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꿈나라에서 잠들다 보면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싶다
꿈속에 영원히 잠들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내 온몸은 로보트가 된다. 내 생각이 육신을 움직여 주어야
그 때서야 온 몸이. 말을 듣는다.
더운 여름날 아침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소리에 잠이 깨었다
에구구..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소리에 나도 놀란다
늘 똑 같은 아픔이지만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내 속에 한숨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나를 다스린다.
맴맴..
매미소리가 나를 추억에 도가니로 몰고 간다
효숙씨 힘내세요..
그래그래.. 두 눈을 감고 어린시절로 돌아가 본다
아침이면 창호지 문으로 밝아 오는 여름날에 아침
초가집 주위로 매미들이 합창을 하며 얼른 일어나라 깨운다
어려서는 왜 그리 잠이 많았는지..
학교가야지 하며 깨우시는 엄마에 목소리..
오빠하고 동생 나 셋은 서로 안 일어 나려고 호청 이불을 서로 잡아 당기며
네가 먼저 일어나. 하며 실갱이를 하곤 하였다
제일 착한 먼저 일어나 수건을 목에 걸치고 엄마가 곱게 빻아 놓으신 소금을
손에 한주먹 들고 앞 냇가로 간다..
밤새도록 풀벌레 소리 들으며 노래한 시냇물이 나뭇잎 사이로 비추이는
고운 햇살에 눈이 부시다..
개울가에 앉아 여울지는 시냇물을 졸음이 깨지 아니한 상태로 바라다 보면
쬐꼬만 송사리가 흐르는 냇물 위쪽으로 가려고 안간 힘을 쓴다
맘 같아선 떠밀어 주고 싶었다. 얼른 올라가라. 얼른 올라가라.
내가 만지면 송사리는 놀라서 힘이 들 것 만 같았다.
손으로 한번 시냇물 탕 치면 어디론가 숨어버린 송사리..
그때서야 세수를 푸다닥 푸다닥..하고는 고운 소금으로 이를 닦고..
어느 땐 소금이 없으면 시냇물에 고인 고운 모레로 이를 닦곤 하였다
시냇가로 가는 들길엔 마르지 아니한 아침 이슬이
게다짝(나무로 만든 슬리퍼)에 묻어 찔꺽 거리곤 했다.
세수를 하고 다시 들길을 걸어오면 집 앞에 있는
대추나무는 앞집이 주인이었는데 풋대추를 바라보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하나 따 먹고 싶었지만 앞집 할아버지가 너무 무서워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내 친구 할아버지 였는데. 친구가 나오면 그때서야..
대추 하나 주라. 하면서 얻어 먹곤 했었다.
비릿한 대추. 간식거리가 없던 그 시절엔 그것도 맛이 있었으니.
세수를 하고 오면 엄마가 내 얼굴에 구르무를 발라 주시며
우리 이쁜 딸하고 바라보시던 모습
어린 나를 바라보면서도 엄마는 늘 환하게 웃으셨다
나를 믿는 마음
나를 의지하는 마음..큰소리 치지 않아도 엄마 마음을
단 한번도 속상하게 해 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국민학교 2학년 때인가 학교에 돌아 온 나는 동네에 사는 고모댁에
갔었는데 마루에 부모 십계명이란 글이 써 있는것을 보고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첫째 :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놀아가신 후에 뉘우친다.
근데 뉘우친다란 말은 알았는데 효도가 무엇인지 몰라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는..
효도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먹을것 있으면 어른 먼저 드리고 착하게 사는거란다 하셨다.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아 ! 이제부터 효도를 해야지 생각하고
뒷동산에 가서 알밤을 주워다 엄마를 드리고 동네 할머니가 시장 다녀오시면
얼른 뛰어가 무거운 짐을 받아 들이곤 했다..
그 다음해 3학년. 봄이 되었나보다
소풍을 가는데 엄마가 2원을 주셨나보다
막은절이란 곳으로 소풍을 갔는데 그날은 아이들에게 참 기쁜 날이다
오렌지 쥬스도 사 먹고 뽑기도 하구 아이스케키도 사 먹고 풍선도 사구..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우리들이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모로 된 빨간 쥬스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나구
아이스케키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나서 사 먹을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먹고 싶은 것도 꾹 참고 그래. 오늘 효도해야지 하며
집에 돌아 갈 때 사탕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가 엄마에게 드리면
먹고 싶은 것 사먹지.. 이걸 왜 사왔냐며.. 안스러워 하시던 엄마.
하지만.
난
아 ! 오늘도 효도를 했구나 생각을 하니 얼마나 기쁜지.
엄마는 사탕을 봉지 째 입에 넣고 깨물어 제일 큰것은 오빠
그 다음 내 동생 그리고 나.부스러기는 엄마 입에 털어 넣으셨다..
엄마에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마 생각을 하니 이 아침 아픈 몸도 다 도망을 간다
엄마가 내 안에 우리 이쁜 딸하고 다독거리시기 때문이다.
때로 삶에 어깨가 무거워 질 때 엄마를 생각하며
행복해 할 수 있음은 엄마가 주고 가신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 생각만 하면 입가에 미소가 돈다
엄마 생각만 하면 기운 잃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세수를 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 거울을 보기 전까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눈을 감고..
어릴적 노래를 불러 본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노래를 부르다
쨘 하고 거울을 보면 곤한 모습이
어디로 도망 갔는지 어느새..
거울속엔 어릴적 예쁜 모습이 되어.. 환하게 웃고 있다..
아침이면 날마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러 간다..
매미소리 들으며 풋대추 나무도 바라보며
보도블럭 사이에 돋아난 풀들에 평화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내 작은 행복을 만들어 가면서..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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