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다들 어떻게 해서라도 생리를 좀 오래할 수 있도록 폐경을 미루는 추세다.
60이 넘어도 생리를 한다고 자랑하는 한 연예인을 보고있자니
생리를 하면 조금이라도 젊게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올리송님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40대에 폐경을 맞이하는 것은
‘조기’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하는데
내 나이도 이제 삼십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갱년기가 닥쳤을 때 놀라지 않도록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어야겠다.
우리 엄마는 사춘기에 접어든 내게 늘 일러주셨다.
‘순결을 잃으면 여자팔자 볼짱다보는 팔자가 되니 연애할땐 늘 주의하거라.’
늘 염불하듯 이 말을 하셨지
여자가 어떻게 갱년기를 대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나이드신 분들이 우울증이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더워서 옷을 훌훌 벗어야 겨울에도 시원하다고 하는데
그게 갱년기 증상인지 최근에야 알았다.
나는 엄마를 원망하며 왜 내게 갱년기에 대해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 했더니
엄마는 갱년기가 있는줄도 모르고 지났다고 한다.
바쁘게 살다보니 생리가 끊어져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벌써 갱년기가 지나고 60이 넘으셨단다.
한때 나는 폐경이 되면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때였다. 그때는 생리가 너무 무섭고 싫었기 때문에.
중2땐가 생리를 시작했는데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수업이 끝나고 의자에서 일어날라치면 나이아가라 폭포수처럼 터져내리는 생리 때문에
얼마나 찔끔거리고 놀랐는지 모른다.
그 무렵엔 생리때 뛰어다닐수 조차 없었고
늘 오금이 저린 애처럼 조심조심 걸어다녀야 했다.
애들끼리 모여앉으면 서로 내 생리통이 더 심하고 내 생리양이 더 많다고 우겼지만
나는 찍소리안하고 앉아만 있었다.
속으로만,
‘흥, 문둥이앞에서 고름짜고있네!’
상황이 이런지라 피를 자주 바지에 묻혀다녔다.
오버나이트를 해도 안되고 기저귀를 차고다닐 순 없고 해서
하루는 엄마가 내 손을 끌고 주니어 아케이트라는 옷집엘 갔다.
거기서 생리혈 색깔과 똑같은 빨간바지를 사주셨다.
나는 생리때면 늘 이 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이 바지가 정말이지 피색깔과 똑같아서 묻혀도 감쪽같았다.
옷감이 골덴이라(고리땡이라고도 한다)
여름에 입기엔 부적합했지만 생리때면 여름에도 늘 그 겨울바지를 입고다녔다.
그 바지는 그러고보니 본전을 빼게 입었던 것 같다. 중학교 2년, 고등학교 3년,
이렇게 5년동안 줄기차게 입었으니.
대학엘 들어가면서 양이 좀 줄게되었고
내게는 더 이상 빨간바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지긋지긋한 생리를 벌써 20년넘게 했다.
이제 빠르면 5년안에, 늦어도 10년안엔 생리가 멈출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지긋지긋한 생리였어도
오매불망 생리했던 때를 그리워하게되겠지?
또 그때가 되면 폐경을 연장시키는데엔
어디회사의 어느제품이 좋다는 얘길 하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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