 밤을 넣었습니다.

홀쭉하던 배는 이만큼 배가 불러 왔습니다.

 

앞 짱구 뒷 짱구 되어 산을 내려오는 마음은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기뻤습니다. 알밤 뾰족한 입들이 여린 살을 찔러대도

얼마 있으면 운동회 때 알밤을 쪄서 가지고 갈 생각을 하니

따가움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장독대 항아리에 하나둘씩 알밤이 가득 찰 생각을 하니 기뻤습니다.

 

저 멀리  엄마가 부르십니다.

효숙아 ! 얼른 내려 오너라 학교 가야지..

네에.. 풀섭에 이슬들이 미끄럽지 않게 해 주려고 이슬들을

햇볕으로 다 떨어내느라 바쁩니다.

고맙다 고마워..

엄마가 부르시는 그 음성..

지금   이순간 엄마가 보고싶어 눈물이 납니다.

그리운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추억속으로 달려간

 이 가을 아침 사랑하는 엄마가 너무나 보고싶습니다.

남편은 깨지 않아 다행이 실컷 울어보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담아 낼

위로의 그릇이 없습니다.

 

그리운 추억은  가슴에 남아 있는 엄마에  그리움을 퍼 내는가 봅니다.

이 가을아침 .. 눈물 속에 행복한 아침을 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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