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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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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께요~


BY 은하수 2006-08-05

아침에 이어 저녁에 또 전화를 걸었다.

자식이 가 있으니 자꾸 애가 쓰인다. 부모보다는 자기 자식에게 애가 쓰이는 것을

인지상정이라 스스로 변명하면서 손가락은 친정집번호를 부지런히 누른다.

아버지가 받으신다.

저에요... 식사하셨어요?...

이제 막... 먹으려구 한다...

오늘은 뭐하시구 지내셨어요?...

장기판 가져다가 아이들 장기 가르쳐줬다...

별일 없으시죠?...

그래... 별일 없지... 니 엄마 바꿔 주께...

 

엄마.. 애들 말 잘들어??

응... 잘 듣는다... 근데.. 니네 정말 휴가때 여기 와서 지낼 거니??

왜???

(부아가 잔뜩 치밀어 오른 목소리로)

내 맘이 편치도 않고, 더위에 오면 서로 불편하고, 내가 잘 해주지도 못할텐데

괜히 티격태격... 니 신랑한테 안 좋은 꼴이나 보이면... 진짜 올 생각이니??

아니... 안갈께... 알았으니... 식사 잘 하세요...

딸깍...

 

집주인이 저렇게 먼지 털듯 손님을 털어내는데 어찌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참... 이렇게 핀트가 죽으라 안 맞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주파수가 안 맞다... 코드가 안 맞다...

 

난 처음부터 휴가를 그리 갈 생각이 아니었단 말이다...

울 실랑... 가서 애만 맡겨 놓았다가 덜렁 다시 찾아가냐구... 가서 얼굴 보여주고

처갓집에서 비벼주고 하는 것이 효도라고 역설하던...

실랑한테 막 퍼부어댔다...

당신 때문에 엄한 나만 중간에서 싫은 소리 듣는다구...

오라지두 않는데 눈치없이 가겠다구 한다구...

시댁두 안 간다구... 시엄니한테두 날 눈치코치없는 빌붙기 좋아하는 며느리 만들지

말라구...

 

울실랑... 묵묵히 듣고 있더니... 내가 애들 델꼬 갔을때는 기분이 좋으셨는데...

니가 기분 나쁘게 무슨 소리 한거 아니니??? 이런다...

미치구 팔짝 뛰겠다... 난 아뭇 소리두 안했다... 난 먼저 간다고도 안했고

안간다고도 안했다... 먼저 물어보고 이리저리 변덕을 부리는데... 왜 나만

중간에서 눈치없는 사람 만들어 싫은 소리 듣게 만드냐구...

불쌍한 울실랑... 나의 악다구니를 왠일루 묵묵히 들어준다...

허허... 가서 몇일 같이 지내는 것이 효도라구 생각했단다...

 

왜 이리 가치관이 다른지...

내가 먼지처럼 가벼워진 느낌...

탁탁 털어버리면 그만인...

 

가끔씩 고향쪽 하늘로 머릴 두고 싶은 딸의 심정을

그대는 왜 모르는가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또 당신을 섭섭하게, 노엽게, 쓸쓸하게 했나 봐요...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흡족하실까요??

실랑은 너스레두 떨구 애교두 떨구 해서 당신의 마음을 풀어드리라 합니다...

하지만 난 자신이 없네요... 내겐 너무 익숙한 거부... 묵살... 무안함...

 

당신 앞에서 전 그저 무기력한 어린애가 될 수 밖에 없네요...

주면 받고 안주면 굶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당신 앞에선 전 그저 백지상태의 어린애가 될 수 밖에 없는데...

 

당신은 그걸 모르시죠...

당신은 내게 자꾸만 당신을 들어내 보이고 싶어하시죠...

내게 필요한 건 그저 뛰놀수 있는 너른 품인데...

 

당신은 너무 절 모르시죠...

하지만 용서할께요...

아니면 내 맘이 너무 아파서요...

 

당신이 변덕을 떨 때마다  용서할께요...

아니면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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