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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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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 세상에 이런일이


BY 김정자 2006-08-25

어릴때 부터 꿈꾸던 여행,
나는 어른이되면 여행을 많이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세계 곳곳에 여행을 다녀야지\" 이런 꿈을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갔다


오랜 세월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가고, 또한 시간이 허락되면 경제 사정이 여의치 못해 여행을 미루고 ,

이렇게 세월만 보내다가  어느해(지금부터 7년전) 금강산이 처음 개방될때 우리부부는 금강산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때의 설레임이란 무엇으로 표현할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야 어디인들 아름답지 않겠냐마는 최고  자연의 예술품인 금강산을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은 떨리고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래 기다렸다. 오래 참고 기다리다 보면 이렇게 갑자기 오는것이다.

천천히 천천히그리워하면 마침내 다다르는 것이다.


우리부부는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같은 땅이건만 육지로는 못가고  배를 타고 공해를 돌아서 이북땅에 들어간다니......

배멀미가 조금은 걱정 되었지만 사실 2박3일에 그렇게 준비할것은 많지 았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며칠전 부터 남편은 서재에 들어가 무엇인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것이다

\"뭐해요?\" 내가 물을라 치면 약간 당황한 어조로(내 착각인가?)

\"응, 아무것도 아니야\" 원래 무심한 나는 별 관심 없이 지나쳤다

 

드디어 속초로 떠나는날 아침,(우리는 속초에서 배를탔음)

마지막 짐을 꾸리는데 남편이 무엇인가 들고 나오면서 하는말

\"이것 잘 챙겨 넣어요\"

나는 그것이 무언가 보다가 기절 하는 줄 알았다.

그것은 큼직한 아크릴판 두개 인데

하나에는 시증조부, 시조부, 시아버지

세 분의 사진을 큼지막 하게 넣었고, 또 하나에는 시조모와 시어머니

두분의 사진을 크게 넣어 끈까지 달아 목에 걸고 다니게 만든 것이었다

 

\"아니 이게 뭐예요?

\"조상님 사진이지\"

\"아니 이걸 뭐하게요?\"

\"아버지 할아버지 사진은 내가 걸테니(목에)  어머니 사진이 든것은 당신이걸구 가자구, 평생에 아버지가 그렇게도 금강산 구경을 하시고 싶어 했는데 어찌 우리만 가나? 그리고 윗 조상도 계신데 어찌 두 분만 모시고 가나 ?

그래서 이렇게 다 모시고 가기로 했으니 이 아크릴판을  가방에 잘넣어요\"

.............

 

\"아이구 세상에 이런일이\"

나는 벌린 입이 다물어 지지않았다.

남편의 성격을 아는지라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지 )

절대 안걸기로 혼자 결심을 했다

 

우리는 이사 가는 사람처럼 가뜩이나 짐이 많은데 또하나의 가방까지 추가해서 여행길에 올랐다

 

바다는 잔잔했고 배는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글에서 본 기억이 난다 바다는 \"바라다\"의 준말이라고

간곡하게 기도하면 \"자 받아\" 하면서 다준다고

왜 그리도 아등바등 했던가 왜그리도 애걸복걸 했던가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것을 받아 드리는

넉넉한 품이 있어서 일것이다

바다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이들었다

 

드디어 이북땅 장진항에 도착했다

여기는 우리땅이 아니라 외국의 낯선 곳에 온 기분이다

항구에서는 붉은 띠를한 북한 군인이 우리를 조사 하는데 외국에 나갈때

처럼 검색대를 사람과 짐이 통과해야 하는것이다

우리 일행은 한줄로 서서 죄도 없이 죄인처럼 몸수색을 했고 짐은 검색대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의 짐이 검색대를 빠져 나가지 못하고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걸리는 것이다

 

\"이 가방 뉘것이오?\" 북한군이 붉은 색으로 천을댄 소매 속에서 손을 빼내며 이상한 억양으로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저희 것입니다\" 남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것 들고 따라 오시오\"

(아, 이제 우리는 여기서 죽는구나)

나는 집에 있는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다리가 떨리고

숨이 막히는것 같았다

 

우리는 가방을 들고 북한 군인을 따라 으슥한 곳으로 갔다

\"열어보시오\"

가방을 열었다 거기서 나온것은 세 할아버지와 두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었다

\"이기 뭐이요?\"

\"에 평생 저희 아버지가 금강산 구경을 소원하셔서 어쩌구 저쩌구......\"

그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몇시간은 족히 지난것 같이 생각되며 등줄기에서는 땀이 석삼년 가뭄에 비쏟아지듯 흘렀다

 

\"이제보니 선생 참 효자시군요 ,좋소 가보시오\"

나는 순간 저게 무슨 말인가 하는 얼굴로 멍하니 있는데 남편이

\"고맙습니다\" 하는 말과 함께 내손을 잡고 잽싸게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아, 하느님 부처님)

우리가 나오자 그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우리 일행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여행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젊어 피끓는 시절은 다 지나갔으나 아직도 세계 곳곳을 다니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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