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휴가의 둘쨋날이다.
이젠 떠나야지 하면서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같이 가 줄것을 종용하지만
대답은 노우: 거절 당할 때의 비애를 그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비참한 지~~~~
가볍고,들떠야 할 휴가를 얼굴 찡그리고 출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상행선이라 막히는것은 없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서니 뿌듯한 마음이다.
개통된지가 제법 되었건만 이쪽으론 여엉 나올 기회가 없어서
이제서야 달려 보는것이니 벅차기까지 하다.
서해대교라고 올라섰으나 초기 개통 되어서처럼 차를 세울 수 있는것도,
그렇다고 옆이 트인것도 아니라서 도통 바다를 볼수가 없다.
아래로 아래로 달렸고,날씬 흐린 상태.
서산에서 내려 국도를 타고 태안반도로 향한다.
안면도랑,태안화력발전소랑 몇개의 해수욕장이랑.
그중 우린 북쪽에 위치한 학암포에 여관을 예약 해놓은 상태라
도착했을때는 오후 4시가 넘어서고 있다.
여관에 방을 확인하곤 수영복만 갈아 입고 바다로 향했다.
강뚝처럼 자그만 둔덕을 넘으니 저멀리 물이 보인다.
물까진 근 100여미터를 걸어야만 했는데
동해안만 보아온 나로선 경이롭다.
물은 깨끗했고,한참을 나아가도 물이 깊어지지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하고
차갑지가 않아 장시간 물에서 놀 수 있어 지칠때까지 바다를 즐기고~~~~~
라면으로 저녁을 먹고, 포구 구경에 나섰다.
포구라야 배20여척 될까하지만 ...... 배에서 횟감을 직접 떠주나 그림의 떡-아들을 데리고
한잔 할 수도 없고, 바다 내음만 실컷 채우고 숙소로 돌아 오다.
작은애가 잠이 든 후 큰애와 바다에 간다.
밤열시에 나가보니 물이 코앞에 와 있어 나를 놀래킨다.
이런 조수간만을 교과서에서만 들어온 나로선 그저 놀랠수 밖에
휴가지의 첫밤은 그렇게 저물고
8월6일
늦은 아침을 해먹고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불었지만 개의치않고 물에 또간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인경이는 물놀이에 <그만>이란 없는 애다. 어찌도 잘 노는지~~~~
아침 열시에도 물은 코앞이다.
하루 밀물 . 썰물이 두번 생기는데 ,하루 한시간여가 빨라진다는 여관주인의 설명.
파도타기를 하며,튜브를 끌며 운동삼아 물놀이를 하는데
파도가 점점 높아지고,안내방송이 나온다.파도에 조심하라고
바다쪽으로 먹구름이 밀려 오는게 보이더니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져
후다닥 숙소로 돌아와 떡뽁기를 해서 요기를 한 후에 길을 나선다.
이곳까지 왔으니 태안화력발전소 견학은 못하더라도 구경은 하자고
이정표를 따라 가는데 곳곳에 <7,8호기 발전가동 반대>란 현수막이 비바람에
펄럭인다. 전기란 실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막상 내집앞에 저런게 생긴다면
나또한 반대 데모에 동참하는게 우리내 현실이 아닐까?
영동화력발전소완 비교도 안될만큼 규모가 크다.
굴뚝이 여섯개인걸 보니 그게 1호~~6호까지 인가보다
돌아서 나오며,신수리 사막이란곳도 염두에 두었으나 비가 워낙 많이 와서
그냥 지나쳐 안면도에 간다. 비는 여전히 앞이 안보이게 쏟아지고~~~~
연육교를 건너서 안면도에 접어드나 다리로 연결된 섬은 더이상의 섬이 아니지 않는가!!
롯데오션캐슬이 근사하단 얘기는 접했지만 이 비에 그곳도 별의미가 없을곳 같아
재래시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 보았다. 해산물만 잔뜩이다.
농협마트에서 음료랑, 인스턴트식품을 사고,안면도를 떠났다.
방조제를 보고자 이정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니 인간의 위대함이 나타난다.
어떻게 바다를 막을 생각을 했으며,현실로 나타낼 수가 있을까?
<현대>라는 기업이 새삼 위대해 보이며,그제 죽은 정몽헌의 죽음에 가슴이 저린다.
나랑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건만 그 뉴스를 접하는 순간
난 온몸의 숨구멍이 막히는것 같은 체험을 했었다.
천수만 방조제를 지나 홍성에서 서해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아래로 달리다 보니 대천해수욕장 이정표가 보이고,난 갈등한다.대천에 가보고 싶다고.
대천휴게소에서 요기를 하며 지도를 보니 변산반도가 얼마나 가까운지 애써 누르고
변산반도로 다음 여정을 정했다.
드넓은 평야에 감탄하며,지평선을 눈으로 쫓는다.
만경,김제평야를 지나 부안에서 내린다.
변산반도로 접어드니 곳곳에 간조로 인한 갯벌이 들어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갯벌체험현수막에 차를 세우고 갈퀴를 대여해 우리 셋은 뻘에 발을 넣었다
뻘밭에 처음 들어간 나로선 아이들의 산교육은 뒷전이고 뻘의촉감에 희열한다.
게와 조개류 몇마리를 캐고, 만조로 물이 들어오는지라 아쉬움을 뒤로한다.
물두바가지 500원.
세명의 팔,다리,발 ,작은애 바지,재빈의 고무슬리퍼까지 모두 헹구었다.
아~~~ 인간은 정녕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변산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되어 간다.
야영 할곳을 찾으니 마땅치가 않아 두리번 거리는데
민박하라고,삼만원 내라고-첫날의 숙박비는 팔만원이었기에- 얼른 따랐다.
그냥 네모 하나다. 세명이 누우면 짐이나 들여 놓을수 있을지~~~
짐을 방에 던져 놓고 바다로 간다. 물이 들어오는지라 멀리까지 안가도 된다.
물에 들어가니 태안반도완 또 다르게 미지근함이 전해와서 나까지 물에 들어갔다.
날은 어두워지고, 물은 서서히 차오르고,튜브에 몸을 싣고 일렁이는데
어느새 달이 바다를 비춘다.
물위에 번지는 달빛과 점점 검게 변하는 물과 사람이라곤 우리 셋뿐인 바다를 상상해보라.
변산해수욕장을 온통 전세내 셋이서 늦게까지 물놀이를 원없이 한다.
어느순간 인경이가 먼바다를 보았나보다. 무섭다고 들어가자고.
숙소에 오니 9시가 다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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