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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이 더 격의 없음을 깨달은 날


BY 홍경석 2006-09-23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 건 지난 8월 중순이었습니다.
작년 말 군복무를 마치곤 그동안
서울로 올라가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9월의 대학복학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집에 돌아온
아들이 있음에 저는 우선 심심하지 않아 너무 좋습니다.

그동안은 말동무가 없어 입이 근질근질했었거든요.
어제는 아들이 저의 머리염색까지 도와줘서
기분이 꽤 좋았음은 물론입니다.
아들은 또한 가끔은 저의 \'술친구\'도 되어줍니다.

부전자전이라고 저를 닮아 두주불사 형인 아들은
하지만 제가 미리부터 확실하게 주법을 가르친 덕분으로
저처럼 주사(酒邪)를 부리지도 않는 매너 만점의 청년입니다.
아울러 대중탕으로 목욕을 가면 아들이
저의 등을 박박 밀어주는 덕분에
그 또한 여간 시원한 게 아닙니다.

아들이 부재중이던 지난날엔 아내와 단 둘이서만 살다보니
쌀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아내는 모른 체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제가 워낙에 무능하다 보니 평소에 돈을 잘 못 법니다.
하여 때론 쌀이 떨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었지요.

그러한 경우에도 아내는 하지만 여전히 치지도외하였기에
저는 그러한 때면 라면으로 때우든가, 아니면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꽁꽁 언 찬밥을 해동하여 끓여먹곤 했지요.

아내가 고단한 맞벌이를 하는 터여서
평소 제가 새벽동자로서 밥을 짓고 반찬도 잘 만듭니다.
어제 아침에도 새벽에 일어나 밥을 짓는데 보자니
쌀이 하루만 지나면 소진될 듯 보였습니다.
하여 속으로 꿍꿍 앓고 있었지요.

왜냐면 제가 지난달에 그만 실직을 하고
얼마 전에야 비로소 가까스로 재취업을 한 까닭으로
지금 형편이 말이 아니거든요.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두문불출하며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러자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아내도 마침 오늘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마침
쌀독을 보았던가 봅니다.
헌데 평소와는 사뭇 다르게 지갑을 열더니
제게 선뜻 거금 8만원을 주는 겁니다.

\"이 걸로 쌀도 사고 내 약도 좀 사다 줘.\"
순간 경천동지할 일이다 싶어 고무되면서도
의문이 들어 물었지요.

\"당신도 나이을 먹더니 이젠 사람이 달라지는구먼.
쌀을 사 오라고 돈을 다 주니 말야...\"
그러자 이어진 아내의 답변이 가히 촌철살인 적이었습니다.

\"나랑 당신이랑 둘이서만 살 때는 쌀이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들이 오고 보니
쌀이 떨어지면 안 되겠더라고!\"

쌀이 떨어지면 아들이 얼마나 우리집이
가난한가를 여실하고 가슴 저리게 느낄 것
아니냐는 아내의 부언에서
저는 비로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울러 역시 모자(母子)간 보다는
부부간이 더 격의가 없음 역시도
새삼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서 돈을 받아 시내로 나갔습니다.
그래 그 돈으로 대전역 근방의 단골약국에 가서
두통약 타이*놀을 다섯판 사고 이어
할인마트로 가서 쌀을 샀지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까 아내가 했던 말을 되새김질했습니다.
그러자니 여간 흐뭇하지 않더라고요.

요즘 아이를 잘 안 낳는다 하여 말이 많은 즈음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오늘의 저희집 경우를 보더라도
역시나 집안엔 아이들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습니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자녀는
하늘이 주신 보물이며 다다익선입니다.
고로 과거처럼 집집마다 아이를 다산(多産)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 지원 외에도
살인적인 공.사 교육비를 서둘러
내려주는 안(案)까지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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