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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큰오빠의 잔소리가 그리워)


BY 영영 2006-09-17


어머니는 내게 아침에 젖병을 물려서 사랑채 할아버지곁에 뉘여놓고 
일 때문에 나갔다가 점심때나 다 되서 돌아오면 
그때까지도 나는 몇시간이고 아침에 눕혀놓고 간 그대로 
할아버지 곁에서 방글방글 웃고만 있었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애초부터 생각이 없는 뇌를 가지고 
태어난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어머니가 내게 젖병을 물려야했던건 내 아래위로 있는 오빠와 
남동생에게 먹이기 위해 딸인 내겐 젖을 아끼셨던 건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커서 엄마에게 듣기로는 나를 낳으셨을땐 
어머니의 젖이 바싹 말라 나오질 않아서 쌀뜨물로 암죽을 쑤던지 
분유를 끓는 물에 타서 먹이곤 하셨다고 했다.

그런때문인지 마을의 어른들은 날 보면  어려서 애미 젖도
못 먹고 큰, 순둥이라고 했다.








나는 고향에서 방학이 오기만을 몹시 기다렸다. 

왜냐면 중학교때 도시로 유학간 큰오빠가  
방학하면 고향집으로 내려 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는 인천 작은아버지댁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엘 갔는데  한의원을 하시는 작은아버지의 명에 따라
k대에서 한의학을 공부했다.

큰 오빤..
나의 어머니가 아닌 돌아가신 큰 어머니가 낳으신 
나와는 배 다른 오빠이다.
그러니까 날 낳으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두번째 부인이신거다.

그러나 어려서도 나는 별 개념도 모르고 단순함 때문었었는지
성장하는 내내 다른 친형제와 큰오빠가 틀리다는 차별 그런걸 
전혀 의식하질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게 큰 오빠와의 기억은 나이가 비슷한
친형제들보다도  더 살갑고 잔잔했던 기억들이 
잠깐 잠깐씩 이었지만 더 많았던것 같다..

난 방학이 오기전부터 어머니께  \"큰오빠 언제와? 이번방학엔 
몇일간 쉰대?\" 하고 물어보는게 일이었다.

내가 큰오빠가 내려오기만을 몹시 기다린다는걸 어머니도 
아시는 때문인지 오빠가 내러온다는 소식을 듣는 즉시 엄마는 
 \" ㅈ영아 큰오빠 몇일날 내려온단다?\" 라고
반가운 소식 전하듯이 일등으로 내게 알려주시곤 했던 생각이 난다.


그러던 나도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느라 한번은 큰 오빠와 밥상머리에서 
디게 신경전을 벌였던 일이 있는데 그때의 장면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너무 생생해서 가끔 한번씩 기억으로 떠 올리며 혼자 웃을때가 있다.

그날도 여름방학이였나보다.
오빠는 작은아버지댁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방학이라서 
내려왔을때다.

아침에 큰오빠는 아버지와 겸상을 해서 식사들 하고 있었고
나는 두레상에서 어머니와 다른가족들 틈에 끼어 아침을 먹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것이 왜 지금도 똑 같지만 어려서도 
여름날 밥상에서 고추장에 찍어먹는 풋고추가 왜 그리 맛이있던지 
나는 애가 어른들처럼 굵다란 고추를 뻘건 고추장에
꾹꾹 찍어서 아작아작 깨물어먹곤 했다.

그런데 그날도 왠지 아침상부터 고추장 찍은 풋고추가 
먹고싶어서 \" 엄마 오늘은 풋고추 없어?\" 하니 
자식들 말에 되도록 이렇다저렇다 군 말이 없으신 
어머니가 부엌에서 고추장과 풋고추를 가져다 주셨다.

그런데 저쪽에서 밥 먹던 큰오빠가 \"ㅈ영아.그거 먹지 말아라\"
라고 딱 잘라서 말하는거였다. 

