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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낳은이의 당당함


BY 영영 2006-08-03




어제 낮 12시가 다 되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집 앞에 당도 했으니 빨리 밥 준비 해 놓으라는
전화 이외엔 평소에는 급한 볼 일 아니면 집으로 
전화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남편은.
어제도 이시간에 어쩐 일인가 하고 받으니 새 현장에서 
카메라 쓸 일이 생겼는데 
급히 좀 가져다 주었으면 하는 부탁이었습니다.

잡동사니 서랍에서 카메랄 찾아
장 시간 사용을 않한거라  혹시나 몰라서 건전지를 갈아 끼우고 
후다닥 가방을 챙겨 들고 나가려는데 아참..
현장이 사당동이라고 했지? 여기서 사당까지 가려면
행주대교를 건너 88올림픽 도로를 타고 가다가
한강 철교지나서 과천이수 표지판을 보고 나오면 된다는데,, 
혹시 밀리면 오고가고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녹여 논 생선을 급하게 구워 아침에 먹었던 오이지와
간단한 찬하고 이른 점심상을 침대에 붙은 상에 놔 드리며 
드시고 그냥 두시면 얼른 다녀와서 치우겠다고 
바디모션으로 말씀 드리곤 서둘러 나왔습니다.


예상했던 만큼은 아닌데 수산시장 쯤 부터 사당 사거리까지 
빠져 나가기 까지 조금 밀렸고 남편과 대여섯번의 통화끝에야 
겨우 현장을 찾아가니 막 점심식살 마쳤는지 식당앞에서
일하시는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더군요.
카메라를 전해 주곤 다른분들과는 눈 인사도 할 겨를도
없이 다시 온 길로 되 돌아 불이나케  달려 왔는데도 
집에 막 들어오니 1시가 헐씬 넘은 두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몹시 배가 고프더라고요.일단 밥 부터 먹어야겠다 싶어서
보온 밥통의 밥을 푸려는데 고요하니 어쩐지 무언가 약간의 
불안한 느낌이 딱 오는겁니다.
그래 밥을 푸다 말고 어머니의 방문을 열었지요.

(잘 시간과 아침 출근 준비 할 때 말고는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방문을 열고 생활하다시피 하는데 찬거릴 사러 간다거나 급히 어딜 
일 보러 나갈때는,, 노인양반의 목소리가 본의 아니게 이웃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문을 닫아놓으면 한두시간 제가 없는사이에
설마 이웃집에서 쫒아 오는 일은 없겠지., 하고 닿아놓습니다.)


그랬는데요., 그러면 그렇지요,,저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 그래.. 너 편안하게  볼 일 보고 찬찬이 오너라?.. 라고
행여나 그러셨겠는지요. 
방문 앞 방바닥에는 드시고 남은 생선 껍데기와 
살 조각 들이 기름붙은 접시와 딩글어져 있고
그 반대편 방바닥에는 반찬그릇들로  장농을 내리 치셨는가봅니다. 
뻐얼건 국물과 건데기가 흘러서 방바닥에 널푸러져 있었습니다.
다 드신 국대접은 어머니 발치에, 밥그릇과 물대접은 얇아서 깨지는 
건 줄은 아셨나요? 밥그릇 물대접 두개는 얌전히 포개져 있었습니다..

이게 내 팔자 인가 싶은게 속이 몹시 상했습니다. 

전에 옛날 옛적에 저 아이들 키울때 어머니께선 교통사고를 
몇번인가 당하신 일이 있습니다.
육교 밑 6차선 대로변이고 어디고 간에 늙은이 치어봤자
늙은 사람 치 받은 지들 젊은 것들 뭐라 하지 
이땅에서 누가 이 늙은이 나쁘다 할사람 있겠냐? 는 식의 눈치와 배짱이 
두둑하신 어머니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고 가지리 않고
무조껀 횡단 하시니깐요.

번번히 어머님의 무단횡단으로 사고를 일으킨 사고였슴에도
한번은 외로금조로 얼마간의 보상금이  나왔다합니다.
(딸 사위하고 처리하신 일이니 자세힌 모릅니다만.)
보약을 드시겠노라고 한약을 지어오셨더군요.
하여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연탄불 화덕에 다려서 거의 한달간을 드셨는데
마지막 삼탕 때 어머니께서 아궁이 앞으로 가시더니
에라이 씨8,,!! 이라고 성을 내시면서
약탕기를 수돗가 세면바닥에 냅따 내동댕이를  치는 소리에
옆방 엄마와 저는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약탕기를 연탄불에 올려 놓고 다려지는 동안
방문앞에 있는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면서 한집에 사는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어머니는 며느리가 남들 누구와도 잘 지낸다든가
대화 하는걸 매우 못마땅 해 하셨는데요
며느리가 감히 당신 한약을 다리면서 성의를 다하지 못하고
어찌 수다를 떠느냐..는 거였는지 그렇게 화를 내셨던것입니다.


당신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동안 어린 두 애들을 손에 잡고 
하나는 등에 없고 광명시에서 서울 상도동까지 버스를 두세번이나 
갈아 타며 (시누님동네서 일 봐주시다 사고를 당하셔서 
시누님 동네병원에 입원하셨더랬어요) 며느리는 두달여를 매일같이
병원엘 들르고 
퇴원 하신후엔 뜨거운 여름날 땀 흘려가며 연탄화덕불에
죽어라 다려 드렸는데.. 한약을 다 드시신 어머니는
또 뭐가 못마땅 하셨는지 마지막에 그런 휭포를 행 하셨던겁니다.

거기까지도 괞찮습니다. 무언가 못마땅하셔서
화를 내셨거니 하지요..

빨래하다 말고 쭈그려 안자서 마당에 굴러 떨어진 한약 찌꺼기들과
산산조각으로 깨진 질그릇 탕기 부스러기들을 비누거품 묻은 손으로 
하나하나 줍고 있는데 어머닌 그래도 성이 안 풀리셨는지
그길로 근처 사시는 맏시누님집으로 달려 가셔서는 
기껏 아들이라고 하나 낳아 키웠는데 
늙으막에 며늘년 눈치 보여서 한약도 맘 편히 먹지
못하는 처량한 시애미,, 신세라고 며느리를 
되지 못한 된 며느리로 동네방에 몰아 부치곤 하셨던 일이
어제도 불현듯 떠 오르더군요...

어머니..
어머니만 아들 낳고 키우셨나요...
저도 아들 낳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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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문 뜨문 쓰다보니 어느새 저녁 할 시간입니다.
이만 올리고 나중에 다시 또 뵙겠습니다.
읽어주신님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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