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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BY 27kaksi 2006-09-23

알 수없는 불안감 같은게 있어서 안정이 않될 때가 있다.

무슨일이 일어 날 것 같은 이상한 예감 같은....

운전을 하다가도 갑자기 좀 무서워지기도 하고, 온몸이 소름이

돋으며 으스스 해 지기도 하고....

불꺼져 있는 방에 들어 갈때면 작은 어둠이 공포감을 줄때도 있어서

놀란듯 불을 켜기도 한다.

몸도 무겁고 마음도 한없이 갈아 앉고.... 그러고 보면 그런 후에는

안좋은 일이 일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가족이 아프거나, 아니면 집안에 안좋은 소식이 들려 오거나...등등

신앙적으로 보면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이고,

몸으로 보면 허해진 것이고, 마음으로 보면 근심이 있는 것인데...

요즘,

언제부턴가 어깨가 무겁고 알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독한 항생제를 먹어서 속이 불편한 것 같은......

가을 날씨가 아주 좋아서 작은 여행을 꿈도 꾸지만, 마음뿐이지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그럼, 늙었다.(?)...

중년여인의 갱년기 증세라고 하기엔 너무 속이 보이게 빛이 바랜

얘기이고, 아이들도 신경을 써 주지 않아도 자기일을 알아서 하는

어른이 되어져 있고,...

산다는게 누구에게나 소소한 걱정은 있게 마련이라서 우리집도

그런 정도의 걱정거리 뿐이고,

남편의 건강도 이젠 걱정 단계는 넘었다.

그런데도 난 머리가 맑아지지가 않고 어둡다.

 

앞산에 천천히 올라 갔다.

나무 사이로 가을 햇살이 눈이 부시다.

한결 높아진 가을 하늘은 잘닦아 놓은 유리 처럼 말갛다.

소리를 크게 질러 보고 싶지만 겨우 아!  하고 한숨같은 소리가

입안에서 맴돌다 발밑으로 내려 앉는다.

이름 모를 새가 가까이에서 운다.

한참을 가도록 우는 소리가 들리는걸 보면 아마도 종일 그렇게

우나보다.

뒤를 돌아 보아도 어느 나무에 앉아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고루 들려 주겠구나......기특한 것....

한무더기의  아줌마 부대가 지나간다.  그들의 수런거림은 뱃살이

두꺼운 것만큼 파워가 있다. 아마도 등에진 베낭엔 맛있는게

잔뜩 있겠지....

막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엄마를 잃은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은 형제

들은 모두 결혼을 했었고, 늘 혼자 놀고 혼자 지냈다.

아버님은 많이 엄하진 않았지만,-특히 내겐- 말수가 적으신 어른

이라선지 종일 몇마디의 대화를 나누기도 힘이 들었다.

젊은 엄마 아빠와 시장도 다니고, 남자 친구 얘기도 나누고 하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부모가 젊은 맏이가 많아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난 나의 아이를 갖게 되면 얘기를 많이 하리라는 꿈을

꾸었다. 친구 같은 엄마는 나의 영원한 로망이었다.

나의 세아이...

난 유난히 아이들에게 집착했다.

예쁜 두딸은 머리모양 부터 옷차림까지 내마음에 들게 치장을

시켰고, 아들은 왕자처럼 기르길 원했다.

어릴때는 그런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성인이 되어서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다 자란 그애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모든 것을 알려고 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부작용도 있다.

공감대를 가진 친구 같은 엄마 라고 나혼자 늘 자랑스러워 했다.

우린 세대가 다른걸.....

요즘 계속 되던 불안은 내가 욕심이 과해 생긴 거였다.

내주위의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나는 춤을 추듯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탓이다.

계절병을 앓는 치기어린 여인을 서늘한 바람이 보듬고 간다.

얼굴에 닿는 감촉이 기분좋게 서늘하다.

가을산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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