중학교때부터 한의원하시는 작은아버지댁에서
숙식하며 학교에 다녀서 그런가 일찍부터 반 의사에 
애 늙은이같았던 큰오빤 
전부터도 내가 밥 먹는걸 보곤 엄마에게
\'얘 저런거 못먹게 하세요. 애들이 저런거 먹으면 머리나빠져요..\' 
라고 하는 말을 몇번 들은적이 있긴 했어도
그렇다고 먹고싶은게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오빠의 한마디에
먹지 않을 내가 아니었나보다.
\"싫어 먹을래.\" 라고 내가 고집을 피웠던 모양이다.

\" 먹지 마라니까~~ 그거 먹으면 위 버리고
머리나빠진다고 오빠가 말했잔아.\" 라고 
약간의 화가 섞인 말투로 오빠가 말하는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씩씩하게 퍼런 고추를 고추장에 
꾹 찍어서 아작아작 맛있게 고추를 깨물어 먹었다.
아주 달고 맛있게,,

그러자 오빠가 밥 숫갈을 놓더니
그 큰 키로 내 옆으로 와서는 \" 먹지 마라니까!! \" 하면서
어서 그 고추를 내려 놓으라는거였다.

나는 오빠의 행동에 없던 오기가 발동했는지
오빠가 보는데도 끌까지 고추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내가 그렇게 쓸데없는고집을 부린 이유도
평소에도 유난히 잔소리를 들어왔던터라 
그날만큼은 고추장 찍은 고추가 너무나 먹고 싶은데 
진짜 무지무지 먹고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오빤, 남들도 다 먹는 고추를 
왜 나에게 자꾸만 먹지 마라 하니 
오빤 나를 미워하는게 틀림없어..하고

더 오기가 발동했던 모양인지도 모른다.

하긴 큰오빠가 그리 내게 강요을 하신것도
사실 집안의 분위기가 많이 작용을 했다,
모든게 아는게 병이었다.

한의사이신 작은아버지들은 우리 고향집이 종가집이었으므로
명절때나 제사때 내려 오시면 어떤 음식이 몸에 해로운건지 
어떤걸 애들에게 먹이면 안 좋은건지 조미료도 가급적 먹지마라
기름기나 맵고 짠건 해로우니 되도록 절제하라.. 
늘상 어머니나 아버지께 일장 연설을 하시고 
아버지는 유식한 작은아버지가 일러준데로 또 우리에게 
그대로 잔소리를 하시는거였다.


집안의 분위기가 그리 작용했으니 모두가 당연 한 말이련
했던것 같은데 마음속으론 늘 불편하단 생각을 했었다.
자상한 아버지와 나름대로 유식한 오빠의 잔소리들이 
그때는 은근한 스트레스였던것 같다.

몇년전에 조카의  결혼식 있어서 참석했다가  
사촌 올케언니들의 이야길 듣고는
부모님은 죽고 없어도
한 집안은 어쩔수 없는 같은 핏줄이구나..싶은 생각을 했다.

사촌올케들도 한의사 남편들의 명령에 따라서 
아이들 키우면서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일절 먹이질 
못하고 키웠다니 말이다.ㅋ



오빠의 화가 이빠이 났다.
오빠는 내 손에 있는 고추를 탁 뺏어서 상에 집어던지드마는
날 끌고 마당 한켠에 있는 수돗가로 끌고 가는것이었다.

아침 밥 먹다말고 큰오빠와 막내여동생의 웃지못할 신경전에
밥상머리 분위기가 살벌해진것이다.

나는 그제서 너무 화가난 오빠가 무서워서 
빨리 어머니가 내편에 서서 나를 거들어 주시기를 바라는 눈으로
애초롭게 어머니를 바라다 봤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못들은체 하시고 묵묵히 식사들만 
하실뿐이었다.
아 그때의 섭섭함이란..

오빠는 세수대야에다 찬물을 하나가득 받더니만
엉엉 울고 있는 내 등짝을 찰싹 때리면서
어서 고추장이 묻은 입을 닦으라는거였다.

결국 그날 아침의 큰오빠와의 기 싸움은 나의 패패로
끝나고야 말았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모양이다.

어릴땐 구찮았던 아버지와 큰 오빠의 자상했던 
잔소리가  갈수록 그리워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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