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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포르노를 본 날


BY 불토끼 2006-08-16

K장 여관.
내가 H네 여관엘 간 건 1987년, 여고 2학년때였다.
토요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친한 친구들 세명이랑 H네 놀러갔다가
마침 H의 제안으로 아빠가 운영하는 여관을 구경하러간 것이다.


여관엔 종업원 아줌마가 혼자 계셨다.
우리는 카운터 근처에 있는 방안에 들어앉아
사치기 사치기 사사뽕, 감자 감자 쑈 같은 게임을 하고 놀았다.
조금 있으려니 종업원 아줌마가 문을 빼꼼히 열더니 H에게
수퍼에 잠시 다녀올테니 카운터를 좀 봐달라고 했다.
H는 카운터로 가더니 우리더러 비디오를 보겠냐고 물었다.
우리방에 비디오가 없어도 카운터에서 비디오를 넣으니 방에서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몇 편의 시답잖은 비디오가 오갔고 마지막으로 본게 포르노였다.


처음에 그 포르노영화는 보통영화처럼 시작했다.
한 남녀가 오픈카를 타고 달리다가 멈춰서는 한 집에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옷을 벗어젖히는 두 남녀.
그중 여자가 남자의 바지를 벗기더니
거기서 무슨 막대기마냥 불쑥 튀어나온 것을 입에 넣고 마냥 빨기 시작했다.


옴마야!


사치기 사치기 사사뽕을 하던 우리는 아닌 밤중에 홍두께인 격으로 깜짝 놀라 자지러졌다.
놀라 일어서서는 방안을 마구 뛰어다니는 녀석,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릴 지르는 녀석,
그 와중에도 끄떡앉고 비디오보는 녀석...

카운터에서 비명을 듣고 뛰어온 H도 그 장면을 보더니 깜짝 놀라 황급히 비디오를 껐다.
길어봤자 단 5분간 일어난 일이었다.
사실 포르노에서 5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닌지라 일어날 건 다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
고로 그 난리중에도 호기심많은 열일곱살짜리들은 중요한 장면은 놓치지 않고 다 봤다.


그 여관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 길을 내가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배신을 당한 것만 같은 기분,
남자들이 여자들 모르게 불법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그걸 내가 우연히 알아낸 것만 같은 기분.

나는 어둑신해진 거리를 걸어가며 지나가는 남자들의 그 중간부분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도무지 그 커다란게 어떻게 저 바지안에 숨었단 말인가.


그 이후 나는 학교 남자선생님의 것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우리학교에 늘 딱붙는 정장바지만 입고 다니는 잘생긴 사회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교단에 오를때마다 열심히 쳐다보며 분석해봤지만
도무지 그 큰게 들어앉을 자리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게 버릇이 되어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남자들만 보면
그 중간부분에 눈이 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하지만 되돌아 보매 내가 그 나이에 포르노를 본 것은 내게 부정적인 충격을 주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성교육이 전무했던 그 시절 성교육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성지식은
국민학교 5학년때의 그것에서 아주 조금 진보했을 따름이었다.

남녀가 사랑하면 아기가 생긴다는 말에 옆반 이모군을 짝사랑했던 나는
변소에 앉아서 얼마나 내 배를 세게 쳤던가.
‘죽어라 이 아기야’ 하면서.

그러던게 중학교들어가면서 난자와 정자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게 어떻게 해서 여자의 몸속에 들어갈 수 있는지 배우지는 못했다.
게다가 사귀는 남자가 없어서 그랬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고2학년때의 그 토요일 오후 나는 드디어 알게된 것이었다.
합궁의 이치를.


이렇게 처음으로 포르노에 입문한 나는 그 이후에도 틈틈이 포르노를 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이 무섭지 두 번째부턴 태연해진다.
부모님없는 친구네서 숨겨논 포르노테이프를 훔쳐본 적도 있었고
성인이 돼선 신혼재미에 푹 빠진 친구네서
신랑이 청계천에서 사왔다는 포르노테이프를 본 적도 있었다.


그러던게 결혼하면서 그 횟수가 부쩍 늘었다.
사실 결혼해서 횟수가 늘었다기 보다는 독일에 살고부터
그 횟수가 늘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독일에선 일반 비디오 가게마다 포르노 코너가 따로있다.
포르노를 빌릴 때 쑥스러운 것이
그 적나라한 사진이 박힌 테이프를 계산대까지 들고가서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선 그럴 일이 없다. 빌리고싶은 비디오의 딱지 하나를 들고가서
 돈과 함께 내밀면 끝이다. 피차간에 낯뜨거울 일이 없는 것이다.


포르노코너에 들어가면 사방이 ‘살들의 향연’이다.
살색이 각각 다른 남녀 너댓이 뒤엉켜있는 것은 상식이고
거기다 똥과 오줌으로 칠갑이 된 사진, 여자의 손과 팔이 여자의 성기에 들어가있는 사진 등
역겹다못해 인간이 인간의 육체를 이토록 혹사시키나 싶어 잔인하단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섹스기구를 파는 섹스샵은 더하다.
완전 아마게돈이다.

