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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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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컨디션 최고야!!


BY 임혜경 2006-08-09

7월의 마지막 날이다.

첫날이나 마지막 날이 되면 꼭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거나 정리를 하고 싶어지고,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들곤한다.  일년에 12번씩이나 있는 첫날이고, 마지막 날이며, 내 나이 서른중반이 되도록 숱하게 맞은 첫날 그리고 마지막 날이건만, 또다시 신선한 의미를 부여하고만 싶어진다.  나만의 은밀한 계획과 별난 숫자사랑인가

 

아침에 눈을 뜰때의 내몸은 어젯밤 잠들기 전의 상태와 별반없이 늘 피곤하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도록 상상을 초월하는 모든 꿈을 꾸어댄다.  때론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한다.  눈이 번쩍뜨여 이불을 박차고 콧노래를 부르며 침대에서 나오는 것이 나의 희망사항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다지 신이나는 일도, 기대되는 일도, 어서 날이 밝았으면 싶은 날도 드물어질 뿐 아니라, 따뜻한 아침상이 차려져 있지도 않은 차가운 부엌을 들어서야 하는 일은 정말 끼우기 싫은 첫단추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완벽주의자인 나의 성에 찰리가 없다.  대충 빵구워 아침 먹고, 아이들 놀게 시키고, 커피한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두시간 훌쩍.  더이상은 아이들도 양보하지 않는다.  어쩔수없이 아이들에게 끌려내려와 점심을 만들어주던지 데리고 나가던지 해야한다.  밀린 일들 좀 하다보면 어느새 저녁밥 지을 시간, 서둘러 준비하고 재촉해 먹이고 치우고 뒤돌면 벌써 하루가 다 지난 느낌.  이런 식으로 끝나려는 하루가 나의 성에 더더욱 찰리 없지.  가슴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바람이 숭숭 지나간다

 

내 하루니?

누구 하루니?

 

어느새인가부터 주인의식 없는 하루하루를 그저 맹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되어버렸다.  일부러 무슨무슨 날이라 이름 붙여주지 않으면 그나마 달도 날도, 시간도 다 뭉그러진채 굴러가고 있을게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첫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향하며 오늘을 기대하던 그 시절이 내게도 분명이 있었더랬는데 말이다.  세월이, 나이가, 환경이, 남들이 나를 깎아먹어버린 것만 같다

 

 

깎여나갔다면 난 보석이 되어있겠군!!

깎여냈다면 난 멋진 조각품이 되어 있어야겠지!!

 

이야~

 

갑자기 기분 최고가 된다.

물에 젖은 솜이 일순간에 탈수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다.

 

오늘 컨디션 최고다!!!

 

[늘 양면을 오가는 이런 싸움을 내안에서 하며 산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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