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풀벌레 우는 소리가 사무치게(?) 들려왔다.귀뚜라미는 아닌 듯,
\'뚜르르르 뚜르 뚜르~~~~\'한숨씩 휴식을 취하고 참으로 끈질기게도 운다.
나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며 숨고르기하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선들선들한 바람에
기분좋게 잠을 깼다.
\'아,이제 아침 저녁 가을 냄새가 나는구나.\'
분주한 집안 일에 오전을 마감하는 방점을 찍으며,커피 한잔을 놓고 늦은 신문을 펼쳐든다.
하늘높이 솟은 태양에 가을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이 풀풀 피죤냄새 풍기며 펄럭이는 이불보
며,침대커버,건조대에 뉘여져 자반 뒤집히듯 일광욕 굽기를 하고 있는 이불 속통과 베개들.
간간이 눈도장 확인을 하며 쉬임없이 죽어라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실내 온도계에 절로 눈이 간다.
29도!
아.매미야.네가 온도계로구나.
땀을 뻘뻘 흘리며 방학 숙제 마무리하는 두 녀석들 얼굴에 땀이 번지르르하다.
\"호야,에어콘 틀어 주랴?\"
\"아니요.전기세 올라가요.\"
선풍기 끌어다 트는 큰 녀석이 대견하기보다 측은하다.평상시 얼마나 나의 쇄뇌가 있었으면
11살 아들입에서 전기세 얘기가 나올까?
고맙게도 해가 잠시 구름 뒤로 숨는다.바람도 선선히 불어준다.
다만 매미만 죽어라 울고있다.
징한 놈!
그 오랜 세월을 굼벵이로 살았으니 짧은 지상에서의 생명을 저렇게 불태우는구나.
용서한다.너를.
보송보송 말라가는 빨래감을 가늠하며 베란다 화분들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여기가 17층인데 말이야.귓가에서 우는 듯 실감나게 울어젖혔던 그 놈들이 어디에 숨었을까고?
오늘 밤도 풀벌레 소리에 장단 맞춰 단잠을 청할 생각을 하며,녀석들에 부탁해 본다.
\"진양조 정도로 울어주면 어떨지?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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