이런 것들은 취향이 좀 독특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 치고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텔레비전용 포르노도 있다. 이름하여 소프트 포르노.
 밤 12시만 넘으면 텔레비전에서 소프트 포르노를 보여준다.
 성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은 없지만 어쨌든 전라의 남녀가 뒹구는 것은 마찬가지다.


훔쳐먹는 사과가 맛있다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는 포르노에 대한 흥미가 싹 사라졌다.
게다가 아동포르노니 인신매매 포르노니 해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인간의 몸이 팔려나가고 혹사당한다고 생각하니 역겹기 그지없는 일이고.
혹 가다가 화면에서 어줍잖게 연기하고있는 어려보이는 여자를 보면
흥분이 일기는커녕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다 바로 한 2주나 됐을까.
남편의 책상을 치우다 영어로 암호비슷하게 적혀져있는 CD를 보게됐다.
CD에 제대로된 이름이 아닌 암호비슷한 것이 적혀져 있으면
그것은 십중팔구 수상쩍은 CD인데
그런 것일랑은 좀 은밀한 곳에 숨겨두질 않고 이렇게 방치해놓은 것이다.
나는 수상쩍은 그걸 컴퓨터에 넣고 클릭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포르노였다.


\'일본남녀의 환타스틱 포르노!\'


남편은 주로 일본이나 중국의 포르노를 즐겨보는데 그 이유는
서양포르노에 나오는 남자들이 너무 재수없게 생겼다는 것에 기인한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서양 남자배우들은 죄다 마누라패다가 온 넘처럼 공격적으로 보인다.
남편에 따르면 서양인에 비하면 동양의 남자배우들은
공격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보통의 남자들이라 볼 맛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로 그 수상쩍은 CD에는 맨 일본 남녀와 중국남녀의 포르노 영화 몇 편이 들어있었다. 그중 한 편은 내가 여적지 본 포르노중 제일 작품성이 뛰어난 포르노라 자부할 수 있을만큼
환타스틱했다.


여자는 흰 피부와 참외같이 큰 젖가슴만 빼면 연기는 보잘 것 없었으나
남자의 연기가 대단했다. 남자의 외모는 하잘 것 없었다.
미팅에서 만나도 눈길 한 번 못받을만한 외모에,
간이 안좋은지 낯빛은 전체적으로 거무스름하고 헤어스타일도 더벅머리인데다
온몸에 뻣뻣한 털까지 듬성듬성나서 종일 밭매다가 온 시골 총각같았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옷을 벗고 작업에 들어가자마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현란한 기교와 기술, 오래 지속되는 발기의 시간, 실제라 믿을 만한 연기력...  


나는 그의 연기에 반해  그 이후에도 대여섯번은 더 그 CD를 봤고
급기야는 편집된 것까지 세어보며
몇 번을 연기해서 이 비디오가 완성됐는지까지 측정하게 되었다.

여러 인종이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출연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현란한 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똥오줌이 칠갑이 된 것도 아니면서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20분동안 포르노를 찍는 다는 것은
자칫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포르노는 지극히 정상적인 두 남녀가 아름답게 교합하는 모습만으로
20분을 넘겼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기승전결까지 갖추고 있다.


나는 그 포르노를 보고나서 너무나 감탄하여
온몸을 던져 연기한 그 남자배우에게 \'아이구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박카스 한병을 건네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포르노의 남녀 주인공들처럼 몸을 던져서 연기하는 배우가 또 있으랴.
많은 배우들이 말한다.
적당히 섞어서 가짜로 만든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
가짜로 눈물짜내는 건 가짜감정이니 지양한다고.

그러면서도 조금만 인지도가 있으면 노출연기는 사린다.
하지만 포르노 영화의 배우들이야말로 몸을 던져 진짜로 만든 감정을 가지고 연기해야한다.
안그러면 금방 탄로나니까. 특히 남자배우들의 경우에 더더욱.


그리고 보니 세계의 유명한 영화제들중 포르노부문을 시상하는 영화제는 하나도 없다.
이젠 좀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포르노를 유명영화제에서 시상해
여러 성인들의 눈과 몸을 즐겁게 해주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의 대종상과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프랑스의 깐느영화제들은
적당히 보수적인 관계로 100년이 흘러도 그럴 일이 없겠지만
선댄스영화제같이 유명하면서도 저예산 영화에 공을 들이는 영화제에서
포르노에 눈을 돌려 시상해 봄직하지 않을까.


이렇게 올해의 포르노로 선정된 영화들은
이제 갓 성년식을 마친 고등학생들에게 부모가 추천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못보게해도 어차피 볼거 차라리 양질의 것을 보여주자는 말이다.
게다가 10대의 나처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초짜 여학생들에겐 필수로 보여줘야한다.
걔네들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뭘 해도 할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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