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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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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이지 않는 그림 한 장


BY 낭자 2006-08-29

여름 가장 햇볕이 강렬한 때에 나는 태어났다.

그런 내가 한겨울의 눈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나의 일을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진한 커피 한 잔 채워 들고

커다란 유리 벽면을 바라본다.

밤새 눈이 왔는지 새하얗게 변해버린 넓은정원에서

세 남자가  눈을  굴려 눈사람도 만들고

터프하게 눈덩이를 뭉쳐 아들과 아버지에게 던져대며 호탕하게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행복함에 그저 작은 미소로 답할 뿐이다.

중3이었던가 여름방학이 되어 혼자 여수 이모님댁에 놀러간 적이 있다.

이모와 이모부께서

\"모처럼 조카도 왔는데 오늘 저녁은 맛있는걸 먹어야겠지?\"

하시며 야경이 좋은 공원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시내가 한 눈에 들여다 보이는 공원에서 그 곳 동생들과 신나게 놀고 있을때 이모부께서 내게 다가 오시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 조카는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가?\" 하며 물으셨다.

나는 주저 하지않고

\"저는 꼭 작가가 될꺼예요.\" 라고 당돌하게 말씀드렸다.

\"그래? 그럼 싸인 한 장 받아둬야겠는걸, 앞으로 유명작가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지.\"

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는 이모부.

그땐 내가 정말 작가가 된듯한 기분에 우쭐하기까지 했다. 어린마음에..

이제 나도 40을 바라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지,

남편의 까다로운 입맛에 또 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을 할지,

내일은 시댁 제사인데 무얼 준비해 갈지,

날로 늘어나는 가계의 지출을 어떻게 메꾸어야 할지..

당장 오늘 일로 머리 속이 복잡한 나다.

옆집 문영이네,상호네 모여들면

가족사 진하게 뿜어내며 함께 걱정하고 기뻐하는 오지랍이 넓은 아줌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꽃들과 대화 하며 수줍어 하고 서글픈 글 한줄에도 며칠을 마음 아파 했던 나의 감수성은 찾기 힘들어 졌다.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대할때마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는데 관심갖기 보다

이번엔 무엇을 가르칠까?

어떻게 수업해야 엄마들이 좋아할까?에 더욱 민감하다.( 그런 사람으로 치부될 만큼은 아니고..그런면도 있음을 말하는것이니 오해는 금물..)

 그저 밤하늘의 총총한 별은 내일 날씨가 맑겠다는 예보이고

겨울의 함박눈은 내일 출근길을 막아설 애물단지로 여겨질 뿐이다.

 보이지 않는것 보다 보이는것에 더욱 예민해진 나의 감수성..

하지만 나는 나의 미래를 떠올릴때마다 깊은 행복감에 빠진다.

너른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유리 벽 안에 막 탈고를 하고 하얀 눈 속에서 남편과 아들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나의 그림이 더욱 선명해지고 자주 떠올려진다.

이제 조금씩 그 장면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려 한다.

구체적인 설계를 하기 위해 막 연필을 짚어들었다.

나의 잠재된 미소를 찾기위해...

보이지 않는 나의 그림 한 장을 찾기 위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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